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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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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검휘필
· 최초 등록: 2025.10.26 · 최근 연재: 2025-10-26
읽기 시간 예측: 약 9.56분

31화 - #2


"누구를 따라간다고?"

모용무훈이 놀라 묻는 말에, 모용연이 결심을 굳힌 듯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대답했다.

"소협을 따라가고 싶습니다."

"소협이 어딜 가는 줄 알고 따라간다는 것이냐?"

"듣기로 무림맹을 간다 들었습니다."

"소협은 수락한 것이냐?"

"아직 묻지 않았습니다."

모용연의 대답에 모용무훈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번, 너를 분파에 보냈다가, 의천맹의 습격으로 분파가 파쇄되었단 소리를 듣고, 내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이제 또다시 위험한 길을 가겠다고 하니..."

"무림맹으로 가는 길입니다. 어찌 위험하다고만 생각하십니까?"

"다 큰 딸이 외갓남자와 먼길을 간다고 하는데, 어찌 놔두겠느냐?"

"송공도 함께 간다 하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소협은 제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주셨습니다."

"혹시... 그자에게 마음이 있는 것이냐?"

모용무훈이 조심스레 묻는 말에, 모용연은 얼굴을 붉혔다.

"그,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날의 일이 실상은 마교의 술수였고, 무림맹이고 의천맹이고 할 것 없이 마교의 첩자들이 즐비하다 들었습니다. 제 손으로 직접, 그 일의 진상을 알아내고자 합니다."

"이미 그 분파일로 네 목숨을 노리고 있다. 문중에 남는 것이 안전할 것이야."

"행여나 누가 저를 죽일까, 집안에 틀어박혀 두려움에 떠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두려움에 당당히 맞서라 가르치시지 않았습니까?"

"이러라고 그리 가르친 것은 아니었다."

모용연의 대답에 모용무훈이 후회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담이가 알면 나를 원망할 것이다."

체념하듯 말하는 모용무훈을, 모용연이 웃으며 달려가 와락 끌어안았다.

모용무훈이 마지못한 듯 그녀를 안고, 어린 딸을 대하듯 등을 토닥 거렸다.

"걱정 마세요. 소협도 있고, 제 한 몸 지킬 수 있습니다."

"제 한 몸은 지키라고 무공을 가르친 것이 후회스럽구나."

모용연이 피식 웃고는,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반드시 진상을 알아내겠습니다."

"진상을 알아내기 위해 무리하지 말거라. 조급하면, 실수를 하는 법이다."

"신중하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가는 모용연의 뒷모습을, 모용무훈이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그는 손에 든 술잔을 어루만지다가 싸늘한 눈빛으로 마주 선 남자를 응시했다.

"그자의 무공에 대해 아는 바가 있습니까, 상보 나으리."

어쩐지 그가 부르는 호칭이 불쾌하게 느껴졌다.

"아는 바가 없네. 다만, 그가 쓰는 경신술이 상당한 경지임은 알고 있네."

상보의 말에 그는 입술 끝을 내리며 예상한 대답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제가 그자를 죽여 얻는 것이 무엇이죠?"

"교단의 목적을 이루는 데 있어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니, 교단이 그대의 업적을 잊지 않고 보상할 것이네."

"지금까지도 업적이 제법 쌓인 것 같은데... 어쩐지 제가 얻은 보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상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우리는 중원 무림 제패라는 거대한 계획을 수행 중에 있네. 아직은 보상을 운운할 때가 아님을, 그대도 알지 않은가?"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술잔을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그럼요. 알고 있지요. 그래서 여태 기다린 것 아니겠습니까? 다만... 행여나, 이 소인이 기대한 것과 다른 보상이 온다면.... 저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상보 나리."

상보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며 말했다.

"감히 교단을 협박하는 것인가?"

"아하하, 과하십니다. 제가 어찌 감히 교단을 협박할 수 있겠습니까?"

이어 얼굴을 빼꼼히 내밀며 말했다.

"저는 지금, 상보 나리를 협박하는 것입니다."

"이제와 나를 협박해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그간 쌓은 공적만 날리게 될 것을... 기왕에 협조하기로 하였으니, 마지막까지 협조해야 뭐라도 하나 건져 갈 것 아니겠는가?"

"그걸 기대했는데... 이거... 보상을 받을 때 쯤이면, 제가 백발노인이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염려스러워서 말이죠."

"그런 걱정이라면 염려 말게. 자네처럼, 이미 무림맹과 의천맹 내에 상당수가 우리에게 협조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황궁 안에도 우리 쪽 사람이 상당수 포섭되어 있네. 곧 중원 무림이 우리 손에 떨어질 것이니. 자네는 남은 일이나 마무리 잘하고, 그때 돼서 한몫 단단히 챙기면 그뿐 아니겠는가?"

"물론... 그러하죠."

"그럼, 알아들은 것으로 알고 이만 일어나 보겠네."

상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상보를 올려다보았고, 상보가 몸을 돌려 나가려 하자, 좌우로 나뉘어 서 있던 그의 수하들이 칼을 뽑아 들고 상보의 앞을 막아섰다.

상보는 잠시 그런 수하들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말했다.

"이보게 섭비. 정녕 이럴 것인가?"

섭비. 그는 굳어진 표정으로 상보를 바라보다가, 갑작스레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죄송합니다. 수하 놈들이 이놈의 장난을 못 알아본 듯합니다."

섭비가 손을 휘이휘이 내젓자, 수하들이 칼을 거두로 뒤로 물러났다.

"부디, 몸 조심히 돌아가시지요."

섭비의 의미심장한 말에, 상보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방을 나섰다.

밖에는 다수의 섭비 부하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가운데, 그 앞으로 상보가 데려온 일행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만 돌아가자."

상보의 말에 수하들이 고개 숙여 보였고, 상보가 말에 올라타기 무섭게 그 자리를 서둘러 떠나기 시작했다.

방문이 열리고 섭비가 나와 떠나가는 상보의 뒷모습을 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대충 쓰다 버릴 생각이라면, 그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섭비가 그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사이, 떠나가는 상보 역시 혼잣말로 말했다.

"역시나 상대하기 쉬운 자가 아니야."

상보 곁으로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건네었다.

"상보 나리, 저자가 우리 뜻대로 움직일 것 같습니까?"

그는 일전에 상보와 함께 혈사에게 조언을 했던 여섯 책사 중 한 명이었다.

"그는 간계에 출중하고 눈치가 빠르니, 우리 의도를 어느 정도 짐작은 할 것이네. 허나, 짐작한다 해도 달리 뾰족한 수가 없을 터. 알면서도 결국 우리 뜻대로 움직이게 될 것이네."

"하긴, 그렇죠. 이미 의천맹을 배신한 것을 우리가 알고 있는데, 제놈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 해도 방심하긴 글러. 의천맹 전체가 아직 우리 수중에 들어온 것도 아니고, 특히 신진 사파 세력들은 혈기왕성하여 우리 쪽 사람을 심기가 무척이나 어려워."

"예, 맞습니다. 근래 들어 특히나, 은사월의 행보가 요상합니다. 그자의 행적을 쫓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일하백영(日下白影)이라... 그자의 경신공이 상당하다 했지. 경신공이 뛰어난 인물들이 대체로 그 행적을 쫓기 어려운 것은 예상하던 바. 은사월은 물론, 새로이 공주 곁을 맴도는 자에 대해서도 촉각을 세워야 할 것이야."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참... 그러고 보니... 공주 곁을 맴도는 자가, 은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 했던가?"

"예... 아, 그러고 보니, 은사월도 은색 머리카락을 지니지 않았습니까? 혹... 둘이 같은 사람이 아닐지요?"

"과연... 허나, 은사월이 있는 곳과 황궁은 거리가 상당한 데... 제아무리 경신공이 탁월하다 해도, 그 거리를 단숨에 오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그렇지요."

"혹시 은사월에게 형제가 있었던가?"

"예. 있습니다. 동생이 있습지요. 그자도 분명 머리가 은색이라 들었습니다."

"자세히 알아보게.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고수일 수도 있어."

"예, 바로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길을 가며 상보는 상념에 잠겼다.

요 근래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자신의 예상에서 한참을 벗어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알 수 없는 묘한 위기감이 그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었다.



***



준비를 하고 있던 라마는 송이개와 함께 와서 같이 가겠다는 모용연을 멀뚱한 눈으로 바라보고 서 있었다.

"소협?"

송이개가 멋쩍은 표정으로 라마를 부르니, 라마가 무심한 표정에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싫은데?"

한껏 기대했던 모용연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 어찌하여 그러십니까? 폐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싫어. 귀찮아. 거치적거려."

라마의 냉정한 말에 모용연의 표정이 굳어졌다.

"소협!"

앙칼진 모용연의 말에, 라마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어제 그자들도 상대 못해서 포로가 될 뻔했지 않나? 번번이 내가 지켜줄 수 없어."

"어제는 기습을 당하여 그런 것입니다."

"또 기습당하지 말란 법도 없어. 심지어 어제 나는 독을 먹고 죽을 뻔했다고."

그의 말에 송이개가 놀라 물었다.

"독을요? 해독제를 드신 겁니까?"

"아뇨. 그냥... 뭐 기로 대충 내보냈어요."

"기? 기로요? 기로 독을 내보냈단 말입니까?"

"예.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그런 위험한 상황이 또 없을 리 없으니... 사람이 많아서 좋을 게 없죠."

황망한 표정에 송이개가 입을 벌리고 멍하니 바라보는 사이, 모용연이 말했다.

"제 몸은 제가 챙기겠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소협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마교는 저를 노리고 있습니다. 저와 송공을 노리고 있죠. 함께 하면, 저들의 의도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의도는 이미 알겠는데? 무림을 장악하겠다는 거 아닌가?"

"하지만 저들이 어디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는, 모르지 않습니까? 그것을 알아내고 알려야만 합니다."

라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가볍게 도와서 일 해결해주고, 다른 일에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쩐지 너무 깊숙이 들어와 버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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