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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희
· 최초 등록: 2025.10.04 · 최근 연재: 2025-10-05
읽기 시간 예측: 약 7.79분

6화 - #6



가장 먼저 출근하는 서준이 일에 집중하고 있다보면, 어느새 하나 둘 사무실로 들어서며 인사하는 팀원들의 수런수런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럴때 서준은 고개를 들어 블라인드를 걷어올린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훤히 보이는 팀원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전, 커피나 차를 타기위해 탕비실을 가거나, 화장실에 다녀 오기도 하고, 바로 자리에 앉아 업무를 시작하는 팀원들도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언제나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사무실로 들어서는 최재원의 손을 쳐다보았다.


역시나 오늘도 테이크아웃커피를 여러잔 양손에 들고 있었다.


팀원들에게 가끔 아침마다 커피를 돌리는 최재원의 속내가 눈에 보인 서준은 자신도 모르게 눈쌀을 찌푸렸다.


이다정대리 한 사람을 위해 팀원 모두에게 아침마다 커피를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몇 번은 거절하는 다정의 모습에 서준은 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계속된 거절에도 포기하지 않는 최재원이 점점 신경에 거슬렸다.


'싫다는 사람에게, 저게 뭐하는 짓이야?!' 서준은 다정을 대신해서 화를 내주고 싶었다.


결국 다정이 최재원에게 커피를 받아 마시기 시작하자, 다정을 향한 알 수 없는 배신감에 서준의 입에서 무심코 "지조없기는..." 이라며 서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자신의 말에 흠칫 놀란 서준은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최재원을 주시하다보니 그의 시선이 항상 다정에게 향하는걸 알게되었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시선도 다정에게 향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래서 그런가 보다. 너무 신경을 쏟아서 자신이 이상한 생각을 하는것 같았다.


이제는 자신이 최재원의 진심을 오해하고 있는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커피를 거절하지 않는 다정이 최재원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건지도..., 둘을 바라보던 서준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



오늘도 최재원이 건네는 커피를 거절하지 않는 다정을 보며 초조한 기분으로, 생각에 잠겨 쳐다보고 있다가 고개를 든 다정과 눈이 마주쳤다.


놀랐는지 바짝 얼어붙은 모습에 숨은 쉬는지 걱정스러웠다.


황과장이 다정을 향해 뭐라고 말을 시키는 모습에 서준도 정신을 차리고 보고 있던 서류를 향해 고개를 내렸다. 서류에 써 있는 식품연구개발팀 표희수라는 이름이 서준의 눈에 들어왔다.


지난번 구내식당에서 표대리가 다정을 향해 독종이라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스쳐 지나며 얼핏 몇몇 직원들도 그렇게 부르는걸 들은것 같기도 했다.


회의중 팀원들과 의견을 주고 받거나 간혹 대화를 나눌때, 다정의 말투는 이름처럼 다정하거나 상냥하지는 않았다. 또한, 상대방에게 철저히 선을 그어 업무적인 그 이상의 친밀함을 차단했다. 그뿐이었다. 전혀 독하거나 쌀쌀맞은 성격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다정을 쳐다봤다. "핏", 웃음이 나왔다.


서준이 보기에 다정은 자신에게 다가올까봐 벌벌 떨고있는 겁 많은 강아지였다.


도대체, 저렇게 겁 많은 사람에게 독종이란 별명이 어떻게 생겼나 모르겠다.


'확실히, 이다정이다. 최재원이 진정식품에 남아있는 이유는...,' 이상하게 그 사실에 기분이 나빴다.



***



도혁이 늦은 밤까지 홀로 사무실에 남아 결재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서준을 찾아왔다.


"대표님, 이제 들어가서 좀 쉬세요."


도혁의 걱정스런 목소리에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참, 저 최대리가 왜 진정에 남아있는지 알았습니다."


"나도 알아." 서준의 대답에 도혁의 얼굴이 실망으로 시무룩해지자, 서준이 "훗", 하고 웃어버렸다.


"대표님도 느끼신거죠? 처음엔 혹시 레시피 때문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최대리가 레시피를 필요로 할것 같진 않고..., 대표님도 보셨잖아요! 이대리한테 하는거, 그때 딱 느낌이 오더라고요."


도혁이 서준에게 동의를 구하듯 눈을 빛내며 쳐다보았다. 서준도 같은 생각이라 동의 한다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설마, 이대리가 조건에 혹해서 세원식품으로 가버리는건 아니겠죠? 우리쪽에서도..."


조심스럽게 자신의 추측을 내놓던 도혁은 순간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서준의 서늘한 눈빛에 말끝을 흐렸다.


그동안 도혁에게 너무 일 만 시킨게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머리는 똑똑한 놈인데...


서준은 눈을 감고 깊은 한숨을 한 번 내쉰 뒤 다시 눈을 떠 진지한 얼굴로 도혁을 쳐다보며 물었다.


"도혁아, 너 마지막으로 연애 해본게 언제야?"


"뭐, 대표님보다는 얼마 안될껄요?"


괜한 오기가 생긴 도혁이 서준을 물고 늘어졌다.


그런 도혁이 귀여워 서준은 콧웃음을 치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래 그렇다 치자, 이대리 보는 눈빛이 능력있는 직원, 탐이 나서 안달 난 눈으로 보여? 너는 스카웃하고 싶은 유능한 직원한테 생선가시 발라주고 꼬셔?"


도혁이 민망해서 머리를 긁적이자 서준이 말을 이었다.


"내가 찜했으니 아무도 접근하지 마시오! 푯말을 다~보라고 아주 크게 써붙이고, 편하게 룰루랄라 작업중이지, 지 혼자 미쳐서"


서준이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쯧쯧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최대리 정도면 괜찮지 않나요? 집안, 능력, 외모, 뭐하나 빠지는 거 없지 싶은데요... 곧 혼자가 아니라, 둘이 미칠 수도 있죠~"


도혁의 말에 서준이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뭘, 둘이 미쳐! 이대리가 보는 눈이 없겠어?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자식이랑?"


괜히 혼자 성질내던 서준은 오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도혁에게 의문을 제기했다.


"내가 기억하기로 최재원 옆에 있던 여자들은 대부분 화려한 스타일이었다고..., 그런데 이대리는 좀 귀엽잖아. 그래서 잘못 생각한것 같아."


"네?" 서준의 말에 도혁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놀라는 자신의 얼굴을 보고도 서준은 자신이 무슨말을 했는지 모르는것 같아 보였다.


'맙소사! 솔직히 귀엽다기보단 촌스럽게...' 도혁은 현명하게 입 밖으로 내뱉지 않고 속으로 신음을 삼켰다.


"확, 짤라버릴까?" 서준은 진심으로 걸리적거리는 최재원을 치워버리고 싶었다.


***


그날 밤, 다정과 서준은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기묘한 느낌에 가만히 눈을 떠 서로를 찾았다.


어쩌면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다시 이렇게 꿈을 꾸게 되리라고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라 둘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찾지 못한 채 그저 말 없이 서로를 바라만 보았다.


다정은 순간 픽,하고 웃음이 나왔다.


지난 꿈에서는 눈이 마주칠까 겁내하던 자신이 지금은 이렇게 본부장님의 눈을 당당히 마주 보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의아한 듯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묻는 본부장님의 눈빛이 보였다.


입을 열면 꿈에서 깨어나게 될까봐, 답할 수 없었다. 또 다음이 있다고 기약할 수 없으니까...



서준은 자신을 보며 소리내어 웃는 곱고 단아한 여자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장난기 물든 웃음으로 반달처럼 휜 두 눈이, 입술 옆에 작게 핀 보조개도 서준의 시선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서준은 묻고 싶었다.


'당신이 내 꿈속으로 찾아 오는 겁니까? 아니면, 그저 내가 만든 환상일뿐입니까?'


둘은 그렇게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만 보다 꿈에서 깨어났다.



***



"아..." 심장이 작게 쿵쿵쿵쿵거렸다.


이 간지러운 기분을 조금 더 느끼고 싶은 다정은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새벽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생각도 못했다. 비록 꿈속이지만 본부장님이 자신을 향해 그런 얼굴을 하리라고는.


아무런 표정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본부장님이었지만 다정은 희미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 눈빛 속에 담긴 반가움..., 그리고 자신을 향한 애틋함, 현실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눈빛을.


"오늘도 사무실에 제일 먼저 나와 있겠지? 나도 오늘은 빨리 출근해야지~ 히히"


어차피 사무실에 가면 본부장님과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면서 부산스럽게 출근 준비를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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