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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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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나
· 최초 등록: 2025.10.26 · 최근 연재: 2025-10-26
읽기 시간 예측: 약 9.56분

8화 - 밀담


어딘지 모르게 부산한 분위기였다.

집안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으니, 어리둥절해 있던 재희는, 문득 자신을 발견하고 다가오는 우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재희는 얼른 우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고, 다가온 우희는 반가운 듯 말을 건네 왔다.

"어쩐 일이십니까?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우희가 묻는 말에 재희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 아닙니다. 그냥 바람 쐬러 나왔다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서..."

우희가 입술 끝을 살짝 내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에... 내일이 제 어머니 장사를 치르는 날이라 그렇습니다."

재희는 그 순간, 실록에서 보았던 기록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 여흥(驪興)에 가시겠군요."

우희가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놀란 토끼눈이 되어서 재희를 바라보았다.

"어찌 아셨습니까? 신녀님은 제 어머니에 대해서도 아십니까?"

우희가 묻는 말에 재희는 당황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아, 아뇨. 그냥... 그냥 들은 것... 같습니다. 누, 누구한테 들었더라..."

재희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우희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수혁 오라버니가 이야기해주셨겠지요. 요즘 수혁 오라버니는 신녀님만 신경 쓰시니깐요."

그 말에 재희는 뭔가 번개같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얘... 수혁이란 사람 좋아하는구나.'

"아가씨"

어디선가 우희를 부르는 소리에, 우희가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예~"

우희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우희는 소리가 난 쪽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재희는 그런 우희의 뒷모습을 보다가 몸을 돌려 방 쪽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수혁이 나타나 재희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재희는 어젯밤 생각이 나서 조심스레 인사를 건네었는데,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지, 수혁은 평소대로 환한 미소를 띤 체 재희를 바라보며 인사를 건네 왔다.

"잘 주무셨습니까?"

재희도 살짝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예, 잘 잤습니다."

뭐라고 더 말을 건네야 할까 고민하는 사이, 수혁이 말을 이었다.

"오늘은 제가 일이 있어 나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되도록이면 오늘은 외출을 삼가해 주십시오."

수혁의 말에 재희는 멋쩍은 표정으로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그런 재희를 보며 수혁은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는 종종걸음으로 대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

재희는 왠지 뭔가 밋밋한 기분에 수혁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집을 나선 수혁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어느 이름 모를 냇가의 물이 졸졸졸 흐르는 그곳에는, 그를 기다리고 있는 몇몇의 사람들이 있었다.

"아, 자네 왔나?"

누군가 수혁을 반기는 목소리에 물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다른 이들도 시선을 돌려 수혁을 바라보았다.

수혁은 자신을 제일 먼저 반기는 이현로를 향해 조심스럽게 인사를 해 보였다.

"자자, 이리 와보게."

이현로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짓을 하며 부르니, 수혁이 다가와 섰다.

이현로 곁으로 두 명의 사람이 더 있었는데, 김한계와 홍일동이 있었다.

"인사하게, 이쪽은 안평대군을 도와 우리와 뜻을 함께 하기로 한 홍수혁이라고 하네. 혹시 자네들이 무림(武林)을 아는지 모르겠네만, 이 무공(武功)을 수련하는 이들이 몸담은 세계에서 이 친구가 한때 최고라는 평을 받았었네."

이현로의 칭찬 일색에 수혁이 어색해하며 말하였다.

"인사드립니다, 홍수혁이라 합니다. 이공께서 칭찬이 과하신대, 그저 한때 무림에 몸담았던 무인일 뿐입니다."

수혁의 말에 듣고 있던 홍일동이 나서 물었다.

"거, 나도 무림이라면 좀 아는데... 어느 문파(門派)에 속하였었소?"

홍일동의 물음에 수혁이 그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대답했다.

"환검문(幻劍門)에 있었습니다."

그 말에 홍일동이 놀란 표정이 되었다.

"아니 거기는... 팔도 제일에 검문(劍門) 아니오?"

수혁이 웃으며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홍일동이 놀라 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와 말했다.

"반갑소. 나는 홍일동이라 하오. 나도 힘이라면 누구한테 져본 적이 없소."

홍일동의 말에 수혁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혹... 경성절제사(鏡城節制使)셨던 홍상직 어른의 자제분이십니까?"

홍일동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네만."

수혁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분은 무림에서도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지신 분이시죠.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수혁의 말에 홍일동이 기분이 좋은 듯 껄껄 거리고 웃었다.

"이 친구 이거 마음에 드네. 하하"

그 사이 곁에 있던 김한계가 웃으며 말했다.

"나야, 종종 보아 왔으니 잘 알 것이고... 반갑네."

세 사람이 인사를 나누고 나자, 이현로가 다시 나서 말했다.

"자네를 굳이 이리로 부른 이유가 있네. 자네, 양정이라고 알지?"

이현로의 물음에 수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 알고 있습니다. 내금위(內禁衛)에 계신 분 말씀이시죠."

수혁의 대답에 이현로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네. 그자 역시 무림인 출신임을 자네도 알 것이야."

"예, 들은 바가 있습니다. 중원(中原:극중 충청도) 지역에 있는 철호문(鐵虎門)에 있었다 들었습니다."

"그런가? 내 거기까지는 알지 못하나... 양정부터 시작해서 전 내금위장인 홍달손까지, 그 무예가 출중하다고 평가받는 인물들이 속속 수양대군의 휘하에 들고 있네. 겉으로 보기에는 좌상 대감과 영상 대감이 안평대군과 손을 잡아 더 우세해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손을 잡은 체 칼을 겨누는 형상이라, 앞으로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

이현로가 한참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김한계가 눈살을 찌푸리며 퉁명스레 말했다.

"이 사람 보게. 아, 사람을 불렀으면 일단 앉으라 해야지, 사람 세워놓고 뭔 말이 그리 많은가?"

김한계의 핀잔에 이현로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어허허, 그런가? 나참, 내 정신 좀 보게. 자자 이리와 앉게나. 조촐하게나마 술상을 좀 준비해 봤네."

이현로가 가리키는 곳은 흐르는 냇가 물을 바로 볼 수 있는 곳에, 자그마한 상 위로 술병과 술잔이 놓여 있었다.

일행은 다 같이 상으로 다가가 둘러앉았고, 이현로가 얼른 수혁의 잔에 술을 채워주며 말을 이었다.

"내 이런 눈치가 별로 없으니 이해하시게."

이현로의 장난스러운 말에 수혁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현로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 뭐 어쨌든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우리에게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이지. 수양대군 쪽 사람들은 오로지 수양대군만을 바라보고 칼을 뽑으려는 사람들일세. 하지만 안평대군 마마와 함께 있는 사람들은 달라. 정확하게 말하자면, 안평대군 마마 주위에 모인 게 아니라, 안평대군 마마께서 그들이 있는 곳에 함께 있는 것일 뿐. 그렇기에 우리가 더 낫다고 감히 말할 수 없는 상황일세. 해서, 자네에게 청할 것이 좀 있네."

"예, 말씀하십시오."

잠시 수혁을 말없이 바라보던 이현로가 느지막이 말을 이었다.

"무림 쪽 사람들을 좀 더 포섭해 줄 수 있겠는가?"

잠시 당황스러운 표정이 되었던 수혁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 필요한 사람을 한번 모아보겠습니다."

이현로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고맙네."

그 대답을 꺼내기 무섭게 수혁이 말을 이었다.

"허면..."

이현로가 그런 수혁을 바라보았다.

"저도 청을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말해 보시게."

"다름이 아니오라, 신녀님께서 사람을 찾고자 하시는데, 제가 멀리까지 나가볼 여력이 없으니, 곁에 두고 부릴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 말에 이현로가 잠시 놀란 표정이 되어 물었다.

"사람을 찾는다니, 누구를?"

"그것까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현로는 수혁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한번 찾아보겠네. 마땅한 사람이 있는지... 지금 한 사람 한 사람이 워낙 중한 터라..."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홍일동이 나서 말했다.

"뭐... 그리 복잡한 일이 아니라면, 내 적당한 사람 하나를 알고 있네만."

홍일동의 말에 수혁과 이현로가 동시에 놀란 표정이 되어 그를 바라보았다.

"누구 말인가?"

이현로가 묻는 말에 홍일동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뭐... 나한테 얼제가 한놈 있는데... 아직 열 살 밖에 안되긴 했지만, 고놈이 참 영리하고 똘망 똘망 한 것이, 심부름이라면 아주 척척 잘 해내지. 거기다가 기운은 또 얼마나 쎈지, 벌써부터 이 내가 당해내지 못할 정도라네."

그 말에 이현로가 환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얼제? 열 살이라... 좋구먼. 데리고 다니기도 좋고, 눈에 그리 띄지도 않을 것이고. 그만하면 딱이겠는데?"

수혁이 잠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홍일동을 바라보았다.

"괜찮겠습니까? 얼제시라면..."

홍일동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아, 염려하지 말라고. 그놈도 뭐라도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한 놈이니까, 내가 신녀님 시중이나 들으라 하면 신이나 할게요."

수혁이 기쁜 표정이 되어 말했다.

"그렇다면 감사합니다. 신녀님도 기뻐하실 겁니다."

이현로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그래... 그 신녀, 자네가 신경 좀 잘 써주게. 허튼 말하는 계집은 아닌 것 같으니 말이야."

이현로의 말에 수혁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어 홍일동을 바라보며 수혁이 물었다.

"그럼 그리 전하겠습니다. 그 얼제분의 이름이 어찌 됩니까?"

수혁의 물음에 홍일동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그놈? 홍길동이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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