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 #25
"아토님~~"
초코 옆에서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있던 아토는, 갑자기 들려오는 나래의 목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야?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야?"
그때 초코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 위에."
아토가 따라 고개를 들어보니, 놀랍게도 나래가 바람을 타고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쟤가 신선이 다 됐구만."
아토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을 하는 사이, 나래가 아토와 초코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초코님~ 저 왔어요~"
신나하는 나래를 보며 아토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신났네, 신났어."
때마침 밖으로 나온 솔이도 나래를 보고는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씨!"
"솔아~"
달려서 땅으로 내려선 나래가 그대로 달려가 솔이를 껴안자, 솔이도 반가움에 나래를 꼭 껴안았다.
"다행이어요. 걱정했어요, 아씨."
"그래그래, 괜찮아."
나래는 기쁜 마음에 솔이 등을 다독 거려 주었다.
그런 나래를 보며 아토가 물었다.
"그래, 총명 부인은 만나고 온 거야?"
나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만났어요."
"뭐라시든?"
나래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천인은 이곳의 일에 관여할 수 없다 하셨어요."
나래의 대답에 아토가 콧방귀를 뀌었다.
"흥! 융통성 없기는... 그럴 줄 알았다."
나래는 얼른 반색을 하며 말했다.
"대신 대별왕에게 전할 서찰을 주셨어요. 그걸 대별왕께 전하면 도움을 주실 거라 하셨어요."
대별왕이란 말에 아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대별왕? 명계에 가겠단 거냐?"
"네. 꼭 죽지 않아도 갈 수 있다 하였어요."
그때 마침 밖으로 나오던 청의동자가 그 말을 듣고 다가와 말했다.
"그렇습니다. 죽지 않아도, 제가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아토가 다가온 청의동자를 보며 물었다.
"갈 수 있고 없고 가 문제가 아니잖아. 간다고 해서 대별왕을 만날 수 있기는 한 거야?"
아토의 물음에 나래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왜요? 못 만나요?"
아토는 "킁!" 하는 소리를 내더니 나래에게 물었다.
"명계가 어디 조그마한 동네 마을인 줄 알아? 명계를 떠도는 망령부터 사자들까지, 어떤 놈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곳이라고. 대별왕은 그곳을 다스리는 신이야. 저승전까지 가는 것도 문제지만, 간다고 대별왕을 만난다는 보장이 어디 있어?"
아토의 말을 들은 나래가 청의동자를 의구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청의동자가 헛기침을 한번 하며 대답했다.
"그건 저도... 전 명계 입구까지만 바래다 드릴 수 있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나래는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갈래요. 뭐가 됐든지 해볼 거예요."
단호한 나래의 대답에,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토가 껄껄 거리며 웃었다.
"으하하, 이 녀석 그새 꽤나 용감해졌네? 으하하 좋다, 가자. 까짓 거 거서 죽어봐야 거기겠지? 죽어서 가는 곳인데, 뭐가 무섭겠어? 으하하"
아토의 말에 솔이가 나래를 보며 말했다.
"저도 도울게요, 아씨. 무엇이든 도울게요."
나래는 솔이를 보며 방긋이 웃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고마워."
청의동자가 한쪽으로 물러나 서며 말했다.
"그럼, 보내드리겠습니다."
이어 그가 또다시 거대한 얼굴인 거구귀로 변하였다.
입을 쩍 벌리고 혓바닥을 내미니, 혀가 곧 길이 되었다.
"이 몸이 앞장서지."
아토가 의기양양하게 앞장서서 거구귀의 입안으로 들어서자, 그 뒤로 초코와 나래, 솔이가 뒤따랐다.
거구귀의 입속으로 들어가 반대쪽에 또 다른 입이 열리며, 전혀 다른 공간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오고 난 뒤, 거구귀의 모습은 사라져 버렸고, 모두는 황량한 회색빛 대지위에 서 있었다.
간간히 날리는 검은 잿가루와 모레 바람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고, 눈앞에는 거대한 절벽이 자리 잡은 가운데, 절벽 아래 커다란 동굴이 보였다.
"저기야. 명계로 가는 입구."
아토가 앞장서서 동굴 쪽으로 향하자, 나래가 뒤따르며 눈살을 찌푸렸다.
"너무 어두컴컴해요."
그러자 솔이가 나서 말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솔이가 도깨비불로 홱하니 변하여 나래 앞으로 날아오르니, 마치 횃불을 든 것처럼 작게나마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고마워, 솔아."
나래는 다시 아토와 초코를 따라 동굴 입구로 들어섰다.
어두컴컴한 동굴 안에서, 그나마 솔이의 불빛에 의지해 걷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하고 오싹하게 느껴졌다.
"무서워?"
앞장서서 걷던 아토가 대뜸 묻는 말에, 나래는 잠시 망설이다가 "네..."하고 작게 대답했다.
"본능이야. 이곳에서는 모두가 두려움을 느끼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것치고는 아토는 왠지 멀쩡해 보였다.
"아토님은 무섭지 않으신가 봐요?"
나래의 물음에 아토가 코웃음을 쳤다.
"흥! 이 몸을 두렵게 하는 게 있을라고?"
그때 앞쪽에서 뭔가 훅 하고 나타나자, 아토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아고, 깜짝이야?"
눈을 동그랗게 뜬 아토는, 눈앞에 멍한 표정으로 사람의 형상을 한 존재가 서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놔... 망령이잖아. 깜짝 놀랐네."
이어 아토의 시선이 나래에게로 향하자, 슬며시 웃음을 감추는 나래를 불만스럽게 바라보았다.
"뭐야, 그 표정은?"
"저요? 제가 왜요?"
"시치미는... 방금 비웃었지? 내가 놀래서?"
"아뇨, 설마요? 놀라셨어요?"
나래의 시치미를 보면서, 아토는 연신 콧방귀를 뀌었다.
"흥! 누가 모를 줄 알고? 저놈의 망령은 왜 여기 서 있고 난리야?"
아토가 다시 앞을 바라보니, 망령이 하나가 아니고 둘이었다.
"어라? 이놈들 왜 여기..."
그런데 가만히 보니, 둘이 아니고 셋이고, 넷이었다.
자꾸만 하나씩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나래를 비롯해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야 이거?"
아토가 당황하여 주변을 둘러보자, 곳곳에서 망령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이 하나같이 나래 쪽을 향하고 있었다.
-아....
-어어....
그들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손을 앞으로 내민 체, 흡사 좀비처럼 나래에게로 다가왔다.
"으으... 왜들 이래요?"
나래가 무서워하며 그들의 손을 피해 움찔거리자, 허공에 떠 있던 솔이가 소리치듯 말했다.
"망령들이 살아있는 아씨를 탐내는 모양이어요."
그 말에 아토가 "아차!" 하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호랑이로 모습을 바꿨다.
"나래가 살아있는 생명이란 걸 깜빡했구나. 망령들이 노릴 터이니, 서두르자."
나래는 얼른 초코를 끌어안고 아토의 등에 올라탔고, 솔이의 불빛은 나래의 어깨에 가 앉았다.
아토는 나래가 올라타자 앞발로 망령들을 후려치며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망령들은 끝도 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어디 있다가 나타난 것인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물밀듯이 밀려들었고, 그 바람에 아토가 나아가는 속도는 점점 더뎌지고 있었다.
동굴 안이라 천정이 낮으니, 초코가 변하여 날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구만!"
아토가 갑자기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엄청난 소리로 포효했다.
사자후(獅子吼)의 외침이 동굴 안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니, 망령들이 기겁을 하여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때다!"
아토가 재빨리 바람처럼 달리자, 등위에 탄 나래가 말했다.
"진작에 이렇게 하시지 그러셨어요."
나래의 말에 아토가 핀잔을 주듯 대답했다.
"모르는 소리 하지 마. 이걸 쓰면 더 귀찮은 놈들이 온다고."
"네?"
주위를 까맣게 메우던 망령들이 사라지고, 동굴의 크기가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 허공 위에 검은 그림자가 스멀스멀 생겨나며 따라오기 시작했다.
한줄기, 두 줄기 점점 늘어나는 그림자를 보면서, 나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저건 뭐죠?"
아토가 달려가며 대답했다.
"그슨대야."
"그슨대요?"
"그래. 공포심을 부추기는 것들이지. 사자후 소리를 듣고 쫓아온 거야."
"그럼 어떻게 해요?"
"강을 건너면 더 쫓아오지 않을 거야."
"강이요?"
그 무렵 저 앞으로 큼지막하고 칙칙한 강물이 보였다.
"저기야."
아토는 그 강물 쪽을 향해 쏜살같이 달렸고, 그슨대들 역시 놓칠세라 뒤쫓아 오고 있었다.
그때 나래는 신기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눈앞에 버스가 마주 달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건... 버스 아냐?"
나래가 놀라 외치는 순간, 버스가 순식간에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나가는 버스에는 사람의 형상을 한 도깨비가 운전을 하고 있었고, 뒷문 쪽에는 안내원도 보였다.
타고 있는 이가 아무도 없는 버스는 아토와 나래가 지나온 동굴 길 쪽으로 멀어져 가고 있었다.
"망자들이 타는 버스여요."
솔이의 대답에, 나래가 놀라서 물었다.
"버스를 타고 다녀?"
"예."
"신기하네..."
나래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사이, 아토는 어느새 강가에 다다랐다.
강가에 다가가니 놀랍게도 무지갯빛이 서서히 나타나 마치 다리처럼 양쪽을 이어주었다.
"간다."
아토는 그 말을 남기고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무지개다리 위로 올라서자, 그슨대들은 더 이상 쫓아오지 않았다.
"돌아갈 땐 어떻게 돌아가요?"
나래의 물음에, 아토는 달리면서 대답했다.
"몰라. 그때 가서 생각하지 머."
아토는 순식간에 무지개다리를 건너 반대편에 이르렀고, 지친 듯 금세 원래 고양이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이고야..."
아토가 널브러지자, 나래가 미안한 표정으로 그런 아토를 들어 올려 품에 안았다.
"잠시 쉬세요."
"됐어. 못 걸을 정도는 아냐."
나래가 아토의 턱밑을 긁어주며 말했다.
"괜찮으니까 좀 쉬세요. 이젠 제가 걸을께요."
그러자 아토는 아무 말하지 않고, 가만히 나래의 품에 안겼다.
나래가 아토를 안은 체 걷기 시작하자, 솔이가 날아 올라 나래의 앞길을 밝혀 주었고, 초코가 그 뒤를 졸졸 따라 걸었다.
걸어가는 나래는 저만치에 궁궐의 모습을 한 저승전을 볼 수 있었다.
불어오는 황색 바람을 맞으며, 나래는 저승전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갔다.
초코 옆에서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있던 아토는, 갑자기 들려오는 나래의 목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야?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야?"
그때 초코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 위에."
아토가 따라 고개를 들어보니, 놀랍게도 나래가 바람을 타고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쟤가 신선이 다 됐구만."
아토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을 하는 사이, 나래가 아토와 초코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초코님~ 저 왔어요~"
신나하는 나래를 보며 아토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신났네, 신났어."
때마침 밖으로 나온 솔이도 나래를 보고는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씨!"
"솔아~"
달려서 땅으로 내려선 나래가 그대로 달려가 솔이를 껴안자, 솔이도 반가움에 나래를 꼭 껴안았다.
"다행이어요. 걱정했어요, 아씨."
"그래그래, 괜찮아."
나래는 기쁜 마음에 솔이 등을 다독 거려 주었다.
그런 나래를 보며 아토가 물었다.
"그래, 총명 부인은 만나고 온 거야?"
나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만났어요."
"뭐라시든?"
나래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천인은 이곳의 일에 관여할 수 없다 하셨어요."
나래의 대답에 아토가 콧방귀를 뀌었다.
"흥! 융통성 없기는... 그럴 줄 알았다."
나래는 얼른 반색을 하며 말했다.
"대신 대별왕에게 전할 서찰을 주셨어요. 그걸 대별왕께 전하면 도움을 주실 거라 하셨어요."
대별왕이란 말에 아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대별왕? 명계에 가겠단 거냐?"
"네. 꼭 죽지 않아도 갈 수 있다 하였어요."
그때 마침 밖으로 나오던 청의동자가 그 말을 듣고 다가와 말했다.
"그렇습니다. 죽지 않아도, 제가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아토가 다가온 청의동자를 보며 물었다.
"갈 수 있고 없고 가 문제가 아니잖아. 간다고 해서 대별왕을 만날 수 있기는 한 거야?"
아토의 물음에 나래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왜요? 못 만나요?"
아토는 "킁!" 하는 소리를 내더니 나래에게 물었다.
"명계가 어디 조그마한 동네 마을인 줄 알아? 명계를 떠도는 망령부터 사자들까지, 어떤 놈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곳이라고. 대별왕은 그곳을 다스리는 신이야. 저승전까지 가는 것도 문제지만, 간다고 대별왕을 만난다는 보장이 어디 있어?"
아토의 말을 들은 나래가 청의동자를 의구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청의동자가 헛기침을 한번 하며 대답했다.
"그건 저도... 전 명계 입구까지만 바래다 드릴 수 있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나래는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갈래요. 뭐가 됐든지 해볼 거예요."
단호한 나래의 대답에,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토가 껄껄 거리며 웃었다.
"으하하, 이 녀석 그새 꽤나 용감해졌네? 으하하 좋다, 가자. 까짓 거 거서 죽어봐야 거기겠지? 죽어서 가는 곳인데, 뭐가 무섭겠어? 으하하"
아토의 말에 솔이가 나래를 보며 말했다.
"저도 도울게요, 아씨. 무엇이든 도울게요."
나래는 솔이를 보며 방긋이 웃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고마워."
청의동자가 한쪽으로 물러나 서며 말했다.
"그럼, 보내드리겠습니다."
이어 그가 또다시 거대한 얼굴인 거구귀로 변하였다.
입을 쩍 벌리고 혓바닥을 내미니, 혀가 곧 길이 되었다.
"이 몸이 앞장서지."
아토가 의기양양하게 앞장서서 거구귀의 입안으로 들어서자, 그 뒤로 초코와 나래, 솔이가 뒤따랐다.
거구귀의 입속으로 들어가 반대쪽에 또 다른 입이 열리며, 전혀 다른 공간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오고 난 뒤, 거구귀의 모습은 사라져 버렸고, 모두는 황량한 회색빛 대지위에 서 있었다.
간간히 날리는 검은 잿가루와 모레 바람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고, 눈앞에는 거대한 절벽이 자리 잡은 가운데, 절벽 아래 커다란 동굴이 보였다.
"저기야. 명계로 가는 입구."
아토가 앞장서서 동굴 쪽으로 향하자, 나래가 뒤따르며 눈살을 찌푸렸다.
"너무 어두컴컴해요."
그러자 솔이가 나서 말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솔이가 도깨비불로 홱하니 변하여 나래 앞으로 날아오르니, 마치 횃불을 든 것처럼 작게나마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고마워, 솔아."
나래는 다시 아토와 초코를 따라 동굴 입구로 들어섰다.
어두컴컴한 동굴 안에서, 그나마 솔이의 불빛에 의지해 걷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하고 오싹하게 느껴졌다.
"무서워?"
앞장서서 걷던 아토가 대뜸 묻는 말에, 나래는 잠시 망설이다가 "네..."하고 작게 대답했다.
"본능이야. 이곳에서는 모두가 두려움을 느끼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것치고는 아토는 왠지 멀쩡해 보였다.
"아토님은 무섭지 않으신가 봐요?"
나래의 물음에 아토가 코웃음을 쳤다.
"흥! 이 몸을 두렵게 하는 게 있을라고?"
그때 앞쪽에서 뭔가 훅 하고 나타나자, 아토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아고, 깜짝이야?"
눈을 동그랗게 뜬 아토는, 눈앞에 멍한 표정으로 사람의 형상을 한 존재가 서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놔... 망령이잖아. 깜짝 놀랐네."
이어 아토의 시선이 나래에게로 향하자, 슬며시 웃음을 감추는 나래를 불만스럽게 바라보았다.
"뭐야, 그 표정은?"
"저요? 제가 왜요?"
"시치미는... 방금 비웃었지? 내가 놀래서?"
"아뇨, 설마요? 놀라셨어요?"
나래의 시치미를 보면서, 아토는 연신 콧방귀를 뀌었다.
"흥! 누가 모를 줄 알고? 저놈의 망령은 왜 여기 서 있고 난리야?"
아토가 다시 앞을 바라보니, 망령이 하나가 아니고 둘이었다.
"어라? 이놈들 왜 여기..."
그런데 가만히 보니, 둘이 아니고 셋이고, 넷이었다.
자꾸만 하나씩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나래를 비롯해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야 이거?"
아토가 당황하여 주변을 둘러보자, 곳곳에서 망령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이 하나같이 나래 쪽을 향하고 있었다.
-아....
-어어....
그들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손을 앞으로 내민 체, 흡사 좀비처럼 나래에게로 다가왔다.
"으으... 왜들 이래요?"
나래가 무서워하며 그들의 손을 피해 움찔거리자, 허공에 떠 있던 솔이가 소리치듯 말했다.
"망령들이 살아있는 아씨를 탐내는 모양이어요."
그 말에 아토가 "아차!" 하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호랑이로 모습을 바꿨다.
"나래가 살아있는 생명이란 걸 깜빡했구나. 망령들이 노릴 터이니, 서두르자."
나래는 얼른 초코를 끌어안고 아토의 등에 올라탔고, 솔이의 불빛은 나래의 어깨에 가 앉았다.
아토는 나래가 올라타자 앞발로 망령들을 후려치며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망령들은 끝도 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어디 있다가 나타난 것인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물밀듯이 밀려들었고, 그 바람에 아토가 나아가는 속도는 점점 더뎌지고 있었다.
동굴 안이라 천정이 낮으니, 초코가 변하여 날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구만!"
아토가 갑자기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엄청난 소리로 포효했다.
사자후(獅子吼)의 외침이 동굴 안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니, 망령들이 기겁을 하여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때다!"
아토가 재빨리 바람처럼 달리자, 등위에 탄 나래가 말했다.
"진작에 이렇게 하시지 그러셨어요."
나래의 말에 아토가 핀잔을 주듯 대답했다.
"모르는 소리 하지 마. 이걸 쓰면 더 귀찮은 놈들이 온다고."
"네?"
주위를 까맣게 메우던 망령들이 사라지고, 동굴의 크기가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 허공 위에 검은 그림자가 스멀스멀 생겨나며 따라오기 시작했다.
한줄기, 두 줄기 점점 늘어나는 그림자를 보면서, 나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저건 뭐죠?"
아토가 달려가며 대답했다.
"그슨대야."
"그슨대요?"
"그래. 공포심을 부추기는 것들이지. 사자후 소리를 듣고 쫓아온 거야."
"그럼 어떻게 해요?"
"강을 건너면 더 쫓아오지 않을 거야."
"강이요?"
그 무렵 저 앞으로 큼지막하고 칙칙한 강물이 보였다.
"저기야."
아토는 그 강물 쪽을 향해 쏜살같이 달렸고, 그슨대들 역시 놓칠세라 뒤쫓아 오고 있었다.
그때 나래는 신기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눈앞에 버스가 마주 달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건... 버스 아냐?"
나래가 놀라 외치는 순간, 버스가 순식간에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나가는 버스에는 사람의 형상을 한 도깨비가 운전을 하고 있었고, 뒷문 쪽에는 안내원도 보였다.
타고 있는 이가 아무도 없는 버스는 아토와 나래가 지나온 동굴 길 쪽으로 멀어져 가고 있었다.
"망자들이 타는 버스여요."
솔이의 대답에, 나래가 놀라서 물었다.
"버스를 타고 다녀?"
"예."
"신기하네..."
나래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사이, 아토는 어느새 강가에 다다랐다.
강가에 다가가니 놀랍게도 무지갯빛이 서서히 나타나 마치 다리처럼 양쪽을 이어주었다.
"간다."
아토는 그 말을 남기고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무지개다리 위로 올라서자, 그슨대들은 더 이상 쫓아오지 않았다.
"돌아갈 땐 어떻게 돌아가요?"
나래의 물음에, 아토는 달리면서 대답했다.
"몰라. 그때 가서 생각하지 머."
아토는 순식간에 무지개다리를 건너 반대편에 이르렀고, 지친 듯 금세 원래 고양이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이고야..."
아토가 널브러지자, 나래가 미안한 표정으로 그런 아토를 들어 올려 품에 안았다.
"잠시 쉬세요."
"됐어. 못 걸을 정도는 아냐."
나래가 아토의 턱밑을 긁어주며 말했다.
"괜찮으니까 좀 쉬세요. 이젠 제가 걸을께요."
그러자 아토는 아무 말하지 않고, 가만히 나래의 품에 안겼다.
나래가 아토를 안은 체 걷기 시작하자, 솔이가 날아 올라 나래의 앞길을 밝혀 주었고, 초코가 그 뒤를 졸졸 따라 걸었다.
걸어가는 나래는 저만치에 궁궐의 모습을 한 저승전을 볼 수 있었다.
불어오는 황색 바람을 맞으며, 나래는 저승전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갔다.
아직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