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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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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검휘필
· 최초 등록: 2025.10.26 · 최근 연재: 2025-10-26
읽기 시간 예측: 약 11.95분

30화 - #1


복면인 하나가 머리에 화살이 박힌 체 죽어 있고, 두 명의 복면인이 모용연을 잡아 무릎 꿇린 상태였다.

서화는 죽어있는 복면인을 보며 혀를 끌끌거리듯 차며 말했다.

"활 쏘는 재주가 신궁에 가깝다 하더니... 보통내기가 아니네."

모용연의 손에는 두 동강 난 활이 쥐어져 있었고, 얼굴 왼쪽 뺨에는 붉게 상처가 난 상태였다.

그녀는 앙칼진 눈으로 서화를 쏘아보고 있는 중이었고, 두 복면인의 칼이 그녀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반반한 게 그냥 죽이긴 아까운데, 어쩔 수 없지. 다음 생에는 좋은 인연으로 만나자고."

그 순간, 뒤쪽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내가 할 소린데?"

놀란 서화가 돌아서니, 그곳에 라마가 서 있었다.

"넌....?"

서화가 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라마의 오른쪽 푸른 눈동자가 붉은빛으로 변하더니, 오른손을 들어 보였다.

그 순간, 서화의 등 뒤에 서 있던 두 복면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아악!"

놀란 서화가 돌아서 보니, 두 복면인의 몸에서 붉은빛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두 사람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순식간에 빠져나온 붉은 기운은 라마의 손아귀 위로 뭉쳐지고 있었고, 두 복면인은 흡사 피를 다 빨려버린 듯 뼈와 가죽만 남은 체 털썩 쓰러져 버렸다.

"이 무슨..."

하얗게 질린 표정이 되어버린 서화가 다시 라마를 보니, 라마의 손 위로 붉은 기운 두 개가 각각 뭉치기 시작해, 두 개의 혈구가 손바닥 위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살 수 있는 기회를 줄게,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할 거야."

라마의 말에 서화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주춤하니, 순간 라마의 손바닥 위에 두 혈구가 날아들었다.

'퍽'하는 파공음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두 혈구는 서화의 허벅지를 관통하며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소름 돋게 울려 퍼졌다.

"으악!"

처참한 비명을 내뱉으며 서화가 바닥에 쓰러졌다.

두 다리를 붙잡고 고통스러운 소리를 토해내는 그를 보며 라마가 다가서니, 어느새 돌아온 혈구 두 개가 여전히 라마의 손위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다음은 두 팔이야.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야 할 거야."

라마의 말에 서화가 애원하듯 말했다.

"말, 말하겠습니다. 뭐든 말하겠습니다."

"무림맹에서 왔다면서? 진짜 무림맹에서 온 거 맞아?"

"맞습니다. 맞습니다. 무림맹에 있습니다."

"그럼 저들은 뭐야?"

라마가 쓰러진 복면인을 바라보자, 서화가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면서 대답했다.

'으... 그들은 명교인입니다. 저 역시 3년 전부터 명교에 입교하여, 은밀히 무림맹에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
그런 자들이 몇이나 있지?"

"
많습니다. 무림맹, 의천맹할 거 없이 상당수의 명교인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때 옆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모용연이 나서 물었다.

"
왜 날 죽이려 한 거지?"

서화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가며 대답했다.

"
그저 명을 따랐을 뿐입니다. 지난번 분파 섬멸 때 살아남은 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명이 내려왔을 뿐입니다."

모용연이 재차 물었다.

"
그때 우리를 공격한 건.... 의천맹이 아닌 마교의 짓인가?"

서화는 이제 고통이 극에 달했는지, 대답하지 못한 체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가만히 지켜보던 라마가 다시 물었다.

"
내가 올 줄 알고 있었던 것인가? 내게 독을 탄 차를 준 것은 어찌 준비되어 있었던 거지?"

"
...으으... 하, 항시 준비하고 다닙니다. 워낙에 고수들이 많은 무림이라...."

힘겹게 대답하는 서화를 보면서, 라마가 손을 내뻗자, 그의 손위에서 맴돌던 혈구가 기다랗게 변화하며 서화의 몸을 휘감더니, 그대로 굳어버렸다.

"
이놈을 어디다 둘까요?"

라마가 모용연을 보고 물으니, 모용연이 아미를 찌푸리며 라마의 얼굴을 살폈다.

"
소....협?"

"
아... 용모가 좀 바뀌었죠? 저 라마 맞습니다."

"
눈동자 색이 서로 다릅니다."

"
예.... 그게 좀.... 그렇게 됐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고, 이놈을 어찌할까요?"

"
일단 문중 옥사에 가두어 놔야 할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송이개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
아가씨... 아가씨 괜찮으신 겝니까?"

송이개가 묻는 말에, 모용연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무사들을 불러오세요. 이자를 옥사에 가두어야겠습니다."

라마의 말에 송이개가 잠시 멋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잠깐... 근데 여기 혼자 오셨어요? 그 사람은 어쩌구요?"

라마가 묻는 말에, 송이개가 살짝 당황스러운 표정이 되어 대답했다.

"
아...그것이... 그냥 떠나라 했습니다."

"
무사들이 점혈 되어 있을 텐데?"

"
예? 아 예... 그러고보니..."

순간 라마가 사라지자, 모용연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
도대체 소협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그 사이, 아까의 현장으로 돌아온 라마는 바닥에 널브러진 체 피를 흘리는 무사들에게 다가갔다.

그들 모두 목에 검흔이 깊게 베어 있었으며, 이미 절명한 듯 보였다.

마음만 먹으면 그 하인을 당장 쫓을 수도 있었으나, 라마는 그러지 않았다.

번쩍 하는 순간, 다시 송이개와 모용연 앞에 나타난 라마는 잠시 송이개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고, 송이개는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라마의 시선을 피했다.

"
옥사가 어디 있죠?"

차분한 어조로 묻는 말에, 멋쩍어하는 송이개를 바라보던 모용연이 대답했다.

"
제가 안내할게요."

라마가 다시 오른손을 들자, 서화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모용연과 라마가 서화를 데리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송이개는 어쩐지 발이 떨어지지 않아, 그곳에 선 체 망연히 바라보고 서 있었다.



***



야심한 밤이었다.

어디서 찾아왔는지 허름하고 작은 술상 하나를 앞에 놓고, 술병 하나 덩그러니 놓은 체 송이개가 망연자실 앉아 있었다.

술병 채로 술 한 모금 마시고는, 안주 대신 무거운 한숨을 내려놓았다.

순간, 번쩍 하는가 싶더니 그 옆으로 라마가 나타났다.

송이개는 나타난 라마를 술 취한 듯, 붉은 표정으로 무심히 바라보더니 이내 먼 산 바라보듯 시선을 돌렸다.

"
가주한테 다녀오는 길이에요. 지금 돌아오고 있습니다."

"
예... 다행입니다."

라마의 말에도 영혼 없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송이개를 보며, 라마가 그 옆에 걸터앉았다.

"
왜 그러셨어요?"

의미심장하게 묻는 라마의 질문에, 송이개는 먼저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
제가 못난 놈이라 그렇지요."

송이개가 술병을 들어 다시 한 모금 마시고는, 습관처럼 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
저더러, 그놈들을 쳐 죽이라 하더군요. 평소 그놈들이 저를 무시하고 조롱하고... 멸시했지요."

라마는 문득 지난번 식사 때, 홀로 푸대접을 받던 송이개의 모습을 떠올렸다.

"
차마 죽이지 못했습니다. 무림에 살면서 숱하게 사람 죽는 걸 봐왔는데, 막상 제 손에 피를 묻히려니... 어렵더이다."

라마는 그런 송이개의 말에 수긍이 갔다.

"
그래 놓고 원망하지 않는다 했죠. 그랬더니 제게 그럽디다.... 거지인 줄 알았더니... 보살이라고. 거짓말인데..."

송이개가 다시 술병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취기 오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그래서 그랬습니다. 죽이고 싶은데 죽일 수가 없어서.... 그대로 두고 가면 그 종놈이 다 죽일 거란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자리를 비웠습니다. 차도살인이라고 하죠. 내손에 피 안 묻히고 사람 죽이는 거죠. 제가 그런 놈입니다."

라마는 왠지 그런 송이개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안주거리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금방 가져올 수 있는데..."

"
아뇨... 술도 이제 다 마셨습니다."

"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죽을 만한 놈들이었으니..."

"
그럽니까? 비난하고 조롱했으니... 죽어 마땅한 놈들입니까?"

그의 질문에 라마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
명교라고 그럽디다."

"
들었어요. 자신들을 명교라고...."

"
비루먹고 할 줄 아는 게 없는 그런 종놈도 거기 들어가서 세상을 바꾸려 한다니...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송이개의 말에 라마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
왜요? 거기 들어가시게요?"

"
이 못난 놈이 어디 가서 환대받겠냐마는... 세상을 좋게 바꿀 수 있다면, 못할 것도 없지요. 아! 그럼 소협과 척을 지게 되는 것입니까?"

장난기 어린 송이개의 물음에, 라마가 웃음 지었다.

"
아뇨. 설마요. 아저씨가 정파든 사파든, 마교... 아니 명교든. 이제 아저씨는 제 친구니까요."

라마가 호칭을 친근하게 아저씨로 바꿔 부르자, 송이개가 고개를 들어 올려, 서 있는 라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고맙습니다. 소협. 이 못난 놈을 친구라 불러주시고."

라마는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
너무 과음하지 마시고, 주무세요."

"
예, 그리합죠."

돌아오던 라마는 중간에 문득 고개를 돌려 송이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언제나처럼 씩씩하고 활달해서 몰랐던 걸까? 어쩐지 푹 수그러든 그의 뒷모습이 측은해 보였다.

라마는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무림에 오기 전 자신이 딱 그러했으니.

지금은... 과연 달라진 걸까?



***



새벽 무렵, 황급히 돌아온 모용세가의 사람들로, 아침 해가 뜨기 전부터 소란스러웠다.

라마의 이야기를 듣고 모용무훈은 물론 차기 가주인 모용성훈까지 달려왔다.

"
소협, 가문의 위기를 구해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성훈과 무훈의 감사 인사에 라마는 살짝 머쓱하게 웃으며 답했다.

"
응당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라마의 말에 성훈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라마가 말을 이었다.

"
장하기 맹주님을 만나 뵙고 싶은데, 도와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
장맹주를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
다른 건 아니고, 황궁의 청을 받았습니다. 맹주께서 무고하신 지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해 달라시더군요."

"
아~ 그렇습니까? 그런 일이라면 응당 도와드려야지요. 저희가 서첩을 하나 적어드릴 테니 가지고 가시면, 능히 만나 뵐 수 있을 것입니다."

"
감사합니다. 모쪼록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
예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성훈과 무훈이 물러가고, 잠시 뒤에 배를 문지르며 송이개가 들어섰다.

전날의 취기가 체 가시지 않았는지, 얼굴이 벌겋고 불편한 듯 인상을 쓰고 있었다.

"
괜찮아요?"

라마가 건네는 말에, 송이개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 보였다.

"
죽겠습니다."

"
그러니까 웬 술을 그렇게 드셨어요..."

물어보듯 건네려던 말 끝을 흐렸다. 그가 왜 마셨는지 새삼스레 물어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송이개가 한쪽 의자에 조심스럽게 걸터앉을 무렵, 또다시 누군가 들어섰다.

살짝 인사를 하고 들어오는 그녀는 바로 모용연이었다.

그녀는 가벼운 목례를 해보인 뒤, 바로 송이개에게 다가갔다.

"
아저씨, 괜찮아요?"

그녀는 송이개의 상태를 살피며 친근하게 다가섰고, 송이개는 넉살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
아유, 물론이죠. 아가씨. 이 정도로는 끄떡없습니다."

"
에이, 땀도 흘리시는데.... 이쪽으로 오세요. 제가 적당한 식사를 준비해 놨어요."

"
아닙니다, 아가씨. 괜찮습니다."

"
얼른 오세요."

모용연이 송이개의 팔을 잡아끌어 데리고 나가며, 라마에게 살짝 수줍은 듯 말했다.

"
소협도... 같이 식사하시죠?"

"
아, 예. 그리하죠."

라마가 선뜻 나서서 따라가니, 송이개도 더 마다 못하고 말했다.

"
가겠습니다. 그리니 이 손 놓으셔도 됩니다."

자신을 잡아끄는 모용연에게 말해보지만, 모용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이개를 잡아끌듯이 식사가 준비된 정자로 데리고 갔다.

뜨근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음식이 놓여 있고, 하녀 두 명이 그 옆에 서 있었다.

"
자, 소협께서도 얼른 드시지요."

모용연의 말에 라마는 살짝 웃어 보인 뒤 자리에 앉았고, 그 옆으로 송이개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머쓱해하는 송이개가 편할 수 있도록, 라마가 먼저 음식을 집어 먹기 시작했고, 송이개는 눈치를 살피다가 따라서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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