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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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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나
· 최초 등록: 2025.10.26 · 최근 연재: 2025-10-26
읽기 시간 예측: 약 10.16분

15화 - 밤손님


화창한 날씨에 바람이 선선한 좋은 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답함을 참을 길 없는 누군가가, 궁궐 문을 나서 발길 닫는 대로 걷다가 어느 수풀 우거진 나무에 팔을 기대어 잠시 숨을 돌렸다.

작금에 놓인 모든 상황들이 그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다.

"후..."

긴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미간을 어루만지던 그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길가 쪽으로 걸어가던 그는, 문득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울었네. 울었어."

수풀 너머 길가 쪽에 누군가가 황급히 달려오고 있었고, 그 길을 따라 한쪽에 놓인 정자에 앉아있던 누군가가 자리를 털며 일어나 말했다.

"드디어 세 번째 부엉이가 운 모양이구만."

그는 바로 이현로였다.

이현로를 만나기 위해 달려 나온 이는 그의 친구 김한계였고, 김한계는 잔뜩 놀란 표정으로 호들갑을 떨었다.

"신통하구먼, 신통해. 아니 어찌 그리 잘 맞춘단 말인가? 맞네 맞아 결국 세 번 울었어. 그 신녀 참 대단하구만."

이현로는 김한계를 보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자, 가십시다. 이제 저들의 거사가 코앞이니, 우리도 준비를 해야지."

이현로와 김한계가 함께 발걸음을 옮기며 대화를 나눴다.

"아니 그럼 우린 무얼 준비해야 하나? 저들이..."

김한계의 목소리가 멀어져 가고 있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수풀 속 남자는 굳어진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거사. 거사라니... 저들이 말하는 거사란 대체 무엇인가.

그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천천히 수풀 속에서 나왔다.

그는 그들이 사라진 길너머 쪽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신녀. 신녀라고 그랬던가.'

그가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또 다른 누군가가 헐레벌떡 그를 찾아 달려오고 있었다.

"아이고, 대군 마마... 이리 갑자기 사라지시면 어찌합니까?"

집안 종인듯한 사내가 달려와 호들갑이 떠니,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엿들었던 금성대군이 살짝 웃음을 지어 보였다.

"미안하구나. 그만 가자."

금성대군이 발길을 돌리자, 하인이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대군 마마..."

금성대군은 머릿속이 조금 맑아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저들이 행동을 하려 한다면,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당연한 것들이었다.

기필코 단종을 지키겠다는 굳은 마음을 다잡으니, 절로 쥐어진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신녀라...'

금성대군은 그 신녀라는 여인을 한번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그는 다시 궁궐 앞에 이르렀는데, 그 앞에는 그를 태우기 위한 가마가 대기해 있었다.

가마에 올라탄 금성대군은 골몰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가마가 출발하자 고민하던 금성대군이 하인들에게 말했다.

"안평대군에게 갈 것이다."

그의 말에 아까 그를 찾으러 달려왔던 하인이 고개 숙여 대답했다.

"예, 대군 마마."

가마가 방향을 잡고, 금성대군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다양한 경우의 수를 헤아리고 있었다.



===



"대군 마마 납시오."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고, 집안에 있던 하인들이 부리나케 달려 나와 문을 열고 허리를 숙였다.

이어 금성대군이 집안에 들어서니, 때마침 집에 머물고 있던 안평대군이 놀라 의아한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네가 어쩐 일로...."

어리둥절해하는 안평대군을 보며, 금성대군이 차분히 인사를 올렸다.

"어쩐 일로 기별도 없이 온 게냐?"

안평대군이 인사하는 금성대군을 보며 묻는 말에, 금성대군은 빙그레 웃어 보였다.

"형님은 어찌 간만에 찾아온 동생을 박대하려 하시오?"

금성대군의 농에 안평대군은 헛웃음을 지었다.

"뭐? 허허 이놈이 난데없이 찾아와서 시비더냐?"

두 사람이 서로 껄껄 대며 웃으니, 안평대군이 문을 열며 말했다.

"들어오너라. 여봐라, 어서 차를 내오너라."

안평대군이 하인들에게 이야기하니, 하인들이 대답하며 부랴부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성대군은 안평대군의 말을 따라 안채로 들어서면서, 아무도 모르게 주위를 유심히 살폈다.

금성대군이 들어가고 얼마 안 있어, 이현로와 김한계가 들어서고 있었다.

이현로는 그대로 안평대군이 있는 쪽으로 향하려 했으나, 하인이 얼른 다가와 그를 막아서며 말했다.

"지금 금성대군 마마께서 찾아와 계십니다."

하인의 말에 이현로의 표정이 어리둥절해졌다.

"금성대군께서? 어쩐 일로?"

이현로의 물음에 하인은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소... 소인은 그것까지는 알지 못하옵고..."

난처해하는 하인을 보며 이현로가 예의 피식한 웃음을 지었다.

"당연히 모르겠지. 됐네."

이현로의 말에 하인은 얼른 자리를 피했고, 안평대군과 금성대군이 들어가 있는 안채 쪽을 보면서 이현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찌 찾아왔을고."

궁금해하는 이현로를 보며 김한계가 말했다.

"뭘 마냥 서 있는가, 이따가 다시 옮세."

김한계가 이현로의 손을 잡아 끄니, 이현로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디 그럼, 술판지기 마천이나 보러 갈까~"

이현로의 말에 김한계가 껄껄 거리고 웃으며 두 사람은 다시 집을 나섰다.

한편, 재희는 꽤나 난감한 상황에 빠져 있었다.

지금 그녀 앞에는 이 집의 마님, 즉 안평대군의 부인이 와 있었다.

재희를 마주 본 상태에서 양손을 마주하고 빌면서 자신을 향해 소원을 빌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비나이다, 비나이다...."

자신을 향해 소원을 빌고 있는 모습을 보고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재희는 그저 마주 선 체, 자신도 따라서 양손을 합장하고 비는 것이 전부였다.

'제발 돌려보내 주세요.'

재희는 속으로 마지못한 듯 그렇게 소원을 빌고 있었다.

그 옆에는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우희와, 조금은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는 수혁이 있었다.

잠시 후 행동을 멈춘 부인이 재희를 바라보며 물었다.

"큰 변고 없게 대감께서 가시는 길이 평탄하게, 그리 부탁을 합니다."

부인의 간곡한 발언에 재희는 어쩔 줄 몰라하며 고개를 숙였다.

"예... 그, 그리 될 것입니다."

재희의 대답에 부인은 만족스러운 듯 빙그레 웃어 보였다.

"다행입니다. 그럼..."

부인이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돌아가니, 재희는 그제야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안평대군에게 조금만 상처가 나도, 목이 달아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재희가 멍하니 초점 잃은 눈을 하고 있으니, 한걸음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던 수혁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괜...찮으십니까?"

수혁이 조심스레 물어오니, 재희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괜찮을 것이다. 이현로에게 이미 앞으로 일어날 변고를 이야기했으니, 그가 계유정난을 막을 것이다.

그거면 족할 것이다, 재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재희가 그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문쪽에서 다른 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수혁이 황급히 예를 갖추었고 재희는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화들짝 놀라 해하며 일어나 예를 갖추었다.

그는 바로 금성대군이었다.

그는 잠시 재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터벅터벅 다가왔다.

"그대가 말로만 들은 바로 그 신녀로구나."

금성대군의 물음에 재희는 어찌할 바를 보르며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 예, 예...."

마지못한 듯한 그녀의 대답에 금성대군이 살짝 웃음을 머금었다.

"언제 한번 내 앞날도 점쳐 주었으면 좋겠구나."

웃고 있는 금성대군을 살짝 올려다보았다.

준수한 용모, 아직은 젊고 혈기왕성한 나이였다.

역사 속에서 마지막까지 단종을 지키려 했던 인물이다.

그냥 척 보아도 왠지 의리가 철철 넘쳐날 것만 같은, 그런 모습의 남자였다.

"오늘은 내 집안 구경이나 하고 간다 하였으니, 그냥 가겠네. 다음에 보세."

금성대군은 그러한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려 왔던 길로 되돌아가 버렸다.

재희는 인사를 하며 떠나가는 금성대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녀라는 신분이 이토록 부담스러웠을 줄이야.

아마도 이 시대에 살았던 신녀들은 말 그대로 살얼음판 위에서 살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옆에서 수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재희가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이래저래 피곤한 날이네요. 좀 들어가 쉴게요."

재희가 말을 하고 방 안으로 들어가니,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수혁 역시 자리를 비웠다.



===



야심한 시각. 모두가 잠든 그 시간에, 은밀하게 움직이는 그림자 하나가 있었다.

그 그림자는 기척도 없이, 복면을 한 그는 그렇게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어 어느 담벼락을 넘어 은밀하게 어느 방문을 열고 있었다.

기척 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선 그의 눈에, 꽤나 거친 모습으로 자고 있는 재희의 모습이 들어왔다.

뭘까? 다 큰 처자가 이런 모습을 자고 있을 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것일까?

그는 잠시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퍼질러 자고 있는 재희를 보고 서 있었다.

이불이라도 제대로 덮고 잘 것이지,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이어 등 뒤에 메고 온 다소 짧아 보이는 검을 조심스럽게 뽑아 들고 잠든 재희의 목을 겨눈 체, 재희의 발목을 툭툭 쳤다.

하지만 잠이 깊게 들었는지 재희는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그는 다시 한번 재희의 발을 툭툭 건드렸다.

하지만 재희는 잠시 입맛을 다시며 목 부위를 긁을 뿐이었다.

이쯤 되는 그는 조금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뭐 이런 여자가 다 있냐는 듯한 눈빛으로 잠든 재희 곁으로 바짝 다가가 재희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 으응~!"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며 자신의 어깨를 잡고 흔들던 그의 손을 탁 후려치는 재희였다.

귀찮다는 듯이 그의 손길을 뿌리치고 몸을 홱 돌려버리니, 그는 더욱 어이가 없었다.

그는 큰 맘먹은 듯한 눈빛으로 자고 있는 재희의 뒤통수를 팍 후려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재희가 "아야!" 하며 몸을 일으켰다.

"아야... 왜 머리를..."

머리를 문지르며 일어난 재희가 문득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복면한 자를 보자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지르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비명보다 먼저 그의 손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는 고개를 흔들며 칼을 들어 보였다.

재희의 눈은 휘둥그렇게 떠지고, 공포심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조용히 따라 나오너라."

재희는 겁먹은 표정으로 얼굴을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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