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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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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슬린
· 최초 등록: 2025.10.26 · 최근 연재: 202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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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간 예측: 약 10.7분

18화 - #18


차가 멈춰 서고, 내려선 수호의 뒤로 우식과 민선이 따라 내렸다.

"여기에요."

수호는 뒤따르는 우식과 민선을 돌아보며 대문을 손으로 가리키며 앞장서 문을 열고 들어섰다.

대문에서 현관문까지 짧은 정원을 지나 현관문 앞에 선 수호는 문을 열자마자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이그, 뭐야?"

놀라 뒷걸음질 치는 수호의 행동에 뒤따라 오던 우식과 민선도 놀라 움찔했다. 두 사람의 시야에 굳어버린 수호 너머로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세희가 보였다.

"뭐야 저 사람들?"

세희는 활시위를 당긴 체 노려보며 물었고, 그런 세희를 보며 수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 깜짝이야. 아, 뭐해? 활 맞고 죽는 줄 알았네, 진짜..."

안도하는 수호를 보며 세희가 쌀쌀맞게 대답했다.

"나 아직 쏠 의향이 있어."

"왜 그래?"

수호가 퉁명스레 되묻자, 세희의 시선이 뒤쪽에 있는 우식과 민선에게 향했다.

"내 결계를, 내가 모르는 영능력자가 지나왔으니, 경계하는 거지."

수호가 고개를 돌려 애매한 표정으로 우식과 민선을 보자, 두 사람은 살짝 곤란한 표정으로 눈치를 살폈다.

수호는 다시 세희를 보며 손사래를 쳤다.

"우리 편이야. 도와주러 왔어."

세희는 의심이 가지시 않은 눈초리로 우식과 민선을 보며 천천히 활을 내렸다.

위험이 사라지자, 우식과 민선은 한숨 돌렸고, 수호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서둘러 집안으로 들어섰다.

"자자, 들어오세요."

우식과 민선이 따라 들어오자, 세희는 여전히 고압적인 표정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이상한 짓 했다가는... 화살 맞을 줄 알아요."

싸늘한 세희의 태도에 수호가 눈치를 살피자, 민선이 불쾌감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만나서 반가워요. 세희 씨라고 했죠?"

"네. 전 별로 반갑지 않네요. 누구시죠?"

"김민선 순경입니다."

순경이란 말에 세희가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순... 그럼 경찰이란 말인가요?"

"네. 맞아요. 방금 전 행동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겠지만, 앞으로는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

민선이 무심한 듯 사무적인 어조로 말하자, 세희의 표정이 사뭇 달라졌다.

"이... 이거, 뭐... 촉이 없어요."

세희는 별거 아니란 듯 애써 웃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활과 화살을 들어 보였다.

"네, 괜찮아요. 활과 화살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처벌받진 않으니깐요. 하지만 조심하셔야겠어요."

민선의 떨떠름한 말투에 세희는 빠르게 태세전환하며 얼른 싹싹하게 웃어 보였다.

"그럼요. 그래야죠. 호호, 방금 전엔 제가 장난이 좀 과했네요."

경찰이란 말에 표정과 행동을 싹 바꾸는 세희를 보며, 수호가 혀를 끌끌 찼다.

"에혀, 그러게 마음을 곱게 써야지."

세희의 눈빛이 희번덕 거리며 수호를 쏘아보았다.

"경찰이면...."

큰소리가 나오려는 입술을 꾹 다물고 침을 한번 꿀꺽 삼키며 애써 웃어 보였다.

"경찰이라고 미리 말을 하지... 오해했잖아요, 오라버니."

수호가 질색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오라버니는.... 갑자기 왜 또 오라버니야?"

닭살돋는다며... 수호가 팔뚝을 긁는 시늉을 했다.

"어머, 아니 그럼 오라버니지, 아니면, 뭐 오빠? 이렇게 불러 드릴까요?"

방긋 웃으며 말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날이 서있는 세희를 보며 수호가 비아냥댔다.

"우리 호칭 정리된 거 아니었나?"

"호칭? 어떻게?"

"야, 너, 이봐, 저봐, 또 뭐가 있더라?"

순간적으로 세희의 아랫입술이 툭 튀어나왔다가, 잘근 씹듯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빠도, 참~ 농담도~"

그러더니 얼른 우식과 민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저 때문에 오신 거 같은데, 차라도 한잔 드시겠어요? 모과를 꿀에 절여 놓은 게 있는데, 맛이 아주 좋아요."

세희의 능청스러움에 우식은 너털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 한잔 주세요."

세희는 부엌 쪽으로 가면서도 수호를 계속 노려보았지만, 수호는 그런 그녀의 시선을 외면했다.

"자자, 앉으세요."

수호가 거실 소파를 가리키자, 우식과 민선은 일단 소파에 앉았다.

수호가 옆 소파에 앉으며 웃는 얼굴로 양해를 구했다.

"쟤가 좀 철이 없어요. 이해하세요."

수호의 넉살에 우식과 민선은 피식 웃음을 지었고, 잠시 후 세희가 컵 두 개를 쟁반에 받쳐 가지고 나왔다.

"초면에 실례 많았습니다."

세희는 사과를 하며 우식과 민선 앞에 컵을 하나씩 놓아주었고, 이를 본 수호가 억울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세희는 그런 수호를 보며 배시시 웃어보였다.

"손을 못쓰시나 봐요, 오.라.버.니? 아니면 다리몽둥이가 뿌러지셨나? 아참, 아까 호칭이 정해졌다고 했죠? 야? 너? 어떤 걸로 해드리면 될까요?"

"야~ 치사하다, 치사해. 너 자꾸 은근히 말 놓으려고 한다?"

"호칭 정리됐다면서요? 아니면 야님, 너님 해드릴까요? 이봐님, 저봐님으로 해드릴까요? 뭐든 편한 걸로 해드릴게요."

수호가 고개를 쑤욱 내밀어 세희 얼굴 앞으로 들이밀며 나지막하게 물었다.

"솔직히 말해봐. 너 또라이란 소리 많이 듣지?"

세희는 예의 배시시 한 웃음을 활짝 지으며 대답했다.

"또라이가 어떤지, 제대로 맛좀 한번 보실래요? 내가 그동안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는 거 같은데?"

수호가 두 손을 살짝 들어 보였다.

"기권. 졌습니다."

그러더니 몸을 뒤로 젖혀 쇼파 등받이에 기대며 외쳤다.

"유윈. 퍼펙트!"

세희는 비아냥 거리는 수호를 쏘아보았고, 우식과 민선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웃음 지었다.

"일단..."

우식이 말을 꺼내자 수호와 세희의 시선이 우식에게로 향했다.

"열두 사도,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혈산(血山)이라 불리는 조직에서 세희 씨를 노리고 있다는 점에 대해 의논하러 왔어요."

"혈산... 이요?"

세희가 되묻자, 이번에는 민선이 나서 말했다.

"백동휘라는 사람이 이끄는, 일종에 주술 단체로, 주로 돈을 받고 법망을 피해 살인을 저지르는 킬러 집단이에요. 혈산에는 열두명에 킬러들이 있는데, 그들을 십이사도라고 부르죠. 보통 혈산이란 조직명 대신, 그냥 '백사장'이란 표현으로 그들을 부르곤 해요."

민선이 사진 한 장을 건넸다. 세희는 조심스럽게 받아 들고는 사진속 남자를 한참 쳐다보았다.

그 사진 안에는 선글라스를 끼고 곱슬머리를 한 촌스러운 남자가 징글맞게 웃음 짓고 있었다.

"혈산은 킬러 조직답게, 돈으로만 움직여요. 그 말은, 십이사도가 세희 씨를 노리고 있다는 건, 누군가 그들에게 세희 씨의 목숨을 대가로 돈을 지불했다는 의미죠."

세희는 한숨을 내쉬며 사진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알고 있어요. 요 근래 있었던 무당 살해사건도 그놈들 짓이에요. 이제 저란 사람을 알았으니, 저를 찾으려 혈안이 되어 있겠죠. 이미 들키기도 했고..."

우식이 놀라며 되물었다.

"들켰다뇨? 여기... 결계를 펼쳐 놓았다고 하지 않았어요?"

"네. 근데.. 레아라는... 이름을 쓰는 여자애한테 들켰어요."

그 말에 우식과 민선이 다시금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는 경직된 표정이 되었다.

"언제 그랬죠?"

"어제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겠다뇨?"

"제가 여기 있는 걸 발설하지 않겠다고, 되려 저보고 꽁꽁 숨으란 듯이 말하던데요."

세희의 말에 민선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십이 사도에 레아라면... 송기영을 말하는 거죠?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구요?"

"네, 맞아요."

이번에는 수호가 나섰다.

"저한테도 그랬어요. 오늘 아침에... 제차에 타서는, 일단 히페리온부터 잡지 않으면 들킬 거라고..."

우식과 민선은 다시 서로의 표정을 살폈고, 우식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상황이 잘 이해되지는 않지만, 어쨌든 저쪽의 한 사람이... 지금 우리를 돕고 있다, 그렇게 이해해도 될까요?"

그러자 세희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아니라는 손짓을 했다.

"그냥 재미라고 했어요. 자기가 재밌는 동안은 도와준다고요. 재미가 없어지면, 자기가 죽일 거라고 했어요."

수호가 수긍하듯 말했다.

"그 구역에 또라이는 걔야. 아~ 제대로 또라이인거 같던데..."

세희는 또라이란 말에 획하고 수호를 흘겨보았다.

수호는 세희의 눈빛에 흠찟하고는, 얼른 입을 다물며 몸을 뒤로 기대었다.

잠시 고민하던 우식이 몸을 앞쪽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실례되지 않는다면, 제가 세희 씨 손을 좀 잡아볼 수 있을까요?"

우식이 진지한 목소리로 양해를 구하자 세희는 잠시 놀란 표정으로 생각하다가, 쭈뼛거리며 손을 내밀었다.

"네... 뭐..."

우식이 양손으로 세희의 오른손을 포개듯이 잡고, 두 눈을 감은 다음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자, 우식의 주위로 검은 기운이 일렁거렸다.

기이한 현상에 세희와 수호가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보자, 우식의 등 뒤로 희끄무레한 형체에 외눈 달린 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통안귀(通眼鬼) 서와(緖渦) 입니다."

서와가 몸을 기울여 세희를 빤히 쳐다보자, 우식의 오른쪽 눈동자가 푸른 빛으로 바뀌었다.

마치 안갯속을 헤매는 듯 우식의 오른쪽 눈은 전혀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어 그 안개 너머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고, 그중에는 유재현의 모습도 지나갔다.

우식은 자신이 그 안갯속을 찾아 헤매는 듯 빠른 속도로 사방을 살피다가 갑자기 멈춰 섰다.

그의 눈앞에 작은 체구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히페리온...."

우식이 중얼거리며 천천히 히페리온 가까이 다가갔다.

히페리온 근처로 다가가자 그 주위에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나오고 있어요. 푸른... 아파트라고 적혀 있는 것 같은데.."

그러자 수호가 놀라 말했다.

"푸른아파트요? 제가 사는 곳이에요. 얼마 전까지 거기 있었어요."

히페리온을 살피던 우식은 그가 걷는 걸음을 쫓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홱 돌아서서 손을 뻗었다.

"큿!"

우식이 통증을 느끼며 손으로 오른손을 감싸 쥐었고, 등 뒤에 있던 서와는 고통스러운 듯 몸부림치다가 사라져 버렸다.

"왜 그래요?"

놀란 민선이 그를 살피자, 우식은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지만 그의 오른쪽 눈은 실핏줄이 터져 피가 맺혀 있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민선의 물음에, 우식이 경직된 표정으로 대답했다.

"히페리온... 에밋이 서와를 붙잡았어."

"서와를 붙잡다니? 그게 가능해요?"

"나도 모르겠어. 이런 일은 나도 처음이야."

수호가 어느새 우식 곁으로 다가와 손수건을 내밀었다.

"여기요."

우식은 수호가 내민 물에 손수건을 받아 들며 "고마워요"라고 말한 뒤, 그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그때 세희의 시선이 은밀하게 수호에게로 향했고, 수호는 세희에게 조용히 하라는 듯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

세희는 모르는 척 새침한 표정을 지었지만, 손수건을 건네주는 수호의 손이 우식의 손을 스치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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