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 #24
눈앞에 창을 겨누고 있는 비천상을 쳐다보며 침을 꿀꺽 삼키자, 비천상 뒤로 다른 비천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만있어보자. 이 아이는... 사람이 아닌가?"
뒤에 있는 비천상이 놀라자, 창을 든 비천상도 따라 놀라며 물었다.
"사람? 사람이라고? 어찌 사람이 이곳에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낸들 아나?"
뒤에 있던 비천상이 나래 앞으로 다가왔다.
"너는 어찌 이곳에 있는 것이냐?"
"저... 저는... 백하도령님과 함께 있다가, 도령님이 홍저왕에게 붙잡혀서..."
나래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는데, 비천상이 그녀의 말을 자르며 물었다.
"뭐? 백하도령? 백하도령께서 홍저왕에게 잡혔다고?"
"예...."
비천상들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이내 껄껄 거리며 웃어댔다.
"이놈아, 거짓말을 하려거든 제대로 알고 하거라. 백하도령은 천계의 귀인이시다. 제아무리 홍저왕이 요괴들의 왕이라 한들, 백하도령을 함부로 할 수 있을 듯 싶으냐?"
나래는 얼른 다시 말했다.
"홍저왕이 총명 부인의 호리병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총명 부인을 만나 뵈러 가는 겁니다."
비천상이 다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총명 부인의 호리병?"
"예. 그 호리병에 백하도령님이 갇히셨어요. 어서 백하도령님을 구해야 해요. 총명 부인을 만나게 해 주세요."
비천상은 다시금 서로 마주 보더니, 다시 나래에게 말했다.
"허나, 총명 부인을 만날 수 있는지 없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우린 그저 이곳에 있는 마루 폭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저를 그곳으로 가게 해주세요. 그곳에 하늘길이 있다 들었어요."
비천상이 코웃음을 쳤다.
"하늘길이 있긴 하지. 과연 네가 그 길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구나."
"네?"
나래가 의아해 하자, 비천상이 창든 비천상의 손을 툭치며 말했다.
"내가 안내하지."
그러자 창든 비천상이 창을 내렸고, 나래는 목 앞에 있던 창날이 사라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따라오너라."
나래는 그렇게 말하는 비천상을 따라 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숲을 어느 정도 지나자 거대한 폭포가 하나가 드러났다.
놀랍게도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흐르며, 폭포물이 떨어지듯 하늘 위로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우와...."
나래는 이 거대한 경관에 입이 쩍 벌어졌다.
"이것이 하늘길이다."
비천상이 하늘 위로 높게 솟구쳐 오르는 물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떠냐? 저 길로 갈 수 있겠느냐? 하하"
비천상이 비아냥거리자, 나래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예. 갈 수 있습니다."
나래의 대답에 비천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가도 되지요?"
나래가 확인받듯 묻는 말에, 비천상은 멋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 뭐..."
나래는 성큼성큼 폭포 쪽으로 걸어갔다.
"물방울도 딛었는데, 이까짓거 쯤이야."
나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크게 심호흡을 한번 내쉬었다.
그러고는 다시금 주먹을 불끈 쥐고, 용기 내어 물길로 발을 내디뎠다.
과연 거꾸로 흐르는 물 위를 딛고 서자, 나래는 금세 표정이 밝아지며 자신감을 얻었다.
"가자!"
나래는 물길을 딛고 달리기 시작했다.
거꾸로 흐르는 물길이 거세기 그지없어, 그 위를 마치 바람처럼 달릴 수 있었다.
"맙소사..."
비천상은 그 모습을 보면서 아연실색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나래는 그대로 거꾸로 흐르는 폭포 물길을 따라 하늘로 오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이 상태라면 아래로 떨어질 법한데, 이상하게 물길을 딛는 게 아니라 수면 위에 몸이 달라붙는 것만 같았다.
"신난다~"
나래는 큰 소리로 외치며 거꾸로 흐르는 폭포물 위를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폭포물의 끝이 보였다.
구름 위에 흐르는 기묘한 강물 위로 폭포물이 이어지고 있었고, 강물에 이르자 물길은 잔잔하고 고요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나래는 그 길을 따라 걷다가 조심스레 구름 위를 디뎌 보았다.
역시나 땅 위를 걷는 것처럼 딛고 걸을 수 있으니, 신기하고 또 놀라울 따름이었다.
"네가 나린가람의 물을 딛고 올 줄은 몰랐구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맑고 또렷한 목소리에 나래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총명 부인이 온화한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
"총명 부인님!"
나래가 기뻐하며 그녀에게 달려가 꾸벅 인사를 하니, 그녀가 더욱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예까지는 어찌하여 온 것이냐?"
총명 부인의 물음에 나래는 울상이 되어 대답했다.
"홍저왕이... 총명 부인님의 호리병으로 백하도령을 가두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하지만 총명 부인은 놀라지도 않은 체 여전히 나래를 향해 자상한 미소만 보여주었다.
"그래, 알고 있었다."
"예? 알고 계셨다구요?"
"그래. 하지만 나는 도울 수 없구나."
나래는 실망 어린 눈빛으로 총명 부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예? 어, 어째서요? 어째서 돕지 않으십니까?"
"백하도령은 천인이며 또한 천계의 귀인이다. 스스로 지상에 내려가 그곳을 헤아려 살피기로 하였기에, 그는 천인임과 동시에 또한 지인이기도 한 것이다. 허나 나는 온전한 천인이다. 천인은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함부로 관여할 수 없다."
"하... 하지만 제게 신발도 주시고, 또 천윤도도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한 선물은 종종 주기도 한단다. 하지만 이번엔 줄만한 선물이 없을 듯 하구나."
나래는 실망하여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럼 어찌합니까? 어떻게 백하도령님을 구할 수 있습니까?"
"내 그럼 네게 다른 것을 내어주마."
총명 부인의 말에 나래가 얼른 되물었다.
"다른 것이요?"
"그래. 자..."
총명 부인이 품 안에서 서찰 하나를 꺼내 내밀자, 나래는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그것을 가지고 명계로 가거라."
"며, 명계요? 명계면..."
"그래. 그곳에 가서 대별왕을 만나거라. 대별왕에게 도움을 청하면, 기꺼이 너를 도울 것이다. 홍저왕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가 대별왕이니, 대별왕의 도움을 받는다면, 백하도령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며, 명계를... 어떻게 가죠?"
"명계를 가는 방법은 돌아가거들랑, 청의동자에게 묻거라. 그가 능히 너를 명계로 안내해 줄 것이다."
나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명계는 죽어서 가는 곳 아닌가요? 그럼 혹시... 제가 죽어야 하는 건가요?"
나래의 걱정스러운 푸념에 총명 부인이 활짝 웃음 지었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란다. 너는 살아서 가고 또 살아서 돌아올 것이니 염려치 말거라. 대별왕은 선하니, 너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다."
그래도 나래가 근심 어린 표정을 지우지 못하자, 총명 부인이 이어 말했다.
"그리고 특별히 또 다른 선물을 주마."
그녀가 이번에는 아주 작은 비단 주머니 세 개를 내밀었다.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으로 되어있는 세 개의 비단 주머니는 입구가 금색 실로 묶여 있었는데, 그것을 내밀어 보이며 설명해주었다.
"네가 정말로 위험하다고 생각될 때, 이것을 하나씩 풀어보거라. 그때마다 네게 도움이 될만한 것이 나올 것이다."
나래는 세 개의 비단 주머니를 받아 들고는 오묘한 표정이 되었다.
"제가 명계로 가면... 정말로 백하도령님을 구할 수 있을까요?"
나래의 물음에 총명 부인이 환하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네가 그렇게 믿는다면, 능히 그리될 것이다."
나래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총명 부인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내려갈 수 있나요?"
나래의 물음에 총명 부인이 어딘가로 걸어가자, 나래가 얼른 그 뒤를 쫓아 걸었다.
총명 부인은 구름 끝으로 가서 저 멀리 보이는 바다를 가리켰다.
"저쪽에, 네가 가고자 하는 귀수산이 있다."
나래는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으... 엄청 높은 곳에 있었네요. 여길 어떻게 내려가죠?"
총명 부인이 빙그레 웃으며 자애롭게 말했다.
"너는 내가 준 꽃신을 신고 있지 않느냐?"
"예? 하지만 그러려면 디딜 것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것은 세상 모든 것을 디딜 수 있단다."
"예, 그러니깐요..."
총명 부인이 손을 들어 바람결을 느끼며 말했다.
"이대로 하늬바람을 타고 달리거라. 그럼 귀수산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나래의 머릿속에서 뭔가 번쩍하는 기분이었다.
"아! 바람을 딛고 달리란 건가요?"
총명 부인이 예의 빙그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 무엇이든 디딜 수 있는 꽃신이니라."
나래는 다시 한번 총명 부인에게 허리를 숙여 꾸벅 인사를 해 보였다.
"감사합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인사를 마친 나래는 심호흡을 한번 했다.
마치 번지점프를 하기 전 기다리는 듯한 기분이었지만, 총명 부인의 말을 들으니 어쩐지 용기가 샘솟았다.
예전에 자신이라면 상상도 못 할 도전이었지만, 지금은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래는 있는 힘껏 불어오는 바람을 향해 훌쩍 뛰어올랐다.
놀랍게도 나래는 정말 바람을 딛고 달릴 수 있었다.
"우와아~~"
나래는 신이 나서 바람을 딛고, 그야말로 바람처럼 달리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바닷가의 작은 점을 향해 내달리는 나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이야아~~~"
신나게 달리는 나래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울려 퍼졌다.
"가만있어보자. 이 아이는... 사람이 아닌가?"
뒤에 있는 비천상이 놀라자, 창을 든 비천상도 따라 놀라며 물었다.
"사람? 사람이라고? 어찌 사람이 이곳에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낸들 아나?"
뒤에 있던 비천상이 나래 앞으로 다가왔다.
"너는 어찌 이곳에 있는 것이냐?"
"저... 저는... 백하도령님과 함께 있다가, 도령님이 홍저왕에게 붙잡혀서..."
나래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는데, 비천상이 그녀의 말을 자르며 물었다.
"뭐? 백하도령? 백하도령께서 홍저왕에게 잡혔다고?"
"예...."
비천상들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이내 껄껄 거리며 웃어댔다.
"이놈아, 거짓말을 하려거든 제대로 알고 하거라. 백하도령은 천계의 귀인이시다. 제아무리 홍저왕이 요괴들의 왕이라 한들, 백하도령을 함부로 할 수 있을 듯 싶으냐?"
나래는 얼른 다시 말했다.
"홍저왕이 총명 부인의 호리병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총명 부인을 만나 뵈러 가는 겁니다."
비천상이 다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총명 부인의 호리병?"
"예. 그 호리병에 백하도령님이 갇히셨어요. 어서 백하도령님을 구해야 해요. 총명 부인을 만나게 해 주세요."
비천상은 다시금 서로 마주 보더니, 다시 나래에게 말했다.
"허나, 총명 부인을 만날 수 있는지 없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우린 그저 이곳에 있는 마루 폭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저를 그곳으로 가게 해주세요. 그곳에 하늘길이 있다 들었어요."
비천상이 코웃음을 쳤다.
"하늘길이 있긴 하지. 과연 네가 그 길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구나."
"네?"
나래가 의아해 하자, 비천상이 창든 비천상의 손을 툭치며 말했다.
"내가 안내하지."
그러자 창든 비천상이 창을 내렸고, 나래는 목 앞에 있던 창날이 사라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따라오너라."
나래는 그렇게 말하는 비천상을 따라 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숲을 어느 정도 지나자 거대한 폭포가 하나가 드러났다.
놀랍게도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흐르며, 폭포물이 떨어지듯 하늘 위로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우와...."
나래는 이 거대한 경관에 입이 쩍 벌어졌다.
"이것이 하늘길이다."
비천상이 하늘 위로 높게 솟구쳐 오르는 물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떠냐? 저 길로 갈 수 있겠느냐? 하하"
비천상이 비아냥거리자, 나래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예. 갈 수 있습니다."
나래의 대답에 비천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가도 되지요?"
나래가 확인받듯 묻는 말에, 비천상은 멋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 뭐..."
나래는 성큼성큼 폭포 쪽으로 걸어갔다.
"물방울도 딛었는데, 이까짓거 쯤이야."
나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크게 심호흡을 한번 내쉬었다.
그러고는 다시금 주먹을 불끈 쥐고, 용기 내어 물길로 발을 내디뎠다.
과연 거꾸로 흐르는 물 위를 딛고 서자, 나래는 금세 표정이 밝아지며 자신감을 얻었다.
"가자!"
나래는 물길을 딛고 달리기 시작했다.
거꾸로 흐르는 물길이 거세기 그지없어, 그 위를 마치 바람처럼 달릴 수 있었다.
"맙소사..."
비천상은 그 모습을 보면서 아연실색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나래는 그대로 거꾸로 흐르는 폭포 물길을 따라 하늘로 오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이 상태라면 아래로 떨어질 법한데, 이상하게 물길을 딛는 게 아니라 수면 위에 몸이 달라붙는 것만 같았다.
"신난다~"
나래는 큰 소리로 외치며 거꾸로 흐르는 폭포물 위를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폭포물의 끝이 보였다.
구름 위에 흐르는 기묘한 강물 위로 폭포물이 이어지고 있었고, 강물에 이르자 물길은 잔잔하고 고요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나래는 그 길을 따라 걷다가 조심스레 구름 위를 디뎌 보았다.
역시나 땅 위를 걷는 것처럼 딛고 걸을 수 있으니, 신기하고 또 놀라울 따름이었다.
"네가 나린가람의 물을 딛고 올 줄은 몰랐구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맑고 또렷한 목소리에 나래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총명 부인이 온화한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
"총명 부인님!"
나래가 기뻐하며 그녀에게 달려가 꾸벅 인사를 하니, 그녀가 더욱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예까지는 어찌하여 온 것이냐?"
총명 부인의 물음에 나래는 울상이 되어 대답했다.
"홍저왕이... 총명 부인님의 호리병으로 백하도령을 가두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하지만 총명 부인은 놀라지도 않은 체 여전히 나래를 향해 자상한 미소만 보여주었다.
"그래, 알고 있었다."
"예? 알고 계셨다구요?"
"그래. 하지만 나는 도울 수 없구나."
나래는 실망 어린 눈빛으로 총명 부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예? 어, 어째서요? 어째서 돕지 않으십니까?"
"백하도령은 천인이며 또한 천계의 귀인이다. 스스로 지상에 내려가 그곳을 헤아려 살피기로 하였기에, 그는 천인임과 동시에 또한 지인이기도 한 것이다. 허나 나는 온전한 천인이다. 천인은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함부로 관여할 수 없다."
"하... 하지만 제게 신발도 주시고, 또 천윤도도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한 선물은 종종 주기도 한단다. 하지만 이번엔 줄만한 선물이 없을 듯 하구나."
나래는 실망하여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럼 어찌합니까? 어떻게 백하도령님을 구할 수 있습니까?"
"내 그럼 네게 다른 것을 내어주마."
총명 부인의 말에 나래가 얼른 되물었다.
"다른 것이요?"
"그래. 자..."
총명 부인이 품 안에서 서찰 하나를 꺼내 내밀자, 나래는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그것을 가지고 명계로 가거라."
"며, 명계요? 명계면..."
"그래. 그곳에 가서 대별왕을 만나거라. 대별왕에게 도움을 청하면, 기꺼이 너를 도울 것이다. 홍저왕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가 대별왕이니, 대별왕의 도움을 받는다면, 백하도령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며, 명계를... 어떻게 가죠?"
"명계를 가는 방법은 돌아가거들랑, 청의동자에게 묻거라. 그가 능히 너를 명계로 안내해 줄 것이다."
나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명계는 죽어서 가는 곳 아닌가요? 그럼 혹시... 제가 죽어야 하는 건가요?"
나래의 걱정스러운 푸념에 총명 부인이 활짝 웃음 지었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란다. 너는 살아서 가고 또 살아서 돌아올 것이니 염려치 말거라. 대별왕은 선하니, 너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다."
그래도 나래가 근심 어린 표정을 지우지 못하자, 총명 부인이 이어 말했다.
"그리고 특별히 또 다른 선물을 주마."
그녀가 이번에는 아주 작은 비단 주머니 세 개를 내밀었다.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으로 되어있는 세 개의 비단 주머니는 입구가 금색 실로 묶여 있었는데, 그것을 내밀어 보이며 설명해주었다.
"네가 정말로 위험하다고 생각될 때, 이것을 하나씩 풀어보거라. 그때마다 네게 도움이 될만한 것이 나올 것이다."
나래는 세 개의 비단 주머니를 받아 들고는 오묘한 표정이 되었다.
"제가 명계로 가면... 정말로 백하도령님을 구할 수 있을까요?"
나래의 물음에 총명 부인이 환하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네가 그렇게 믿는다면, 능히 그리될 것이다."
나래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총명 부인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내려갈 수 있나요?"
나래의 물음에 총명 부인이 어딘가로 걸어가자, 나래가 얼른 그 뒤를 쫓아 걸었다.
총명 부인은 구름 끝으로 가서 저 멀리 보이는 바다를 가리켰다.
"저쪽에, 네가 가고자 하는 귀수산이 있다."
나래는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으... 엄청 높은 곳에 있었네요. 여길 어떻게 내려가죠?"
총명 부인이 빙그레 웃으며 자애롭게 말했다.
"너는 내가 준 꽃신을 신고 있지 않느냐?"
"예? 하지만 그러려면 디딜 것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것은 세상 모든 것을 디딜 수 있단다."
"예, 그러니깐요..."
총명 부인이 손을 들어 바람결을 느끼며 말했다.
"이대로 하늬바람을 타고 달리거라. 그럼 귀수산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나래의 머릿속에서 뭔가 번쩍하는 기분이었다.
"아! 바람을 딛고 달리란 건가요?"
총명 부인이 예의 빙그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 무엇이든 디딜 수 있는 꽃신이니라."
나래는 다시 한번 총명 부인에게 허리를 숙여 꾸벅 인사를 해 보였다.
"감사합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인사를 마친 나래는 심호흡을 한번 했다.
마치 번지점프를 하기 전 기다리는 듯한 기분이었지만, 총명 부인의 말을 들으니 어쩐지 용기가 샘솟았다.
예전에 자신이라면 상상도 못 할 도전이었지만, 지금은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래는 있는 힘껏 불어오는 바람을 향해 훌쩍 뛰어올랐다.
놀랍게도 나래는 정말 바람을 딛고 달릴 수 있었다.
"우와아~~"
나래는 신이 나서 바람을 딛고, 그야말로 바람처럼 달리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바닷가의 작은 점을 향해 내달리는 나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이야아~~~"
신나게 달리는 나래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울려 퍼졌다.
아직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