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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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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기연랑
· 최초 등록: 2025.10.04 · 최근 연재: 2025-10-05
읽기 시간 예측: 약 10.32분

2화 - #2


분주하게 바쁜 병원이었지만, 장례식장으로 이어지는 영안실 쪽은 그 특유의 조용함이 자리 잡은 곳이었다.

거기 있는 기다란 의자 하나가 벽 쪽에 붙어서 놓여있었는데, 시현은 지금 그 의자에 앉아 벽에 기대고 있었다.

그리고 시현한테서 한 사람이 앉을 정도의 공간을 두고, 옆에 다른 남자가 앉아 있었다.

배가 살짝 나와 보이는 중년의 남자는 시현처럼 멍한 표정인 체로 앉아 있는데, 머리 쪽에 피가 묻어 있었다.

상처가 있어 보였는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체로 그저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시현은 그런 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듯, 그곳에서 갑자기 담뱃갑을 꺼내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길게 한 모금 내뱉는 와중에도, 옆에 남자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

때마침 지나가던 간호사는 시현을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저기요, 여기서 담배 피우면 안 되거든요."

시현이 그런 간호사를 보며 피식 웃었다.

"아무도 없잖아요."

"아무도 없어도 안돼요."

간호사는 시현을 보며 불쾌한 듯 말했지만, 시현은 듣는 둥 마는 둥이었다.

간호사는 투덜거리며 지나가 버렸고, 시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내가 말이야..."

시현은 갑자기 말을 꺼냈다.

주위에 사람이라고는 옆자리에 앉아있는 머리를 다친 중년 남자뿐이었다.

아마도 그 남자 들으라고 이야기하는 듯했다.

"꽤 어렸을 때부터 귀신을 봤거든."

그러고는 담배를 한 모금 길게 빨아들였다.

"그땐 그게 귀신인지도 몰랐지. 알고 나니까 졸라 무섭더라고."

마치 독백을 하듯 이야기하는 시현을, 그 중년 남자가 비로소 고개를 돌려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무서운 것도 하루 이틀이지. 어느 순간부터는 화가 나더라고."

그러더니 다시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였다.

"그래서 귀신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어. 이것저것... 그런데 말이야, 이 귀신들도 눈치가 있더란 말이야. 내가 지들에게 위협이 될만한 걸 꺼내놓으면, 도망을 치던가, 아니면 날 죽이려고 달려들었지."

그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담배연기는 더욱 자욱하게 주위에 퍼져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알게 됐지. 귀신을 상대할 땐, 그들도 알 수 없을 만큼... 은밀하게 준비해야 된다는 걸 말이야. 그래서 고민했어. 어떻게 해야 그들도 알지 못하게, 그들을 은밀하게 제압할 수 있을까..."

말을 하며 그는 품 안에서 담뱃갑을 꺼내 옆에 남자에게 자랑하듯 보여줬다.

"이게 뭔 줄 알아? 특별 주문한 담배야. 이 안에는, 용하다는 스님한테 받은 부적을 담뱃가루랑 같이 섞어 넣어 만든 거거든. 맛은 좆같지."

이야기를 듣던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러고 보니 그 남자의 표정은 창백했고, 머리의 상처는 꽤 심해 보였다.

바로 자기 자신의 머리에 칼을 꽃아 죽은 남자였다.

"억울한 거 알아. 그 억울한 거 내가 풀어줄 테니까, 원귀 될 생각하지 마. 원귀 되면 이번엔 내가 널 죽여 버릴 테니까."

반쯤 협박 같은 투로 이야기하는 시현을, 이번에는 그 남자가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어 그 남자는 마치 기도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그 모습을 보며 시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그건? 뭘 알려주려는 거야?"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 모습을 끝으로 남자의 모습은 스르륵 사라져 버렸고, 시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린 뒤 발로 비벼서 꺼버렸다.

"후..."

그가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안쪽에서 한 여인이 다가왔다.

그녀는 바로 다은이었고, 그녀는 화장실을 다녀온 듯 젖은 손을 툭툭 털며 시현을 보고 말했다.

"얘기는 잘 나눴어요?"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다은을 보며, 시현은 대답 대신 고개만 까딱 끄덕여 보였다.

시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나가려는 그때, 성큼성큼 한 걸음으로 종수가 다가왔다.

"선배, 유사 사건 두건을 찾았어요."

종수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시현이 진지한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두건?"

다은 역시 관심을 보이며 종수에게 한걸음 다가서자, 종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시현이 확인시켜 주듯 말했다.

"괜찮아. 그냥 얘기해."

"일단 두 사건 모두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죽고 가해자가 그 자리에서 자살을 했어요. 피해자는 모두 30대에서 40대 사이에 중년 여성이었어요."

말을 하며 종수가 사건 파일을 건네자, 시현이 받아서 펼쳐 보았다.

거기에는 두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정보와 사진들이 있었다.

"세 피해자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모두 한 교회를 다니고 있었어요."

"교회?"

시현이 종수를 보며 되묻자, 종수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예, 근데... 그게 일반적인 교회는 아닌 거 같아요."

"일반적인 교회가 아니라니?"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하나?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이단이라고 해야 하나? 예수나 하나님 믿는 그런 교회는 아니더라구요."

"그럼 교회가 아니잖아?"

"근데 겉모습은 그냥 교회예요. 십자가도 걸려 있고."

"세 사람 모두 그 교회를 다녔다?"

"예. 두 사건 모두 최근 사건이고, 동네가 다르다고 하지만 인접 지역이었어요. 두 사건 모두 3개월 전과 6개월 전에 일어난 거니까... 사건이 3개월 단위로 일어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시현은 사건 파일을 뒤져보며 종수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사건 피해자들은 이번 피해자처럼 온몸이 난도질 당해 죽어 있었다.

가해자의 사망 방식만 조금 다를 뿐, 가해자가 피해자의 가까운 지인 이란 점도 동일했다.

"그 교회에 대해서 알아봐야겠는데... 교회 주소 알고 있어?"

"네.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겁니다."

종수가 내민 것은 명함이었는데, 그것은 사람 명함이 아닌 그 교회를 홍보하기 위한 명함이었다.

거기에 적혀있는 주소와 연락처를 확인한 시현은 그걸 주머니 속에 넣으며 말했다.

"교회 관계자들 싹 다 뒤져서 나한테 연락 줘."

말을 하며 시현이 걸어가자, 다은이 얼른 그 뒤를 쫓았다.

시현은 그런 다은을 힐끔 돌아보며 물었다.

"뭐야?"

그러자 다은이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같이 가요."

시현은 그런 다은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대답하지 않고 다시 걷기 시작했고, 다은은 그런 그의 뒤를 쫓았다.

"선배!"

뒤에서 종수가 부르는 소리에, 시현은 돌아보지도 않은 체 대답했다.

"알아보고 연락 줘!"

종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떠나가는 시현과 다은을 보며 머리를 긁적거릴 뿐이었다.

***

기도를 하고 있던 여인은 기도가 끝나고 나서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주위를 살폈다.

마치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이 그녀는 계속 주위를 살폈지만, 그녀가 찾고자 하는 그 누군가는 찾을 수 없었다.

예배가 끝나고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녀는 찜찜한 마음을 떨치지 못한 체 망설이는 끝에, 예배를 집도하던 사람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기..."

그는 그녀가 말을 건네 오자, 예배단을 정리하다 말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무심한 듯 무표정한 그의 표정을 보면서,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수연 언니가 안 나와서요. 혹시 수연 언니 소식 들은 거 없으신가요?"

그녀의 물음에 그는 비로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뇨. 딱히 연락받은 거 없습니다. 여기 오시는 분들이 다들 그렇지만, 사는 게 바쁘다 보면 종종 연락 없이 오지 않을 때가 있지요. 몇 달 쉬었다가 나오기도 하고, 1년 만에 다시 오시는 분도 있고, 그렇습니다."

"아... 네..."

그녀는 뻔히 예상되는 대답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인사를 하고는 돌아섰다.

그런데 걸어가던 그녀는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등 뒤에서 계속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닐 거라 생각하며 걸어가다가 실내와 바깥문 사이를 가로지르는 투명한 강화유리 문이 있었는데, 그곳에 다가가는 순간 그녀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방금 전 그가 여전히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데, 그 눈빛과 표정이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고 애써 태연한 척 밖으로 나왔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두툼한 현관문을 열고 나온 그녀는 어느새 어둑해진 밤하늘을 올려다 보고는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왠지 빨리 집으로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어쩐지 오늘따라 길가에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원래도 그다지 사람이 많은 곳은 아니었다지만, 유독 오늘따라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무서운 마음에 더더욱 발길을 재촉했다.

발길을 재촉한 덕이었을까, 먼저 나간 신도인 듯 보이는 한 여성이 앞쪽에서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제야 그녀는 뭔가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재촉했던 발걸음을 거두듯, 조금 속도를 늦췄다.

진정된 마음으로 걸어가던 그녀는 왠지 앞서 걷고 있는 여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 다가가서 말을 걸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발걸음을 빨리해 앞선 여인과의 거리를 좁혀 가던 그녀는, 앞서 가는 여인이 자신과 똑같은 하이힐을 신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왠지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으레 누구나 하이힐을 신을 것 같지만, 이 교회를 다니는 신도중에 하이힐을 신는 여자는 거의 없었다.

다들 편한 신발을 신고 오는 게 보통이었던지라, 자기처럼 하이힐을 신고 오는 그 여성이 자신과 공통점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었다.

거의 지척까지 다가갔을 때, 말을 걸려던 그녀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소리였다.

또각또각. 분명 하이힐을 신어서 걸어가는 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이상한 건, 바로 그 소리가 하나 뿐이란 점이었다.

지척까지 다가갔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으며 발걸음을 멈춰 섰다.

그러자 그 소리는 멈춰버렸다.

그녀는 여전히 앞서 걷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리도 기척도 없었다.

그녀는 그걸 깨닫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가 깨달아서였을까? 앞서가던 여인이 멈춰 섰다.

멈춰 선 체로 가만히 있었다.

그녀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고,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온몸에 세포 하나하나를 엄습해 오고 있었다.

앞서가던 여인이 천천히 돌아보고 있었다.

왠지 봐서는 안될 그 무언가를 볼 것 같은 두려움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앞선 여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아무것도 없는 얼굴에, 눈이 있어야 할 위치에는 시커먼 구멍 두 개가 있을 뿐이었다.

"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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