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 에필로그
아장아장한 걸음으로 아파트 입구의 비스듬한 길을 따라 걸어 내려오는 아이가 있었다.
먼저 내려와 있던 여자아이는 그 아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가 다 내려오자 얼른 다가가 손을 맞잡아 주었다.
"잘했어, 우리 서찬이."
여자아이가 칭찬하며 손으로 수화를 해 보이자, 뒤따라 나오던 현우와 현우 아내가 그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음 지었다.
서찬이 역시 소리가 좋은지 꺄르르 웃으며 소리에게 폭 안기자, 소리가 꼬옥 안아주었다.
"자, 이제 누나 손 잡고 걸어보자~"
소리가 서찬의 손을 붙잡고 걸으니, 아장아장 잘도 걸었다.
"소리야, 엄마 아빠랑 같이 가야지~"
뒤에서 현우가 부르는 소리에, 소리가 기쁜 표정으로 대답했다.
"서찬이가 너무너무 잘 걸어, 아빠~"
신이 난 소리를 보면서, 현우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주차장에 주차된 차가 있는 곳으로 향한 그들은 차에 올라탔다.
"아빠 소리 잘 들려?"
뒷좌석에 탄 소리가 걱정스러운 듯 묻는 말에, 현우가 귀에 꽃은 보청기를 검지 손가락을 톡톡 치며 대답했다.
"응, 잘 들려."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웃어 보이는 현우를 보며, 소리가 한숨 덜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차량은 최근에 구매했는지 깨끗함은 물론, 첨단 장비들로 무장되어 있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차 유리창에 표시되고, 내비게이션도 청각장애인용으로 세팅되어, 기본적인 소리와 함께 진동으로 운전자 주변 상황을 알려주었다.
차량이 출발하여 그리 멀리 가지 않아 당도한 곳은 인근에 있는 시립납골당이었다.
그곳 한쪽 벽에 부부가 함께 안치 되어 있어 보이는, 붉은 꽃으로 장식된 자리가 있었다.
현우와 가족들은 그 붉은 꽃으로 장식된 자리 앞으로 다가갔고, 소리 키 높이 정도에 위치한 그 장식 너머의 유골함 앞에는 '윤현준 서현화'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서찬이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두 사람의 사진이 앞에 걸려 있었다.
"현준아, 서찬이 잘 크고 있다. 걱정하지 마라."
현우는 마치 현준이 들으란 듯이 말했고, 뒤따라서 소리가 씩씩한 목소리를 냈다.
"작은 아빠, 서찬이 무럭무럭 잘 크고 있어요. 편히 쉬세요."
현우는 그런 소리가 기특하다는 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서찬이가 현우의 다리에 매달려서 떼를 쓰기 시작했다.
"자기도 쓰다듬어 달래."
소리의 말에, 현우가 웃으며 서찬이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아예 안아 들어 올렸다.
서찬이의 꺄르르한 웃음소리가 납골당 안에 울려 퍼지고, 그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바로 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현준과 현화의 영혼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나래는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뭔가를 열심히 작성하다가 인쇄를 걸어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른 프린터기 쪽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옆쪽에서 '짝'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래가 흠칫 놀라 보니, 전무가 영업부 부장의 뒷머리를 후려치는 소리였다.
"얌마, 너 쓸데없는 소리 하고 다니지 말랬지?"
전무의 질책에 부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 왜요?"
"아, 왜? 이놈이 뭘 잘했다고..."
부장은 이 회사 사장의 동생이고 전무는 사촌이었다.
워낙에 사고뭉치인 부장이라, 전무가 종종 그런 부장을 혼내곤 해서, 익숙한 풍경이기도 했다.
"왜 회사에서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다녀? 일이나 해, 일."
"아, 알았어요."
"으이구, 답답하다 답답해. 잘라 버릴 수도 없고 진짜..."
부장은 전무의 핀잔에 입술을 댓발 내밀고 궁시렁 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워낙에 직원들에게 갑질 아닌 갑질을 하는 부장인지라, 어느 누구도 그 부장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래는 신경 쓰지 말자 싶어서 얼른 프린터 쪽으로 향했다.
인쇄되어 나오는 종이를 보는 순간, 나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맙소사..."
누가 복합기 설정을 가로로 해 놨는지, 세로로 인쇄되어서 나와야 할 보고서가 가로로 반씩 잘려서 나오고 있었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살벌한 실장의 기운을 느낀 나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안돼!'
이어 나래는 자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시간을 되돌린 것이었다.
프린터 버튼을 누르기 전에, 얼른 달려가 프린터기의 설정을 바꿔놓고 돌아와 앉았다.
얼른 인쇄 버튼을 누르자, 프린터기가 동작하기 시작했고 확인하려 가는데, 또다시 '짝'소리가 들려왔다.
"얌마, 너 쓸데없는 소리 하고 다니지 말랬지?"
전무의 질책에 부장은 이전과 똑같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 왜요?"
"아, 왜? 이놈이 뭘 잘했다고..."
나래는 얼른 인쇄물을 확인하는데, 아이고 웬걸? 아까는 미처 몰랐는데, 용지가 이면지였다.
보고서로 올려야 하는지라 이면지를 쓰면 안 되는데, 때마침 아까처럼 실장이 다가오는 기운을 느낀 나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외쳤다.
'안돼!'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은 나래는 부랴부랴 프린터기로 뛰어갔다.
인쇄 설정을 바꾸고 용지함을 열어, 들어가 있는 이면지를 꺼내고 새 종이로 바꿔 넣었다.
다시 돌아와 인쇄 버튼을 누른 다음 달려가는데, 옆에서 '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젠 익숙해져 버린 듯, 돌아보지도 않고 프린터기로 향했다.
"얌마, 너 쓸데없는..."
나래는 관심 없는 듯 프린터기에서 인쇄되어 나오는 결과물에 집중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제대로 인쇄되어 나온 듯했다.
스멀스멀 다가오는 실장은 살벌한 기운을 풍기며 나래를 힐끔 보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스쳐 지나갔고, 나래는 실장이 지나가고 나자 "휴~"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다 인쇄되어 나온 보고서를 들어 탁탁 정리를 한 뒤, 품에 꼭 안고 자리로 돌아가는데, 핀잔을 들었던 부장이 뒷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아... 이상하게 여러 대 맞은 거 같네."
그는 뒷머리가 아픈 듯 연신 만지작 거리며, 담배 한 개비를 들고 밖으로 나갔고, 나래는 '풉'하고 튀어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쏜살같이 자리로 돌아갔다.
***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나래는, 열심히 하루 일과를 보냈어도 어쩐지 지친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신이 난 듯 집으로 들어온 나래는 출근복을 허물 벗듯 벗어던지고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당장이라도 어디로 갈 것처럼 뭔가 잔뜩 준비를 한 나래는 들어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산 과자를 챙겨 들고는 거실 한복판에 섰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 순간, 나래 주위의 풍경이 바뀌어 있었다.
80년대에나 있을 법한 허름한 동네 풍경이 보였고, 나래는 후다닥 정면에 보이는 만화방으로 달려갔다.
만화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만화책을 보고 있던 솔이가 나래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씨!"
솔이가 반기며 달려오자, 나래 역시 활짝 웃어 보였다.
"솔아~ 맛난 거 사 왔다~"
"우와~~"
신이 난 솔이가 달려와서 나래 품에 쏙 안기자, 나래도 그런 솔이를 꼭 안으며 말했다.
"좋지~"
"네~ 너무 좋아요~"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둘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인양 서로 껴안고 펄쩍펄쩍 뛰었고, 한쪽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백하도령은 하핫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먼저 내려와 있던 여자아이는 그 아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가 다 내려오자 얼른 다가가 손을 맞잡아 주었다.
"잘했어, 우리 서찬이."
여자아이가 칭찬하며 손으로 수화를 해 보이자, 뒤따라 나오던 현우와 현우 아내가 그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음 지었다.
서찬이 역시 소리가 좋은지 꺄르르 웃으며 소리에게 폭 안기자, 소리가 꼬옥 안아주었다.
"자, 이제 누나 손 잡고 걸어보자~"
소리가 서찬의 손을 붙잡고 걸으니, 아장아장 잘도 걸었다.
"소리야, 엄마 아빠랑 같이 가야지~"
뒤에서 현우가 부르는 소리에, 소리가 기쁜 표정으로 대답했다.
"서찬이가 너무너무 잘 걸어, 아빠~"
신이 난 소리를 보면서, 현우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주차장에 주차된 차가 있는 곳으로 향한 그들은 차에 올라탔다.
"아빠 소리 잘 들려?"
뒷좌석에 탄 소리가 걱정스러운 듯 묻는 말에, 현우가 귀에 꽃은 보청기를 검지 손가락을 톡톡 치며 대답했다.
"응, 잘 들려."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웃어 보이는 현우를 보며, 소리가 한숨 덜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차량은 최근에 구매했는지 깨끗함은 물론, 첨단 장비들로 무장되어 있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차 유리창에 표시되고, 내비게이션도 청각장애인용으로 세팅되어, 기본적인 소리와 함께 진동으로 운전자 주변 상황을 알려주었다.
차량이 출발하여 그리 멀리 가지 않아 당도한 곳은 인근에 있는 시립납골당이었다.
그곳 한쪽 벽에 부부가 함께 안치 되어 있어 보이는, 붉은 꽃으로 장식된 자리가 있었다.
현우와 가족들은 그 붉은 꽃으로 장식된 자리 앞으로 다가갔고, 소리 키 높이 정도에 위치한 그 장식 너머의 유골함 앞에는 '윤현준 서현화'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서찬이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두 사람의 사진이 앞에 걸려 있었다.
"현준아, 서찬이 잘 크고 있다. 걱정하지 마라."
현우는 마치 현준이 들으란 듯이 말했고, 뒤따라서 소리가 씩씩한 목소리를 냈다.
"작은 아빠, 서찬이 무럭무럭 잘 크고 있어요. 편히 쉬세요."
현우는 그런 소리가 기특하다는 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서찬이가 현우의 다리에 매달려서 떼를 쓰기 시작했다.
"자기도 쓰다듬어 달래."
소리의 말에, 현우가 웃으며 서찬이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아예 안아 들어 올렸다.
서찬이의 꺄르르한 웃음소리가 납골당 안에 울려 퍼지고, 그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바로 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현준과 현화의 영혼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나래는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뭔가를 열심히 작성하다가 인쇄를 걸어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른 프린터기 쪽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옆쪽에서 '짝'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래가 흠칫 놀라 보니, 전무가 영업부 부장의 뒷머리를 후려치는 소리였다.
"얌마, 너 쓸데없는 소리 하고 다니지 말랬지?"
전무의 질책에 부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 왜요?"
"아, 왜? 이놈이 뭘 잘했다고..."
부장은 이 회사 사장의 동생이고 전무는 사촌이었다.
워낙에 사고뭉치인 부장이라, 전무가 종종 그런 부장을 혼내곤 해서, 익숙한 풍경이기도 했다.
"왜 회사에서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다녀? 일이나 해, 일."
"아, 알았어요."
"으이구, 답답하다 답답해. 잘라 버릴 수도 없고 진짜..."
부장은 전무의 핀잔에 입술을 댓발 내밀고 궁시렁 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워낙에 직원들에게 갑질 아닌 갑질을 하는 부장인지라, 어느 누구도 그 부장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래는 신경 쓰지 말자 싶어서 얼른 프린터 쪽으로 향했다.
인쇄되어 나오는 종이를 보는 순간, 나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맙소사..."
누가 복합기 설정을 가로로 해 놨는지, 세로로 인쇄되어서 나와야 할 보고서가 가로로 반씩 잘려서 나오고 있었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살벌한 실장의 기운을 느낀 나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안돼!'
이어 나래는 자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시간을 되돌린 것이었다.
프린터 버튼을 누르기 전에, 얼른 달려가 프린터기의 설정을 바꿔놓고 돌아와 앉았다.
얼른 인쇄 버튼을 누르자, 프린터기가 동작하기 시작했고 확인하려 가는데, 또다시 '짝'소리가 들려왔다.
"얌마, 너 쓸데없는 소리 하고 다니지 말랬지?"
전무의 질책에 부장은 이전과 똑같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 왜요?"
"아, 왜? 이놈이 뭘 잘했다고..."
나래는 얼른 인쇄물을 확인하는데, 아이고 웬걸? 아까는 미처 몰랐는데, 용지가 이면지였다.
보고서로 올려야 하는지라 이면지를 쓰면 안 되는데, 때마침 아까처럼 실장이 다가오는 기운을 느낀 나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외쳤다.
'안돼!'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은 나래는 부랴부랴 프린터기로 뛰어갔다.
인쇄 설정을 바꾸고 용지함을 열어, 들어가 있는 이면지를 꺼내고 새 종이로 바꿔 넣었다.
다시 돌아와 인쇄 버튼을 누른 다음 달려가는데, 옆에서 '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젠 익숙해져 버린 듯, 돌아보지도 않고 프린터기로 향했다.
"얌마, 너 쓸데없는..."
나래는 관심 없는 듯 프린터기에서 인쇄되어 나오는 결과물에 집중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제대로 인쇄되어 나온 듯했다.
스멀스멀 다가오는 실장은 살벌한 기운을 풍기며 나래를 힐끔 보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스쳐 지나갔고, 나래는 실장이 지나가고 나자 "휴~"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다 인쇄되어 나온 보고서를 들어 탁탁 정리를 한 뒤, 품에 꼭 안고 자리로 돌아가는데, 핀잔을 들었던 부장이 뒷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아... 이상하게 여러 대 맞은 거 같네."
그는 뒷머리가 아픈 듯 연신 만지작 거리며, 담배 한 개비를 들고 밖으로 나갔고, 나래는 '풉'하고 튀어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쏜살같이 자리로 돌아갔다.
***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나래는, 열심히 하루 일과를 보냈어도 어쩐지 지친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신이 난 듯 집으로 들어온 나래는 출근복을 허물 벗듯 벗어던지고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당장이라도 어디로 갈 것처럼 뭔가 잔뜩 준비를 한 나래는 들어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산 과자를 챙겨 들고는 거실 한복판에 섰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 순간, 나래 주위의 풍경이 바뀌어 있었다.
80년대에나 있을 법한 허름한 동네 풍경이 보였고, 나래는 후다닥 정면에 보이는 만화방으로 달려갔다.
만화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만화책을 보고 있던 솔이가 나래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씨!"
솔이가 반기며 달려오자, 나래 역시 활짝 웃어 보였다.
"솔아~ 맛난 거 사 왔다~"
"우와~~"
신이 난 솔이가 달려와서 나래 품에 쏙 안기자, 나래도 그런 솔이를 꼭 안으며 말했다.
"좋지~"
"네~ 너무 좋아요~"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둘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인양 서로 껴안고 펄쩍펄쩍 뛰었고, 한쪽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백하도령은 하핫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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