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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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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슬린
· 최초 등록: 2025.10.26 · 최근 연재: 2025-10-26
읽기 시간 예측: 약 11.46분

16화 - #16


버스 정류장에 서서 이어폰을 낀 체 핸드폰화면에 집중하고 있는 한 여자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발걸음이 있었다.

"똑똑~"

입으로 소리를 내며 그녀의 어깨를 톡톡 가볍게 손끝으로 두드리자, 순간적으로 시선을 돌린 여자의 표정이, 처음에는 놀라 토끼눈이되어 동그랗더니, 이내 상대방을 향해 세상 예쁘게 활짝 웃어주었다.

"뭐야? 수업 끝났어?"

이어폰을 귀에서 빼며 묻는말에, 마주 선 수호가 환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수업? 아~ 오늘 휴강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정말? 땡땡이치는 거 아니고?"

"설마~ 혹시, 내 뇌가 나를 속이고 있는 건가? 정희를 보고 싶어서?"

정희라 불린 그녀는 귀여운 입술사이로 치~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수줍은듯 붉어진 뺨을 한번 쓱 만지고는 유치하고 능글거리는 수호의 장난섞인 말도 받아주며 더 환하게 웃어 보였다.

"잘 됐다."

그녀는 수호의 팔에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버스 타고 싶지 않았는데, 우리 요 앞까지 걸어갈까?"

"요 앞에, 소문 자자한 김밥집이 있다는데, 거길 가시려는 겁니까?"

수호의 넉살스런 말투가 싫지 않은 정희는 재미있다는 얼굴로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가시죠!"

팔을 앞으로 뻗으며 가자는 수호의 손짓에 정희는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둘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주말에 뭐할까?"

정희의 기대섞인 물음에, 수호는 사뭇 진지하게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주말에? 글세..."

"이젠 딱히 볼 영화도 없다."

"뭐 꼭 영화를 봐야 하는 건 아니지. 어디서 무얼 하든지, 너랑 같이 있으면 그걸로 됐어."

수호의 대답에 정희는 애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수호를 바라봤다.

"그리고 넌 항상 영화관에서 잠들어 버리잖아."

수호가 살짝 윙크하며 짓궂게 말 하자, 정희가 수호의 팔뚝을 아프지 않게 치고는 깔깔 거리며 웃었다.

"난 이상하게 극장에 가면 꼭 졸리더라."

"됐어, 어차피 나도 극장 가는 거 별로 안 좋아했어."

정희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영화 보는 거 좋아한다더니?"

그러자 수호가 정희를 보며 익살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건 나 혼자 있을 때. 너랑 있을 땐 너를 봐야지. 화면을 봐서 뭐해?"

"피~ 잘만 보던데 뭐?"

"잠들어서 모르잖아? 나 너 잠들고 나면, 영화 안 보고 네 얼굴 봤어."

"진짜?"

"그러엄~"

정희가 기분 좋은 듯 수호의 팔을 더 꼭 끌어안으며 새초롬하게 말했다.

"뭐~ 까짓 거 속아준다."

"진짠데?"

"그래, 알았어. 김밥은 내가 쏜다. 기분이다."

"오~ 그럼 커피는 내가 사지."

"나 완전 비싼 거 먹을 건데?"

"아~ 얼마든지. 괜찮아. 전 재산을 팔아서라도 커피 사줄게."

정희는 또다시 기분 좋은 듯 깔깔 거리며 웃었다.

"커피 한잔에 전재산을 팔아? 뭐야 그게~"

"그런 각오가 되어 있다~ 뭐 그런 의미지~"

둘은 함께 웃으며 내리막길 끝에 다다랐다.

사거리 모퉁이를 돌아 익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 두 사람 앞에, 반짝거리는 노란색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음~ 냄새~ 벌써 배고프다."

정희가 기대 어린 표정으로 애교스럽게 말하자, 수호도 맞장구쳤다.

"와~ 이 향기가 너무 사랑스럽지 않냐?"

"맞아, 맞아!"

"나 오늘 김치 제육 김밥 달린다."

"난 참치 치즈 김밥~!"

둘은 서둘러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비록 작은 2인용 식탁이 빼곡하게 들어선 자그마한 식당이었지만, 따뜻한 느낌을 주는 노란색으로 인테리어가 된 깔끔하고 아담한 가게였다.

"사장님, 여기 김치제육 김밥 하나랑 참치 치즈 김밥 하나요, 그리고 쫄볶이도 하나 주세요."

수호의 말에, 꽤 젊어 보이는 남자가 흔쾌히 대답했다.

"예~"

이어 수호가 정희를 보며 말했다.

"쫄볶이 양념에 찍어먹는 건 국룰이지."

정희는 수호의 말에 완전 동감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

***

수호는 눈앞에 놓인 한 장의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최정희라고 적힌 노란색 포스트잇이 사진 끄트머리에 살짝 붙여져 있었다.

뒤로 가지런히 묶은 머리와 유난히 커 보이는 눈, 동그란 얼굴까지, 수호가 알고 있는 그 모습 그대로 사진에 담겨 있었다.

"대학 동창이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우식의 질문에, 잠시 말없이 사진을 바라보던 수호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2년 정도... 사귀었어요."

"연인 사이였군요."

"네."

우식이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이번에는 다른 사진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강단있으면서 꽤나 독해 보이는 인상의 남자가 눈을 치켜뜨고 안경 너머로 무언가를 주시하고 있었다.

"최성길 의원이죠. 최정희 씨와는 부녀 사이고요. 교제 당시에 알고 계셨나요?"

수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몰랐어요. 헤어질 때 알았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돼서 헤어진 건가요?"

우식의 거침없는 질문에, 수호는 잠깐 우식의 얼굴을 봤다가 이내 고개를 떨구어 다시 정희의 사진을 보았다.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실례되지 않는다면, 헤어진 이유에 대해 들어볼 수 있을까요?"

수호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개인적인 이유였습니다."

우식은 이해했다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겠습니다. 그건 넘어가죠."

우식은 또다시 한 장의 사진을 내밀었다.

"알고 있죠?"

수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 사진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에는 '김주환'이란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팀장님이 꽤 오랫동안 이 사람에 대해 조사했던 것에 대해서는 알고 계셨어요?"

우식의 질문에 수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몰랐어요. 수사가 종결된 줄 알았거든요. 외삼촌도 포기한 줄 알았어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는 것도 알고 계신가요?"

"네. 얘기 들었어요."

"유 팀장님 말로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수법을 쓰고 있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 말의 의미에 대해서 본인은 이해하고 계신가요?"

수호는 슬며시 우식의 표정을 살피고는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아마도요."

우식이 가만히 수호를 보다가 이제는 정말 본론을 말하려한다는 눈빛으로 은밀함을 어필하려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우리 팀은 최의원의 비리에 대해 조사하고 있어요. 의심 가는 정황은 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관련된 증거들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죠. 그래서 더 의심이 가는 것도 있구요. 우리 팀의 조사를 도와주면, 우리도 유 팀장님과 수호 씨한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어때요? 도와줄 의향 있어요?"

"물론이죠."

"그럼 솔직하게 대답해줘요. 그래야 우리도 도울 수 있으니까."

"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수법이란 게, 정확하게 뭘 의미하는 거죠?"

단도직입적인 우식의 질문에, 수호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사람이 무얼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돌려 말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귀신이요."

순간 우식이 눈살을 찌푸렸다.

"귀신?"

"예. 귀신을 부리고 있어요."

잠시 멍한 표정으로 수호를 바라보던 우식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아, 그래요? 귀신? 그래서 증거가 없었다?"

"네..그게... 믿지못하시겠지만..."

말꼬리를 느리던 수호는 순간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너무 놀라 순간적으로 몸을 뒤로 젖히다 머리가 벽에 '쿵'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우식의 머리 위로 긴 머리를 늘어뜨린 여자 귀신이 수호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저기..."

수호가 귀신을 가리키며 놀라 버벅대자, 우식이 냉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요? 거기 귀신이 있어요?"

수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예, 있어요."

그러자 우식이 빙그레 웃으며 손을 들어 귀신을 가리켰다.

"소개하죠. 식귀(食鬼) 야문(夜紋)입니다."

우식의 말과 동시에 그 여자귀신이 입을 쩌억 벌렸다.

우씨..놀래라.. 얼추 사람 머리 두어 개는 족히 들어갈것 같네... 라며 중얼거린 수호는 흉측한 모습에 기겁한 표정 그대로 굳어버렸다.

***

인근 리모델링으로 내부가 텅비어 썰렁한 건물로 들어선 우식이 앞서 걸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공식적인 건 아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없는 건 아니었어요. 1990년에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전국 각지의 조직들이 붙잡혀 왔는데, 그중에는 폭력뿐이 아니라 주술 같은 것을 하는 기괴한 집단들도 섞여 있었죠."

낡아 보이는 건물 통로를 지나며, 수호는 이곳저곳을 흥미로운 눈으로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그들이 보여준 신기한 현상들을 목도한 권력자들은, 이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비밀리에 경찰 조직 내에 주술 또는 비과학적 현상들에 대해 전담하는 비공식적 조직을 만들게 되죠. 그게 현재 우리의 모태가 된 영찰부(靈察部) 입니다. 지금은 그냥 전문수사부로 불리고 있어요."

거의 복도 끄트머리쯤 도달해 방 안으로 들어가자, 허름한 건물외관을 보면 생각도 못할 여느 못지않은 경찰서 수사팀이 꾸려져 있었다.

세명의 형사가 사건자료를 보는지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조직원은 적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가 하는 일이 꽤 많은 편이죠."

이어 우식이 그들 앞으로 다가서며 양손을 들어 박수를 쳤다.

"자, 잠깐 주목해 주세요."

바쁘게 일하고 있던 세 사람은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우식과 수호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소개하죠. 유 팀장님의 조카분이신 임수호 씨입니다."

우식의 소개에 세 사람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수호는 머쓱한 듯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이쪽은 현장 수사를 전담하고 있는 황태기 경사, 5년 전에 신내림을 받아 박수무당이 됐죠."

체격이 우람한 남자를 소개하자, 수호는 또다시 멋쩍게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여긴 오선준 경사, 어릴 때부터 텔레파시 같은 능력을 써왔어요."

그 말에 수호가 놀라 되물었다.

"텔레파시요?"

그러자 소개받은 마른 체격의 남자가 손을 들어 흔들며 정정했다.

"'같은 능력'을 빼먹으셨군요. 흔히들 알고 있는 텔레파시와는 달라요."

"그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느낌을 전달하죠."

"느낌이요?"

"네. 가령..."

그가 뭔가에 집중하자, 수호는 순간 꽤나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어....?"

신기한 현상에 오선준이란 남자가 고개를 까닥여 보였다.

"이런 거죠."

"아... 네...."

수호는 순간, 그럼 지금 자신을 소개받고 있는 이 상황이 불쾌하다는 건가 싶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여긴 김민선 씨, 우리 팀의 브레인이죠."

소개받은 여자가 우식을 흘겨보더니 수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요. 김민선 순경입니다."

수호가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하자, 민선이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독특한 기운을 가지고 계시네요."

"독특한 기운이요?"

옆에서 우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민선 씨는 사이코 메트리 능력이 있어요. 사물이나 사람의 신체가 닿으면 관련된 기억이나 또는 내적 요소 같은 걸 알 수 있죠."

사이코메트리란 말에 수호는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저쪽에도..."

말끝을 흐리자, 우식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쪽이라뇨?"

"아... 그게..."

수호는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나 잠시 당황하는데, 민선은 무엇을 고민하는 알지만 괜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만났어요. 열두 사도."

수호는 그녀의 입에서 열두 사도란 말이 나오자,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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