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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희
· 최초 등록: 2025.10.04 · 최근 연재: 2025-10-05
읽기 시간 예측: 약 7.84분

2화 - #2



본부장님이 나올꺼라고는 생각도 못한 요상한 꿈때문에 멍때리는 시간이 많아져 평소보다 출근준비가 늦어졌다.


'으악~ 지각하겠네.. 이다정 사전에 지각이란 없지!!'


조급하게 걸음을 빨리하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돌진하는 다정의 옆으로 청량감있는 향이 스쳐지나갔다.


'오~냄새 좋다~누구야?'


향기를 따라 고개를 돌린 다정은 힉! 하며 헛숨을 들이켰다.


'뭐야? 새벽부터 출근해 임원진들 군기가 바짝 들었다는 소문이 돌던데.. 어쩐일이래 이시간에 출근하고? '


꿈속의 남자 지서준 본부장님이 여유롭게 자신을 지나쳐 운좋게 딱맞춰 열린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더 타려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는 눈빛으로 주위를 쳐다봤다.


그 눈빛이 순간 뒷걸음 치는 다정의 눈과 마주쳤다.


심장이 쿵덕쿵덕대는 다정은 꿈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본부장님과 나란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용기가 없었다.


어설프게 웃으며 본부장님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몸을 돌려 계단으로 향했다.


몸을 돌리는 찰라, 얼핏 본부장님이 한쪽 눈썹을 올리며 자신을 향해 의아한 시선을 던졌던것 같다.


'설마, 본부장님도 나와 같은 꿈을 꾼건 아니겠지?'


다정은 비상문을 열기 전 닫힌 엘리베이터를 향해 의심스런 눈빛으로 한번 째려보고는 손잡이를 돌렸다.


'나도 참, 그럼 우리팀 황과장님이 꿈에나오면 황과장님도 나랑 같은 꿈을 꾸나? 하하하.. 꿈이 너무 생생해서 내가 별 이상한 생각을 다하네..'


'으악~ 진짜로 지각하겠네!!'


다정은 헐레벌떡 계단을 뛰어올랐다.


사무실에 도착해 무사히 9시 5분전 자신의 자리에 안착한 다정은 심호흡을 하고 컴퓨터를 켰다.


옆자리인 김민수 대리가 말을 걸어왔다.


"어쩐일이야? 이대리가 이시간에 오고? "


아무래도 입사동기이다 보니 독종으로 자신을 떨떠름하게 보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나마 좀 더 자신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편이다.


다정의 무시에도 여상하게 자신을 대하는 김대리를 향해 다정도 딱히 거리를 더 두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나마 부서에서 김대리와 다정은 공동 프로젝트가 있을때 같이 손발을 맞춰 일하는 경우가 많았고 편했다.


"그냥, 늦잠을 좀 잤어."


김대리가 의외라는 눈빛을 보내더니 다정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속삭였다.


"지서준 본부장..."


순간 다정은 지레 찔려 뜨끔했다.


"본부장님이 왜?"


"완전 윗대가리들 물갈이 하려나봐... 요 며칠 과장급 이상들은 다 한번씩 본부장실로 들어가서 깨지고 나오는것 같다더라고.."


다정은 더 해보라며 김대리를 향해 눈빛으로 종용했다.


"나랑 친한 회사내 정보통에 의하면 중요한 프로젝트때문에 팀을 꾸린다는 말이 있어.."


"어떤 프로젝트인지는 모르고?"


"나도 아직까지는 ... 그런데 본부장님이 각 부서 과장급 이하 직원들의 업무성과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했대"


그때 부장실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박수환부장이 과장들을 불렀다.


"황과장, 홍과장! 본부장님 호출이야!! 아이구~아주 아침부터 또 정신없겠네"


박부장님은 궁시렁거리며 두 과장님을 데리고 사무실을 나섰다.


"본부장님이 출근한 날부터 아주 난리도 아닌가봐~ 아무래도 우리 진정이 그동안 매출실적이 많이 떨어졌지.. 제품들도 그대로 안주한지 오래고 신제품 출시도 지지부진했고, 그래서 아주 갈아엎을 작정인가봐"


"난 찬성이야~ 오래만에 일할맛 나겠는데?"


"으으~ 이대리야 일중독자니까.. 난 가늘고 길게 그렇게 평화롭게 오래다니고 싶다.."


김대리는 진저리를 쳤다.


다정은 과장되게 몸서리를 치는 김대리를 향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일하라며 고개짓을 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신을 향해 시선을 주던 본부장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처음이었다. 다른사람에게 관심없던 다정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사람은.


'쯧, 역시 나도 어쩔 수 없는 얼빠였어..."


지서준 본부장님의 얼굴이 머리속에서 사라지길 바라며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



서준은 일원그룹의 후계자로 일원호텔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공적으로 운영중이었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일원호텔 베이커리를 시작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진정식품을 인수하고 얼마전부터 진정식품으로 출근하고 있었다.


진정식품은 신생기업이 아닌 오래전부터 유지되어 온 중견 기업이었다.


꼰대같은 경영진들이 모험은 하지않고 현재에 안주하며 명맥만 유지해오다 결국엔 일원그룹에 흡수되었다.


서준은 더이상 이런 방만한 경영을 두고 볼 생각은 없다. 그저 쇠퇴해가는 식품업체를 심심풀이로 인수한 건 아니니까.


서준은 직원들의 지난 성과보고서 서류철을 열었다.


그렇게 집중해서 서류를 넘기던중 문득 오늘 아침 엘리베이터를 타려다 계단을 향해 뒷걸음치던 여직원의 모습이 떠올랐다.


'설마.. 날 피한건가? 오늘 처음 본 얼굴인데.. 그럴리가'


왜 갑자기 그 여직원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순간 서준의 입에서 피식 웃음이 샜다.


'꿈에 여자가 나와서 그런가? 어이 없네.. 내가 언제부터 여자에 관심있었다고..'


서준의 인생목표에 여자는 없었다. 그저 일을 통해서 성취감을 맛보고 어려운 일을 해냈을때 짜릿함을 좋아했다.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또 성공하면 또다른 일을 찾는 일중독자 였다.


서준은 일이 좋았다. 그런 자신이 아침에 잠깐 스친 여직원을 생각하고 있다니 스스로도 기가 찰 노릇 이었다.


'그리고, 특별히 이쁘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그런 안경은.. 정말..'


작은 얼굴에 반이나 차지하는 커다란 안경속 작은 눈으로 세상이 보이기나 할까 싶었다.


서류철로 시선을 내린 서준은 다시 서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잠시후 본부장실에서 나온 서준은 비서를 향해 "
각 부서 과장급 이상은 지금 바로 모두 대회의실로 모이라고 해주세요!" 라며 지시를 내리고 사무실을 나섰다.


***


그렇게 다정과 서준은 그냥 하룻밤 꿈으로 무시해버렸다


또다시 꿈을 꾸기 전까지..


****


다정은 또다시 느껴지는 시선에 눈을 떴다.


아니나 다를까 본부장님이 어김없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다정도 화가났다.


'왜? 째려봐? 나도 기분나빠!!'


본부장님이 화를 참듯 눈을 한번 감았다 뜨더니 물었다.


"
당신 뭡니까? 어떻게 들어온겁니까?"


'엥, 들어와? 여기 우리집아냐?' 다정은 얼른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곤 황당한 얼굴로 본부장님을 쳐다봤다.


'여기 어디야?' 변명을 하려 입을 여는 순간 또다시 익숙한 멜로디가 울렸다.


다정은 눈을떴다. 억울했다.


"
아씨~ 또, 뭐야 내꿈에 나온거야? 아님 내가 본부장님 꿈에 들어간거야?"


그곳은 다정의 침실이 아니였다. 그럼 본부장님 댁인가?


"
으악~ 뭐야!! 도대체 왜 이런 꿈을..."


확실히 몸은 좋았어... 중얼거리며 꿈속에서 얼핏 본 본부장님의 벗은 상체를 떠올렸다.


다정은 주먹으로 머리통을 때리기 시작했다.


"
미쳤어!미쳤어! 그 남자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아니니? 내가 그 동안 남자를 너무 멀리했나? 욕구불만? 미친거지.."



그리고 며칠후, 또다시 꿈에서 눈을 뜬 다정은 나오려는 비명을 재빨리 손으로 막았다.


오늘은 웬일로 본부장님이 잠들어 있었다.


그래서 다정은 주위를 찬찬히 둘러볼 수 있었다. 역시나 다정의 침실이 아니였다.


'본부장님 침실인가? 우찌, 이리 꿈이 생생할꼬? 아주 휑하네~ 사람처럼 침실도 아주 삭막해.'


본부장님의 침실은 정말 딱 자기 위한 방으로 보였다.


침대, 그리고 없다. 그냥 커다란 방에 커다란 침대 뿐이었다. 그나마 가구라고 쳐준다면 침대옆 협탁뿐이었다.


다시 시선을 내려 본부장님의 얼굴을 쳐다본 순간 서서히 눈을 뜨려는 본부장님의 눈과 마주쳤다.


그때 익숙한 알림이 들렸다.


'다행이다~ 안녕~!' 속으로 인사를 마친 다정은 안도의 미소를 날리며 그렇게 눈을 떴다.


아주 무섭고 악독한 꿈!! 오늘 하루 몸조심해야지! 다정은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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