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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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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검휘필
· 최초 등록: 2025.10.26 · 최근 연재: 2025-10-26
읽기 시간 예측: 약 11.52분

23화 - #1


홍두평과 함께하는 대부분의 수련은 거대한 내력을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한 내력 운용 방법과, 권과 검의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었다.

초식의 개념조차 몰랐던 라마는 홍두평의 가르침 아래 아주 기초적인 것을 다듬는 한편, 대부분의 시간을 내력 운용에 할애하고 있었다.

그런 수련을 지켜보며, 송이개와 유림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은지 보름째 되었을 때였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유림이 눈을 비비며 움막에서 나왔을 때, 새벽부터 홍두평과 함께 운기조식을 하던 라마가 이전과는 그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보였다.

"어떠냐? 좀 알겠느냐?"

홍두평의 물음에 라마는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예, 스승님. 스승님 덕에 너무 이해가 잘 돼서 기분이 좋습니다."

라마의 말에 홍두평이 껄껄 거리고 웃었다.

"워낙에 내력이 많으니 일취월장이구나. 타고난 재능이다."

그런 홍두평의 말에 라마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실은... 제가 있던 곳에서 저는 가장 재능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렇게 재능이 있단 소리를 들으니 왠지 어색합니다."

라마의 말에 홍두평이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려서 재능이란 것은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한 것이다. 탁월한 재능이란, 그 재능이 움트기 위한 동기와 과정을 가졌을 때, 비로소 꽃 피우는 것이지."

라마가 의아한 표정으로 홍두평을 바라보니, 홍두평이 다시 말을 이었다.

"무공도 그렇다.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그 수준에 준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고, 그리하면 그 다음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 한결 수월해지지.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무엇이든 빠르고 쉽게 배우며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 그것이 바로 재능이 되는 것이다."

"그럼...."

"네가 재능이 없다 평가받았던 이유는, 네가 최소한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그 임계점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야. 처음 그 임계점을 넘기 위해서는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끊임없이 반복하며 그 이치를 몸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하느니라."

홍두평의 설명에 라마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제 그 수준에 이르렀으니, 그 이치가 몸이 깃들었고, 자연스럽게 다른 것들을 보다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니, 이것이야 말로 재능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떠냐? 이제 너 혼자서 기를 운용해 보거라."

"예. 스승님."

라마가 기쁜 얼굴로 다시 좌정하고 앉으려 하자, 홍두평이 핀잔을 주듯 말했다.

"언제까지 앉아서 운용할 생각이더냐? 일어나서 하거라. 결투가 벌어지면 순간순간 기 운용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라마는 홍두평의 말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선상태에서 기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 하는 기의 운용은 운기조식과는 다른 것이었다.

라마는 자신의 몸안에 거대한 내력이 소용돌이치며, 두 개의 줄기로 나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양팔을 살짝 벌려, 흡사 양손으로 기를 모으는 듯 웅크리니, 오른손아귀에는 뜨거운 기운이 응집되고, 왼손아귀에는 차가운 기운이 응집되기 시작했다.

그런 라마의 모습을 보며 홍두평이 기쁜 얼굴로 말했다.

"잘하고 있다. 과연, 재능이 있구나. 쌍수호박의 근간을 보름 만에 깨우친 것은, 너의 그 큰 내력과 너의 재능 덕이다."

홍두평의 칭찬에 라마도 기쁜 표정이 되었다.

이제 내력을 좌우로 나눠서 운용이 가능하니, 흡사 두 사람이 된 것 같은 기 운용이 가능했다.

"그럼, 이제 의도한 것을 해보자."

홍두평의 말에 라마가 다시금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의도한 것이라뇨?"

"이놈, 그새 까먹은 것이냐? 애초에 네게 쌍수호박을 왜 가르쳤느냐?"

그제야 라마는 마법이 생각나 "아~"하며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서 해 보거라."

홍두평도 사뭇 기대가 되는지, 라마를 재촉했고, 라마는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다시 두 개의 기운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기운이 둘로 나뉘고 난 뒤, 라마는 한쪽 기운을 천천히 마나로 치환하기 시작했다.

과연 나뉜 두 기운이 모두 바뀌는 것이 아니라, 한쪽 기운만 마나로 치환되는 것이 느껴졌다.

"됩니다. 돼요... 어...."

순간 라마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갑자기 나뉘어 있던 두 기운이 강하게 충돌하며 마치 라마의 몸이 폭발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건....큭!"

말을 하던 라마의 입에서 갑자기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대로 의식을 잃고 고꾸라지는 라마는, 놀란 얼굴로 다가오는 홍두평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았다.



***



유림이 눈을 비비며 움막에서 나오니, 공터 한가운데 라마와 홍두평이 수련을 하고 있었다.

어쩐지 라마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 보였는데, 피곤해서 그런지 머리도 조금 하얗게 새버린 것 같았다.

"어떠냐? 좀 알겠느냐?"

홍두평의 물음에 라마는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예, 스승님. 스승님 덕에 너무 이해가 잘 돼서 기분이 좋습니다."

사실, 다른 이들에게 이날 하루는 처음일지 모르나, 라마는 이미 수십수백 번을 반복한 하루였다.

수백 번을 홍두평에게 다시 듣는 가르침이었지만, 라마는 여전히 기쁜 얼굴로 홍두평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신을 이토록 생각해주는 스승이 있다는 것이, 라마에게는 그 자체로 너무 기쁜 일이었다.

조금씩 조금씩 진전을 해나가고 있어서 기쁜 것도 있었지만, 마지막에 두 기운을 공존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어서 해 보거라."

홍두평의 말에 라마는 조금 긴장된 얼굴로 눈을 차분히 감았다.

몸에 근육을 이완시키고, 기의 운용을 최소한으로 하며, 두 기운을 분리시켰다.

그리고 다른 한쪽의 기운을 천천히 마나로 치환하기 시작했고, 그간의 반복 수련으로 얻은 경험을 토대로 두 기운이 서로 상충되지 않도록 조심했다.

흡사 폭발물을 다루는 듯, 조심스러운 기의 운용은 일다경 정도가 계속되었고, 비로소 두 개의 기운이 동시에 온전히 자리잡기 시작했다.

라마가 오른손을 들어 기를 운용하니, 내력을 바탕으로 한 뜨거운 기운이 손아귀 안에 맺히기 시작했고, 외손을 들어 주문을 외우니 화염계 마법의 불꽃이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오오..."

이를 보고 있던 유림과 송이개가 놀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구경하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라마는 천천히 내력의 양을 늘려가며, 동시에 마나의 양도 늘려갔다.

두 기운은 라마의 몸안에 공존하며 서서히 거대해져 갔고, 어느 순간 두기운이 부딪히는가 싶더니 충돌하지 않고 서로 맞물리기 시작했다.

'이게 된다면...'

라마는 한 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었다.

내력은 수련을 통해 쌓는 기운이다.

제아무리 효율적인 내력 운용을 통해 효과적으로 내력을 쌓았다 한들, 그가 단 며칠 만에 십 년, 이십 년의 공력을 얻을 리는 만무했다.

라마는 자신의 내력이 이렇게 비대해진 데에는, 마나의 특성이 작용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즉, 상대적으로 쌓기가 쉬운 마나를 내력으로 치환하면, 정상적으로 얻을 수 있는 내력보다 훨씬 많은 내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내력을 다시 마나로 치환하면 또다시 더 많은 마나를 얻을 수 있었다.

마나를 내력으로, 심법으로 내력의 양을 늘리고 다시 마나로, 마나를 늘리고 다시 내력으로 전환을 반복하다 보면 그 내력과 마나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경험을 토대로, 라마는 나뉜 두 개의 기운을 서로 섞기 시작했다.

한쪽의 마나를 다른 쪽의 내력 쪽으로 치환시키며 이동하고, 내력은 마나 쪽으로 치환시키며 이동하니, 두 기운이 서로 공존하며 섞이고 맞물려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흐름은 점점 거대해지고, 거칠어지며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라마의 몸에서 점점 광채가 나기 시작하자, 송이개와 유림은 물론 홍두평까지 놀라 뒤로 주춤 물러났다.

어느 순간, 라마의 몸에서 환한 금빛이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흡사 광풍이 몰아치듯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에 잠시 눈을 감았던 홍두평, 유림, 송이개가 다시 눈을 뜨고 라마를 바라보았을 때, 그들은 완전히 달라진 라마를 볼 수 있었다.

원래 변신하면 금빛이고, 돌아오면 흑빛이었던 머리카락은 은색 빛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으며, 변신 시에 되려 체구가 작아지던 몸은, 오히려 더 건장해졌다.

뿐만 아니라 피부빛은 더 하얗게 밝아졌으며, 눈을 뜨니 양 눈의 색깔이 서로 달랐다.

왼쪽 눈은 검은색 빛으로 영롱하게 빛났고, 오른쪽 눈은 파란빛으로 반짝거렸다.

"누, 눈동자가 서로 다른데?"

송이개의 말에, 유림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것도 그거지만... 어쩐지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지 않소?"

그랬다. 라마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평안하고 여유로웠다.

세상 모든 것이 평화롭게 느껴지고, 새삼 불어오는 자연의 바람과 꽃잎이 흔들리는 소리까지도 귀에 생생히 전해져 오는 것만 같았다.

라마의 표정은 온화했고, 살짝 지어진 미소는 흡사 부처의 표정 같았다.

"아무래도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한 모양이구나."

홍두평의 말에 유림이 놀라 홍두평에게 되물었다.

"화, 환골탈태요? 그 정도 경지까지 갔다면, 무림 내에 겨룰 수 있는 사람이 몇 안될 겁니다."

홍두평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아마도, 능히 맞서 겨를 이가 없을 것 같구나."

홍두평은 마치 넋을 놓은 듯, 라마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말하고 있었다.

라마는 지금 완전히 새로운 힘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굳이 힘을 따로 운용하려 애쓰지도 않았고, 기를 운용하려 애쓰지 않아도, 그의 안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두 개의 기운은, 마치 수레바퀴처럼 돌며 무한한 힘을 만들어내고 있었고, 그 기세는 한여름의 태양과도 같았다.

라마가 손을 내뻗어 손바닥을 내밀자, 움막에 놓여 있던 라마의 검이 둥실하고 떠올랐다.

송이개와 유림, 홍두평이 그 모습을 보고 더욱 놀라 경악에 가까운 표정이 되었다.

라마의 검이 휙 하고 날아가 라마의 손에 쥐어지니, 저절로 검집이 벗겨져 바닥에 놓였고, 검은 서슬 퍼런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느, 능공섭물(凌空攝物) 아니오?"

유림의 말에 송이개는 너무 놀라 그저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었다.

라마의 손에 들린 검에 서서히 검기가 맺히는 가 싶더니, 어느 순간 폭발적인 검기를 뿜어내며 활활 타오르듯 푸른 기운이 이글거렸다.

잠시 뒤에는 '쩡'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가루가 되어 부서져 버렸으나, 라마의 손에는 흡사 여전히 검이 있는 듯 검의 형태가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저... 저건 뭐요?"

유림이 묻는 말에, 송이개는 질겁을 한 표정으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낸들 아나... 뭔지 모르지만 엄청난 걸 거요."

이어 라마가 왼손을 들자, 왼손에도 오른손에 들린 것 같은 검의 형태로 붉은 기운이 생겨나더니, 불꽃처럼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라마가 양손을 움켜쥐며, 두 기운을 응집하자 순간 '팍'하는 파공음과 함께 기운이 사그라들고, 대신 라마의 양손에 두 개의 검이 들려져 있었다.

분명 검이 가루가 되어 부서져 내린 것을 똑똑히 보았고, 아직도 그 가루가 바닥에 널려 있음에도, 마치 새로 생겨난 것 같이 라마의 손에 두 개의 검이 쥐어져 있었다.

검의 자루 부분은 기묘한 양식을 띄고 있어, 흔히 볼 수 있는 검과는 그 형태부터가 사뭇 달랐다.

라마가 돌연 양손바닥을 활짝 펴자, 두 개의 검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팍!' 하는 파공음과 함께 그냥 사라져 버렸다.

"허허... 신묘하네, 신묘해!"

송이개가 감탄해하니, 유림이 놀란 눈으로 말했다.

"아니 무슨 묘기를 부리는 것 같수다."

홍두평도 놀라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괜찮은 것이냐?"

홍두평의 물음에 라마가 그를 바라보더니, 빙그레 웃어 보였다.

"예, 스승님."

그제야 홍두평은 마음이 놓이는지, 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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