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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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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슬린
· 최초 등록: 2025.10.03 · 최근 연재: 202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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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 #10


복도에 놓인 의자에 앉아 초조한 듯 다리를 떨고 있던 시현은, 안쪽 문이 열리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밖으로 나온 오형사가 시현을 보며 다가와 손에 든 서류를 내밀어 보였다.

"법인회사 소유 차량으로 나오네요."

그의 말에 시현은 놀란 표정으로 "법인차량이라고?"하며 오형사가 내민 서류를 받아 들었다.

"네. 주식회사 로슬린이란 IT회사 차량으로 나와요."

시현은 잘 보이지 않는 시야를 보완하려 눈살을 찌푸린 체, 받아 든 서류를 펼쳐 그 안에 내용을 확인했다.

"로슬린?"

시현이 되묻는 말에, 오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등록된 직원은 단 3명이 전부구요. 지분에 70%를 주식회사 엔디아트코리아란 회사가 가지고 있어요."

시현이 오형사를 보며 의아한 듯 되물었다.

"엔디아트코리아? 그건 또 뭐야?"

오형사가 한숨을 한번 내쉬며 대답했다.

"그게 웃긴 게... 지분관계가 꽤 복잡해요. 엔디아트코리아란 회사는 또 다른 법인회사 4개가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고, 그 4개 회사는 다시 9개 회사로 쪼개져요. 이중 5개 회사는 상장회사구요. 이 9개 회사에 대한 모든 지분을 일정 부분 다 가지고 있는 회사가 또 있어요. 그런데 그 회사의 지분을 또 다른 두 회사가 나눠서 가지고 있고, 이 두회사중 하나를 앞서 얘기한 9개 회사 중 비상장 4개 회사가 가지고 있어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파고들어 가면 진짜 끝도 없이 지분이 나뉘는 구존데, 대충 봐도 100개 이상의 회사들이 관련이 있고, 그중에 30개 이상이 상장된 기업이에요."

시현은 통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래서? 그게 의미하는 바가 뭔데?"

"글쎄요. 뭔진 모르지만, 졸라 구린 구석이 있든가, 이 회사들을 소유한 실질적인 소유주를 감추고 있든가겠죠. 여하튼 중심에 있는 기업집단을 중심으로 작은 소규모 법인회사가 수십여 개 있는데, 로슬린이란 회사도 그런 회사 중에 하나인 거 같아요."

"그럼 나머지 30% 지분은 누가 가지고 있는데?"

"그게... 선진물산이란 회사가 가지고 있습니다."

시현이 서류를 살펴보다가 제법 놀란 표정이 되어 오형사를 바라봤다.

"선진물산? 선진그룹 지주회사 말하는 건가?"

"네, 맞아요. 파다가 알게 된 건데, 이 지분그물망의 중심에 선진그룹이 있는 것 같습니다. 100여 개의 수많은 법인회사들 중에 직접적으로 지분을 가진 회사가 50여 개 되구요. 나머지 50여 개에 대해서도 간접적인 지분권 행사가 가능한 구조인 거 같았어요. 재밌는 건... 하위 잔챙이 법인회사들 중에, 선진그룹이 직접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단 두 개뿐인데, 로슬린이 그중 하나더라구요."

"다른 하나는?"

"특이하게 골동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골동품 회사의 지분을 25% 정도 가지고 있더군요. 이 두 회사가 뭐가 다른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관련은 있겠다 싶은 게, 알아보니까, 이 골동품 회사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온라인 골동품 경매 서비스를 로슬린에서 만들어서 납품한 모양이던데요."

"그래? 그 골동품 회사는 직원이 몇 명인데?"

"거기도 3명이요. 규제를 피하려고 일부러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구성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로슬린이란 회사 대표는 누군데?"

오형사는 시현이 들고 있는 서류를 힐끔 눈빛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맨 마지막장 보세요."

시현은 그의 눈길에 시선을 서류로 옮겨서 마지막 장을 펼쳤다.

그리고 거기 있는 누군가의 사진을 보는 순간, 시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름은 이휘영. 89년생인데, 딱히 잡히는 행적은 없어요. 어떤 이유로 인해서 로슬린의 대표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그 사람 소유의 그 어떤 재산도 없어요. 살고 있는 집이고, 차고, 쓰고 있는 컴퓨터까지 모두 회사 물품으로 되어 있어요."

시현이 눈살을 찌푸린 체 오형사를 보며 물었다.

"그럼 그거 불법 아냐?"

"불법 여부를 판가름하기가 어려워요. 애당초 로슬린이란 회사는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을 하는 회사고, 전 직원이... 뭐 그래 봐야 3명뿐이지만, 모두 재택근무하는 걸로 되어 있더군요. 살고 있는 집 말고도 그 회사 소유의 오피스텔이 두세 군데 더 있는 것 같고, 등록된 차량도 두어 대 더 있는 것 같은데... 모두 대표가 개인적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뭐 그렇다는 증거는 없고... 그냥 제 추측입니다."

시현은 서류 속 휘영의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한 체로 이야기했다.

"이휘영이라고?"

"네."

"이 친구에 대해서 더 알아봐 줄 수 있겠어?"

오형사가 한숨을 내쉬더니, 주위를 한번 쓱 둘러보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 그래도 좀 알아보려고 했거든요."

오형사가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하자, 시현이 얼른 귀를 기울이며 사뭇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이휘영 대표의 개인정보를 열람하려고 했더니... 락(Lock)이 걸려 있더군요."

"락?"

"네. 제 끕으로는 볼 수 없단 얘기죠. 제 윗선의 도움 없이는 볼 수 없는 개인정보라는 겁니다."

"그런 경우가 종종 있나?"

오형사가 피식 웃었다.

"재미 삼아 청장님 개인정보를 열람하려고 했더니, 락이 걸려 있었던 적 빼고는 처음 봅니다."

"평범한 친구가 아니란 거네?"

"평범이요? 그런 복잡한 지분관계를 가진 비상장법인회사의 대표란 것부터가 평범한 거에서 거리가 멀지 않나요?"

"그 친구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려면, 필요한 게 뭐야?"

"적어도 Level3 이상의 접근 권한이 필요해요."

"그런 걸 가지고 있는 사람이 누군데?"

"적어도 국장급 이상이란 얘기죠."

시현은 자신이 가진 인맥을 동원해도 국장급 이상은 불가능할 거란 걸 알기에, 답답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일단 알았어. 도와줘서 고마워."

시현이 서류를 들고 대충 인사를 건네며 가려는데, 뒤에서 오형사가 말을 건네 왔다.

"좀 재밌는 일 같은데... 도움 필요하면 얘기하세요.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장난스러운 오형사의 말에, 시현이 방긋이 웃는 얼굴을 보여주고는, 손을 흔들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

'딩동'하는 벨소리에 다은이 방에서 나와 총총히 달려 나갔다.

"잠시만요."

그녀가 현관문 쪽으로 달려 나가는 사이, 문이 열리며 누군가 안으로 들어섰다.

"어?"

당연히 휘영일 거라고 생각했던 다은은, 모르는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누구세요?"

다은은 중문을 열고 들어서는 한 남자를 보고 물었고, 그 남자는 너무도 태연한 표정으로 다은을 보며 되물었다.

"그건 제가 묻고 싶은 질문이군요. 누구시죠?"

"아... 전... 저기... 여기 사시는... 휘영 씨랑..."

그 남자는 다은의 대답을 체 다 듣기도 전에 들고 온 것을 가지고 주방 쪽으로 가며 말했다.

"아, 대표님 지인이신가 보군요."

"네? 네? 대표... 님이요?"

그는 꽤나 익숙한 듯, 가지고 온 것을 커다란 냉장고 문을 열어 차곡차곡 넣어놓고, 포장지는 보일러실 쪽에 있는 재활용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얼마나 계실 예정이죠?"

그는 물컵에 물을 따르며 익숙한 듯 묻고 있었고, 다은은 그가 누군지 몰라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건..."

"예정이 없으시군요."

이번에도 다은의 대답은 듣지도 않은 체, 그녀가 할 대답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는 물 한 모금을 마신 뒤, 물컵을 헹궈 놓고 다시 큰방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다은은 쭈뼛거리며 그를 따라 큰방으로 향했다.

그가 누군지 모르는데, 그래도 뭘 하는지 자기가 보고 있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는 방문을 열어두고 방 제일 구석 쪽에 있는 큼지막한 금고 앞으로 걸어갔고, 따라와서 문 앞에 서 있는 다은을 힐끔 돌아보고는 물었다.

"금고 여시는 거 보시게요?"

그의 질문에, 다은은 당황하여 얼른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손사래를 쳤다.

"아, 아뇨. 죄송해요."

그는 태연한 표정으로 금고 비밀번호를 누르며 말했다.

"보셔도 상관없어요. 비밀번호를 보셔도 되고, 암기하셔도 되고, 마음대로 여서도 됩니다. 다만, 이 안에 있는 걸 가지고 나가시려면 상당한 각오를 하셔야 할 겁니다."

"각오요?"

"저희 대표님이 기필코 찾아내서 요절을 내실 테니깐요."

"아..."

다은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는 가져온 가방을 열어, 가방 안에서 현금다발과 금 같은 귀중품들을 꺼내 금고 안에 넣어두고는 금고문을 다시 닫아 잠갔다.

그가 다시 밖으로 나오기 위해 다은이 서 있는 문쪽으로 걸어올 무렵, 현관문이 열리며 나갔던 휘영이 들어왔다.

그는 휘영이 중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는 공손히 인사를 했고, 휘영은 그런 그를 보며 예의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김비서 왔어?"

"대표님 지인이 계셨는지 모르고... 잠시 실례했습니다."

"괜찮아."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김비서가 인사를 하고 현관문 쪽으로 향하자, 한걸음 비켜서 있던 휘영이 품 안에서 흰 봉투 하나를 꺼내 김비서에게 내밀었다.

김비서가 받아 들자, 휘영이 설명하듯 말했다.

"이 봉투 안에 사람들... 누군지, 지금 어디서 뭐 하고 있는지... 알아내서 알려줘."

김비서는 익숙한 듯 봉투를 받아 품 안에 갈무리하며 물었다.

"새로 사건을 맡으신 건가요?"

"뭐... 비슷하다고 해두지."

김비서는 잠시 멈췄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요 며칠... 중앙 데이터베이스에서 대표님과 회사에 대한 정보를 조회한 기록이 있습니다."

김비서의 말에 휘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누가?"

"경찰청... 사이버수사국 쪽 사람 같은데... 안 그래도 누군지 뒷조사 좀 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결과 나오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런 이유로, 당분간 행동에 신중을 기하셔야 할 듯합니다. 경찰이 주시하고 있습니다."

휘영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김비서가 꾸벅 인사를 하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휘영이 돌아서서 방으로 가려다가 흠칫 놀랐다.

자기 바로 앞에 다은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휘영이 놀란 목소리로 묻는 말에, 다은은 더 놀란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대표님이셨어요? 어디, 무슨 회사 대표님이세요?"

다은이 약간 흥분한 듯 물어보는 질문에, 휘영은 멋쩍은 듯 대답했다.

"대표는 무슨... 그냥 갔다 붙인 거지."

"와~ 오래 사셨다고 하셨죠? 그래서 부자신가 봐요? 하긴 그렇지. 그 오랜 세월, 막노동만 해도, 돈이 얼마야?"

휘영은 눈살을 찌푸린 체 고개를 갸웃하고는, 대답하지 않고 방으로 향했다.

"아까 보니까 금고에 막 현금도 잔뜩 있던데... 금도 있고 막... 돈 많아서 좋으시겠어요."

부럽다는 듯이 말하며 따라오는 다은이 귀찮다는 듯, 휘영은 그녀의 말에 대답조차 하지 않고 문을 닫아 버렸다.

"치, 뭐야... 돈 많다고 유세는..."

다은이 입술을 삐죽거리다가 자기 방으로 돌아가자, 닫힌 방문 너머에 서 있던 휘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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