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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희
· 최초 등록: 2025.10.04 · 최근 연재: 2025-10-05
읽기 시간 예측: 약 9.31분

3화 - #3



서준은 언제부터인지 꿈속에 나오는 여자때문에 싱숭생숭했다.


처음에는 꿈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몰래 자신의 침실에 숨어든 질 낮은 스토커라고 생각했다.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떠보니 모르는 낯선 여자가 자신의 옆에 잠들어 있었다.


하아~ 한숨이 나왔다. 여자들에게 자신은 능력, 재력, 외모 모두 갖춘, 손에 넣고 싶은 남자라는 걸 모르지는 않았다.


간혹 자신을 유혹하려 몸을 던지는 여자들이 종종 있긴했으나, 저렇게 대범하게 집안으로 들어와 침대 안으로 숨어들어온 여자는 처음이었다.


자신이 살고있는 고급주택은 경비가 삼엄했다. 자신이 원치 않는다면 부모님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도대체 저 여자는 어떻게 들어올 수 있었을까? 여자의 의도를 파악하려 잠든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때 여자가 눈을 떠 자신을 봤다. 서준이 느끼기에 그 순간 여자도 당황한듯 보였다.


"당신 누구지?"


여자가 황당한 얼굴로 자신을 향해 입을 열었다. 서준의 시선이 입술에 닿았다.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려오자, 여자의 눈이 커지더니 서준은 눈을 떴다.


마지막 여자의 말은 들을 수가 없었다.


이상한 꿈이네... 서준은 꿈을 털어버리고 일어났다.



여자는 또다시 서준의 꿈에 찾아왔다.


이전에 느꼈던 이질감에 눈을 떴다. 그 여자다!


이번에는 꿈이라는 자각을 했다. 그래서 서준은 조용히 상체를 일으켜 가만히 잠든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자는....아름다웠다.


어두운 침실안 창문 사이로 들어온 달빛이 여자의 얼굴로 은은하게 내려앉았다.


달빛에 비치는 여자의 피부는 정말 투명하리 만치 맑고 고왔다.


베개위에 펼쳐진 검고 윤이나는 긴머리, 가지런한 눈썹, 앙증맞은 코, 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붉은 입술.. 그리고 자신은, 지금은 감고 있지만 눈을 뜨면 저 눈이 얼마나 깊고 고혹적인지 알고 있었다.


그때 여자가 눈을 뜨고 서준을 보더니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왜 그런 표정을..' 평소 무표정한 자신의 얼굴이 얼마나 차가운지 모르는 서준이었다.


무슨말을 먼저 꺼내야할지 망설이던 서준은 잠시 눈을 감고 고민했다.


"당신 뭡니까? 어떻게 들어온겁니까?"


내 꿈속으로..라고 물어보려던 서준의 귀에 이전에 들렸던 음악소리가 들리고 눈을 떴다.


"하아~ 뭐지?" 서준은 허탈함을 느끼곤 양손으로 얼굴을 비볐다.


그리고 며칠 후, 꿈속에서 눈을 뜨려는 동시에 음악소리가 들리더니, 여자의 안도하는 얼굴을 끝으로 현실에서 눈을 떴다.


몸을 일으킨 서준은 머리를 마구 흐트러뜨렸다.


마지막 사라지던 여자의 옅은 미소가 떠오르자, 서준의 가슴에서 무언가 쿵하고 바닥으로 추락하는 느낌에 아찔함을 느꼈다.


분명 처음 보는 여자였다. 과연 꿈이 아닌 현실에서도 존재하는 여자일까?


서준은 알수없는 안타까움에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회의가 끝나고 회의실을 나서려는 부서원들의 발걸음을 부장님이 붙잡았다.


"본부장님께서 베이커리쪽으로 TF팀으로 꾸리는데 우리 부서에서는 황진우과장하고 이다정대리가 합류하기로 했어"


직원들의 얼굴이 다정과 황과장에게 쏠렸다. 부러움과 시샘이 담긴 시선이었다.


"이번 TF팀은 본부장님 주도하에 진행되는 일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쉽지는 않겠지만, 끝나고 나면 그만한 보상이 있을거야, 우리 부서를 위해서, 실력발휘 좀 부탁해~"


회의실에 둘러앉은 나머지 직원들의 표정이 떨떠름했다.


아마도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저 두 사람은 높은 업무평가로 승진에 유리할테고, 보너스 또한 두둑할거다.


두 사람이 일 잘하는거야, 부서 사람들이 모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질투가 나고 배가 아팠다.


"자,자~ 두사람은 남고 다른 사람들은 이제 나가서 일해~, 오늘 하루도 수고~."


부장님의 독촉에 직원들이 미련이 남은듯 엉기적대며 회의실을 나갔고, 별 생각 없는 김대리만 축하한다는 의미로 다정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려주고는 따라 나갔다.


"나도 정확히는 베이커리 사업이라고만 알고있고, 본부장님께서 직접 지휘하신다고 하니까, 다음주부터는 TF팀으로 출근하면 될꺼야~, 나중에 본격적인 베이커리 사업부가 생기고 부서로 다시 복귀 할때까지 화이팅 하자고! 내가 두사람 믿고 있는거 알지?"


"네!" 다정과 황과장은 알겠다며 부장님을 향해 대답했다.


"그래, 이제 두 사람도 나가서 일해~"


회의실을 나서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박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직원들 성과보고서 제출후 본부장님이 뽑은 두 사람이지만 어찌 저리 능력있는 사람만 쏙쏙 잘 뽑았는지...


다른 직원들이 일을 못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둘중 한 사람은 부서에 남길 바랬다.


두 사람이 없는 부서의 실적이 걱정이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은 한낱 일개 부장일 뿐인데..까라면 까야지!


'에이~ 다 그만두고 치킨집이나 할까?'


박부장은 하나마나한 한탄을 속으로 삼키며 씁슬한 입맛을 다셨다.


***


TF팀으로 출근하는 첫날이라 그런지 다정은 괜스레 긴장 되었다.


그동안 부서에 남은 일을 김대리에게 인수인계하느라 정신없는 한주를 보냈다.


그래서 그런가 지난주에는 본부장님이 꿈에 나오지 않았다는걸 오늘에서야 느꼈다.


'웃긴다, 꿈일뿐인데..' 다정은 피식 웃고는 사무실로 들어섰다.


각 부서에서 차출된 직원들이 몇몇 눈에 보였다.


보이는 얼굴들만 봐도 본부장님이 얼마나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 작정을 했는지 한눈에 보였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다들 그 부서에서 나름 능력있다는 사람들로만 야무지게도 모아놨다는걸.


다정은 자신의 이름이 있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이동하면서 눈이 마주치는 사람들과는 눈인사를 했다.


그때 홍보부의 최재원대리가 사무실로 들어서며 큰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성격좋고 서글서글한 최재원대리를 향해 사람들이 하나 둘 웃으며 마주 인사해 주었다.


다정과는 완전 다른 성격의 최재원대리는 회사내에서 싹싹하고 성격좋아 인기가 많았다.


물론 얼굴도 굉장히 잘생겨서 회사 홍보자료에 얼굴이 실리기도 했다.


본부장님이 오시면서, 살짝 주춤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재원대리의 인기는 건재했다.


지서준본부장이 넘볼 수 없는 저너머 세상의 왕자님이라면 최재원대리는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어쩌면 내 남자가 될 가능성도 존재하니까.


최재원대리는 다정의 옆자리,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곤 다정을 향해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다정대리님. 함께하게 되서 영광입니다."


장난끼어린 그의 인사에 다정은 "네~안녕하세요"라고 묵뚝뚝하게 답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모니터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다정을 향해 최재원대리는 미소를 한번 지어보이곤 자리에 앉았다.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확인하고 있던 다정의 귀에 본부장님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 출근하셨습니까? 회의실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순간 꿈속에서 '당신 누구야?'라며 날까롭게 쏘아붙이던 본부장님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렸다.


'꿈일 뿐이야, 꿈!'



****


회의실에 모두 모인 TF팀을 둘러보며 지서준본부장이 입을 열었다.


"각 부서에서 대강 이야기를 들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진정식품에서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베이커리사업부를 신설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각 부서에서 가장 능력있다고 평가받는 여러분들과 함께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위해 전력을 다하려 합니다. 제가 지금 나눠드린 계획서를 보시고 이번주내로 각자 기획서를 제출해주시고, 중간중간 궁금한 사항이나 의견은 계속 조율하고 맞춰 나갈 예정입니다. "


다정은 본부장님의 말을 들으며 계획서를 훓어보았다. 글자가 머리속으로 들어오지 않아, 그냥 그런척 시늉을 하는 중이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본부장님과 같은 꿈을 꾸는건 아닌지, 그래서 자신을 알아보고 화를 내지는 않을지 긴장 되었다.


'솔직히 내가 뭘 잘못한건 아니잖아? 그냥 본부장님이 내꿈에 나온거 뿐인데...그리고 본부장님이 어떻게 알겠어?"


다정은 당당히 고개를 들다가 본부장님과 눈이 마주치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의아하게 쳐다보는 본부장님의 시선을 느꼈지만 다정은 계획서를 보는 척하며 애써 무시했다.


"
TF팀에서는 초기 사업 정착을 위해 힘써주셔야 하며, 국내 일원호텔내 베이커리를 시작으로 해외지점으로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낮지만 강한 본부장님의 목소리가 회의실을 맴돌았다. 다들 계획서를 들여다 보며 본부장님의 말을 경청했다.


"
본부장님, 호텔이 아닌 프랜차이즈도 생각하고 계시는건가요?'


최재원대리가 성격답게 활달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의 베이커리 이미지는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빵이 아닙니다. 호텔에서만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러운 베이커리와 디저트가 목표입니다. 여러분들이 그렇게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진지한 본부장님의 대답에 다들 이해했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다른 얼굴이다, 최대리와 본부장님은.


잘생겼다 덜 잘생겼다가 아니라 풍기는 분위기가 서로 달랐다.


살랑살랑 부드러운 바람같은 최재원대리와 묵직한 바위같은 단단한 느낌의 본부장님이 서로 마주보았다.


바람같아서 가벼운 느낌도 아니고 바위라고 무식하게 무거운 느낌도 아닌, 엎어치나 메치나 그냥 둘다 잘생겼다는 말이었다.


TF팀에 있는 동안 앞으로 눈호강은 실컷 하겠구나... 다정은 실없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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