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 #7
설레는 마음으로 사무실에 들어선 다정은 자리에 앉으며 슬그머니 본부장님 방으로 시선을 주었다.
'잉? 아직 안오셨네?'
아무도 없는 빈 자리에 은근 긴장했던 어깨에 힘이 풀리며, 들떴던 기분이 가라앉았다.
드르륵 드르륵
'깜짝이야' 넋놓고 있던 다정은 휴대폰 진동음에 순간 움찔하고 놀라 얼른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오늘저녁 언니가 놀아줄께~ 다정하게 한잔 오케이?]
수연의 메시지가 아니었더라도, 오늘쯤 자신이 연락할 예정이었다.
[콜~! 어디서 만나?]
[너희 회사 로비!ㅎㅎ]
'흠...' 엉큼한 마지막 메시지에 다정은 피식 웃었다.
하루를 시작하는 어수선한 사무실 풍경에 녹아들며 업무준비를 시작하려는 다정의 귀에 평소와는 다르게 조용히 인사하며 들어서는 최재원대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십니까"
다정만 그렇게 느낀건 아닌지 사무실에 앉아있던 몇몇 팀원들도 의아한 얼굴로 최재원대리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곧장 자신의 자리로 가 앉는 최재원대리에게서 조급하고 불안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걷는 걸음에 힘이 없어보여 걱정스런 맘에 가까이 다가가 안부를 물으려던 표대리는, 재원의 얼굴에 놀라 목소리가 높아졌다. 오른쪽 이마에 붙은 반창고때문인지 재원의 하얀얼굴이 더 창백해 보이는 듯 했다.
"어머, 최대리님, 무슨일 있으셨어요? 이마가?"
"어제, 작은 사고가 있었어요..., 별거 아니예요. 괜찮습니다."
재원이 옅게 미소 짓고 괜찮다며 마치 상처를 숨기려는 듯 이마를 짚었다.
옆자리 인 다정은 이마를 다쳤다는 말에 마침 고개를 돌리다, 이마를 짚으며 자신을 힐끔 쳐다보는 재원과 눈이 마주치곤 흠칫 소름이 돋았다.
'왜...,왜...?' 다정은 고민에 빠진 사람처럼 시름에 잠긴 눈으로 자신을 보던 재원의 눈빛에 마음이 불안했다. 마치 고등학생으로 돌아가 교실에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빨리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가슴이 쿵쾅거렸다.
재원이 걱정된 팀원들이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다정은 점점 숨쉬기가 힘들었다.
"무슨 사고? 교통사고였어?"
순간 들려온 이과장님의 목소리가 공포속으로 빠져들던 다정을 겨우 붙잡았다. 다정은 벌떡 일어나 모여든 팀원들을 헤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달려나가는 다정의 뒷모습에 팀원들은 좋지 않은 시선을 던지며 마음속으로 '독종 아니랄까봐' 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내 재원에게로 고개를 돌려 따뜻한 시선과 위로의 말을 건넸다.
다정이 신경쓰였던 재원은 자신의 눈을 피하고 사라지는 뒷모습에 우울해졌다. 이제는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다정에게 슬슬 화가 나려했다.
'시간이 없는데..., 나 정도면 괜찮은거 아닌가? 이제 좀 받아주면 안되는거야!'
화장실 변기 앞에 쪼그리고 앉은 다정은 먹은것도 없는 빈속에 미친듯이 헛구역질을 했다. 나오는게 없어 위가 쥐어짜듯 아프고 눈물이 났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진정되기를 기다린 다정은,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세면대로 다가갔다. 손을 씻고 입을 헹군 뒤 한동안 거울속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다, 바로 사무실로 돌아갈 자신이 없어 비상계단을 이용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업무를 시작할 시간이 지나서 인지, 추운 겨울 날씨 덕분인지 다행히도 옥상은 다정의 독차지였다.
아직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손발이 자잘자잘 떨렸다.
이젠 거의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본부장님 꿈을 꾸면서, 그런 본부장님을 현실에서 마주치고 가슴 설레어 하는 자신을 보면서 안심했나보다.
다정이 이쁘다는 소문이 돌자 남학생들은 다정을 보기위해 시시때때로 찾아왔다. 남학생들의 시선에서 다정이 숨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디든 찾아내는 남학생들때문에 다정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교실 자신의 자리에만 앉아 있었다. 그럴때마다 느껴졌다.
호기심, 욕구, 짜증, 수줍음, 욕정, 질투 등등등 그런 온갖 추악한 욕심들이 가득 뒤섞인 시선들이.
자신을 바라봐주길 바랐고, 바라봐 주지 않는다고 의기소침해다가, 애원하거나, 초조해다가, 원망하거나 종국엔 다정을 힘으로 억누르려 결심하는. 그런 시선들이 모여 다정이 고등학교 자퇴를 하게되는 사건을 만들어 냈다.
아까 재원에게서도 느껴졌다, 자신을 향한 욕심으로 전전긍긍하는 그 마음이.
'휴...'
***
어느새 떠오르던 얼굴이 희미해져 가자, 기억에서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습게도, 그때를 기다린것 처럼 여자는 꿈속에 다시 나타났다. 자신을 잊지 말라고 나타난 걸까?
이제는 억지로 잠을 자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서준은 모처럼 만에 기분좋게 사무실로 들어서다, 최재원의 주위에 둥글게 모여있는 팀원들의 모습에 좋았던 기분이 사그라들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무슨일 있습니까?"
"네, 안녕하십니까"
재원의 주변에 모여있던 팀원들이 흩어지며 인사를 마주 건넸다. 팀원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서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최대리가 어제 작게 교통사고가 났는데, 이마를 조금 다쳤다고 하네요. 그래서 괜찮은지 물어보고 있었습니다."
이과장이 서준에게 다가서며 최재원의 사정을 설명했다.
서준은 최재원에게 다가가 얼굴을 들여다봤다. 이과장 말대로 이마에 반창고가 붙어있어, 사고가 있었다는걸 알려주고 있었다.
"최대리, 교통사고라면서 다른곳은 괜찮습니까? 쉬어야하는데 출근한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이마만 살짝 긁힌거라, 괜찮습니다."
서준이 보기에도 최재원은 멀쩡해 보였다. 다만, 풍기는 분위기가 평소와는 다르게 어두웠다.
그러고보니, 옆자리 인 이다정대리가 보이지 않았다. 서준은 다정이 점심시간 외 자리를 벗어난걸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다른 직원들은 간혹 차를 마시거나 잡담을 하기위해, 혹은 잠시 쉬고싶어서 자리를 비우기도 하는데, 다정은 회의가 없으면 업무시간 내내 꼼짝않고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일만 하다가 퇴근했다.
그런 다정이 업무 시작도 지난 시간에 자리를 비웠다니 의외였다.
"혹시 몸이 안좋아지면 조퇴하십시오. 일보다는 건강이 우선입니다"
"네."
서준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으며 최재원을 다시 쳐다봤다.
'뭔가 있는데...'
한참이 지나서야 사무실로 들어서는 다정의 모습이 보였다.
굳은 얼굴로 자리에 앉은 다정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잔뜩 몸을 움츠렸다.
서준은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창문 너머 사무실에서 느껴지는 뒤숭숭한 기운에 솟구치는 짜증을 누르려 노력했다.
***
평소와는 다르게 말없이 일만하는 재원의 가라앉은 분위기에 팀원들은 쉽게 말 붙이기 어려워했고, 하루종일 사무실 분위기가 어색했다.
상석에 앉아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서준의 얼굴이 유독 냉랭해 회의 분위기도 내내 딱딱하고 싸늘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서준이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하더니 이쯤에서 마무리를 하려는 듯 고개를 들어 팀원들을 돌아봤다.
"다음주 수요일 오후에 일원호텔 베이커리 매장에 방문할 예정입니다. 이다정대리님!"
다음주 업무 일정표를 확인하고 있던 다정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고개를 들었다.
자신에게 쏠리는 팀원들의 얼굴에 약간의 적개심이 어려있음이 느껴졌다. 아마 오전의 일때문이리라.
더불어, 하루종일 자신을 따라다니는 재원의 침울한 시선도, 다정은 완벽하게 차단하며 무시했다.
"네" 다정은 오직 본부장님의 얼굴만 쳐다보며 여상하게 대답했다.
그런 다정의 얼굴을 쳐다보던 재원은 삐딱해지는 자신의 기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 종일 자신은 무시하더니...'
"제가 3시에 일정이 끝납니다. 바로 출발할테니 확인해야할 내용은 미리 체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황과장님과 함께 움직이게 될 줄 알았던 다정은 자연스럽게 자신과의 동행을 지시하는 본부장님의 말에 난처한 한편, 들뜨는 기분에 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대답하는 다정의 뺨이 발그레하게 달아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재원은 자신의 가슴에서 불길이 확하고 타오르는걸 느끼고는 책상 밑으로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사무실에 들어선 다정은 자리에 앉으며 슬그머니 본부장님 방으로 시선을 주었다.
'잉? 아직 안오셨네?'
아무도 없는 빈 자리에 은근 긴장했던 어깨에 힘이 풀리며, 들떴던 기분이 가라앉았다.
드르륵 드르륵
'깜짝이야' 넋놓고 있던 다정은 휴대폰 진동음에 순간 움찔하고 놀라 얼른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오늘저녁 언니가 놀아줄께~ 다정하게 한잔 오케이?]
수연의 메시지가 아니었더라도, 오늘쯤 자신이 연락할 예정이었다.
[콜~! 어디서 만나?]
[너희 회사 로비!ㅎㅎ]
'흠...' 엉큼한 마지막 메시지에 다정은 피식 웃었다.
하루를 시작하는 어수선한 사무실 풍경에 녹아들며 업무준비를 시작하려는 다정의 귀에 평소와는 다르게 조용히 인사하며 들어서는 최재원대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십니까"
다정만 그렇게 느낀건 아닌지 사무실에 앉아있던 몇몇 팀원들도 의아한 얼굴로 최재원대리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곧장 자신의 자리로 가 앉는 최재원대리에게서 조급하고 불안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걷는 걸음에 힘이 없어보여 걱정스런 맘에 가까이 다가가 안부를 물으려던 표대리는, 재원의 얼굴에 놀라 목소리가 높아졌다. 오른쪽 이마에 붙은 반창고때문인지 재원의 하얀얼굴이 더 창백해 보이는 듯 했다.
"어머, 최대리님, 무슨일 있으셨어요? 이마가?"
"어제, 작은 사고가 있었어요..., 별거 아니예요. 괜찮습니다."
재원이 옅게 미소 짓고 괜찮다며 마치 상처를 숨기려는 듯 이마를 짚었다.
옆자리 인 다정은 이마를 다쳤다는 말에 마침 고개를 돌리다, 이마를 짚으며 자신을 힐끔 쳐다보는 재원과 눈이 마주치곤 흠칫 소름이 돋았다.
'왜...,왜...?' 다정은 고민에 빠진 사람처럼 시름에 잠긴 눈으로 자신을 보던 재원의 눈빛에 마음이 불안했다. 마치 고등학생으로 돌아가 교실에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빨리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가슴이 쿵쾅거렸다.
재원이 걱정된 팀원들이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다정은 점점 숨쉬기가 힘들었다.
"무슨 사고? 교통사고였어?"
순간 들려온 이과장님의 목소리가 공포속으로 빠져들던 다정을 겨우 붙잡았다. 다정은 벌떡 일어나 모여든 팀원들을 헤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달려나가는 다정의 뒷모습에 팀원들은 좋지 않은 시선을 던지며 마음속으로 '독종 아니랄까봐' 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내 재원에게로 고개를 돌려 따뜻한 시선과 위로의 말을 건넸다.
다정이 신경쓰였던 재원은 자신의 눈을 피하고 사라지는 뒷모습에 우울해졌다. 이제는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다정에게 슬슬 화가 나려했다.
'시간이 없는데..., 나 정도면 괜찮은거 아닌가? 이제 좀 받아주면 안되는거야!'
화장실 변기 앞에 쪼그리고 앉은 다정은 먹은것도 없는 빈속에 미친듯이 헛구역질을 했다. 나오는게 없어 위가 쥐어짜듯 아프고 눈물이 났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진정되기를 기다린 다정은,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세면대로 다가갔다. 손을 씻고 입을 헹군 뒤 한동안 거울속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다, 바로 사무실로 돌아갈 자신이 없어 비상계단을 이용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업무를 시작할 시간이 지나서 인지, 추운 겨울 날씨 덕분인지 다행히도 옥상은 다정의 독차지였다.
아직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손발이 자잘자잘 떨렸다.
이젠 거의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본부장님 꿈을 꾸면서, 그런 본부장님을 현실에서 마주치고 가슴 설레어 하는 자신을 보면서 안심했나보다.
다정이 이쁘다는 소문이 돌자 남학생들은 다정을 보기위해 시시때때로 찾아왔다. 남학생들의 시선에서 다정이 숨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디든 찾아내는 남학생들때문에 다정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교실 자신의 자리에만 앉아 있었다. 그럴때마다 느껴졌다.
호기심, 욕구, 짜증, 수줍음, 욕정, 질투 등등등 그런 온갖 추악한 욕심들이 가득 뒤섞인 시선들이.
자신을 바라봐주길 바랐고, 바라봐 주지 않는다고 의기소침해다가, 애원하거나, 초조해다가, 원망하거나 종국엔 다정을 힘으로 억누르려 결심하는. 그런 시선들이 모여 다정이 고등학교 자퇴를 하게되는 사건을 만들어 냈다.
아까 재원에게서도 느껴졌다, 자신을 향한 욕심으로 전전긍긍하는 그 마음이.
'휴...'
***
어느새 떠오르던 얼굴이 희미해져 가자, 기억에서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습게도, 그때를 기다린것 처럼 여자는 꿈속에 다시 나타났다. 자신을 잊지 말라고 나타난 걸까?
이제는 억지로 잠을 자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서준은 모처럼 만에 기분좋게 사무실로 들어서다, 최재원의 주위에 둥글게 모여있는 팀원들의 모습에 좋았던 기분이 사그라들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무슨일 있습니까?"
"네, 안녕하십니까"
재원의 주변에 모여있던 팀원들이 흩어지며 인사를 마주 건넸다. 팀원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서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최대리가 어제 작게 교통사고가 났는데, 이마를 조금 다쳤다고 하네요. 그래서 괜찮은지 물어보고 있었습니다."
이과장이 서준에게 다가서며 최재원의 사정을 설명했다.
서준은 최재원에게 다가가 얼굴을 들여다봤다. 이과장 말대로 이마에 반창고가 붙어있어, 사고가 있었다는걸 알려주고 있었다.
"최대리, 교통사고라면서 다른곳은 괜찮습니까? 쉬어야하는데 출근한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이마만 살짝 긁힌거라, 괜찮습니다."
서준이 보기에도 최재원은 멀쩡해 보였다. 다만, 풍기는 분위기가 평소와는 다르게 어두웠다.
그러고보니, 옆자리 인 이다정대리가 보이지 않았다. 서준은 다정이 점심시간 외 자리를 벗어난걸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다른 직원들은 간혹 차를 마시거나 잡담을 하기위해, 혹은 잠시 쉬고싶어서 자리를 비우기도 하는데, 다정은 회의가 없으면 업무시간 내내 꼼짝않고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일만 하다가 퇴근했다.
그런 다정이 업무 시작도 지난 시간에 자리를 비웠다니 의외였다.
"혹시 몸이 안좋아지면 조퇴하십시오. 일보다는 건강이 우선입니다"
"네."
서준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으며 최재원을 다시 쳐다봤다.
'뭔가 있는데...'
한참이 지나서야 사무실로 들어서는 다정의 모습이 보였다.
굳은 얼굴로 자리에 앉은 다정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잔뜩 몸을 움츠렸다.
서준은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창문 너머 사무실에서 느껴지는 뒤숭숭한 기운에 솟구치는 짜증을 누르려 노력했다.
***
평소와는 다르게 말없이 일만하는 재원의 가라앉은 분위기에 팀원들은 쉽게 말 붙이기 어려워했고, 하루종일 사무실 분위기가 어색했다.
상석에 앉아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서준의 얼굴이 유독 냉랭해 회의 분위기도 내내 딱딱하고 싸늘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서준이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하더니 이쯤에서 마무리를 하려는 듯 고개를 들어 팀원들을 돌아봤다.
"다음주 수요일 오후에 일원호텔 베이커리 매장에 방문할 예정입니다. 이다정대리님!"
다음주 업무 일정표를 확인하고 있던 다정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고개를 들었다.
자신에게 쏠리는 팀원들의 얼굴에 약간의 적개심이 어려있음이 느껴졌다. 아마 오전의 일때문이리라.
더불어, 하루종일 자신을 따라다니는 재원의 침울한 시선도, 다정은 완벽하게 차단하며 무시했다.
"네" 다정은 오직 본부장님의 얼굴만 쳐다보며 여상하게 대답했다.
그런 다정의 얼굴을 쳐다보던 재원은 삐딱해지는 자신의 기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 종일 자신은 무시하더니...'
"제가 3시에 일정이 끝납니다. 바로 출발할테니 확인해야할 내용은 미리 체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황과장님과 함께 움직이게 될 줄 알았던 다정은 자연스럽게 자신과의 동행을 지시하는 본부장님의 말에 난처한 한편, 들뜨는 기분에 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대답하는 다정의 뺨이 발그레하게 달아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재원은 자신의 가슴에서 불길이 확하고 타오르는걸 느끼고는 책상 밑으로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