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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린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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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기연랑
· 최초 등록: 2025.10.04 · 최근 연재: 2025-10-25
읽기 시간 예측: 약 9.82분

40화 - #9


나래는 솔이를 만난 반가움을 잠시 미뤄두고, 백하도령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아지랑이는 저만 볼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솔이가 어떻게 찾죠?"

백하도령은 마치 정답을 알고 있으면서 알려주지 않는 것인 양, 재밌다는 듯 웃음 지었다.

"네가 한번 생각해 보거라."

나래는 그런 백하도령을 향해 입술을 삐죽거렸다.

"뭐야... 그냥 알려줘요."

"하하"

백하도령의 웃는 모습을 보니, 나래도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난 듯, "아!" 소리를 내며 말했다.

"솔이야, 너... 다른 걸로 잠깐 변해도 될까?"

솔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래를 바라보았다.

"다른... 거요?"

"응. 네가, 내 안경이 되는 거야. 그럼 내가 너를 통해서 아지랑이를 볼 수 있을 거 아냐?"

솔이도 뭔가 재밌다는 듯이 방긋이 웃으며 말했다.

"네, 해볼게요."

나래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도깨비방망이를 들어 보이더니 씨익 웃고는 솔이를 도깨비방망이로 툭치며 말했다.

"안경이 돼라, 뚝딱!"

그러자, 솔이의 모습이 '펑'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지고 큼지막한 뿔테 안경이 나타났다.

나래가 안경을 집어 들어 쓴 다음, 다시 눈앞을 응시하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솔아, 도깨비가 있는 곳을 알려줘..."

수많은 아지랑이 중 대부분이 회색빛으로 변하고, 몇 가닥의 아지랑이가 푸른빛을 내뿜었다.

나래는 그중 하나를 붙잡아 살펴보았다가, 놓아주고를 반복하며 푸른빛 아지랑이 사이에서 나린왕국을 찾았다.

그러다가 나래의 눈에 익숙한 궁궐 풍경이 펼쳐지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외쳤다.

"여기다!"

백하도령이 나래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그럼 이제 버티던 힘을 천천히 놓아보거라."

말을 하며 백하도령이 나래의 왼손을 잡았다.

자신의 왼손을 잡고있는 백하도령을 돌아보자, 백하도령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와 동시에 나래가 천천히 힘을 빼자, 몸이 천천히 당겨지는 듯한 느낌이 들다가 순식간에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나래야."

나래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뜨자, 눈앞에 백하도령이 있었다.

"괜찮으냐?"

백하도령의 물음에 나래는 얼른 몸을 일으켰다.

"온건 가요?"

백하도령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그런 것 같구나."

백하도령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사이, 나래가 일어서며 삐둘게 기운 안경을 똑바로 하자, 솔이 목소리가 들렸다.

"저는 이대로 있나요?"

"아니, 이제 원래대로 돌아와도 돼."

나래가 도깨비방망이로 안경을 툭치며 말했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라, 뚝딱!"

그러자 '펑'하는 소리와 함께 안경이 사라지고, 솔이가 다시 나래 앞에 나타났다.

나래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여긴 어디죠? 분명 궁궐이..."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앞쪽으로 좀 더 걸어가 있는 백하도령이 보여, 그쪽으로 걸음을 옮겨보았다.

볼록하게 솟아오른 언덕 아래로 나린 왕궁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아~ 여기가 궁궐 뒤편이구나. 다 평평한 줄 알았더니, 뒤편에 이런 언덕이 있었네?"

그러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곳은 모두 황무지 같은데, 언덕만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여긴 뭐죠?"

나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리듯 물었다.

초록빛 수풀이 우거지고, 군데군데 보랏빛, 주황빛 꽃들이 피어 나비가 날아다니는 이곳은 나린 왕궁을 정면에서 보았을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언덕 바로 아래는 황색 빛 모레가 가득해, 마치 황무지 한가운데 초록빛의 언덕이 있는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이곳이, 이 세계의 입구인 것 같구나."

백하도령의 말에 나래가 되물었다.

"입구요? 여기 가요?"

"그래. 아마도 저 위에서 내려오는 저것이..."

백하도령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자, 나래도 따라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과연 하늘 위에서 깃털 같은 것이 나풀거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저게 뭐죠?"

나래와 솔이, 백하도령은 떨어지는 깃털을 멀뚱히 서서 구경했다.

깃털은 하나가 아니었다.

일곱 가닥의 깃털이 퍼르퍼르하게 내려오고 있었고, 이를 지켜보는 사이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려왔다.

"네놈들은 뭐냐?"

누군가 거칠게 묻는 목소리에 모두가 그쪽을 바라보았다.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오고 덩치가 산만한 개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눈을 부릅떴다.

"웬놈들이냐? 이곳은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가만, 네놈들은 도깨비냐?"

덩치는 당장이라도 달려들듯한 기세로 다가왔고, 덩치 뒤로도 서넛의 개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덩치 큰 개를 보며 나래가 움츠리자, 백하도령이 앞으로 나서 가로막으며 말했다.

"무리하지 말거라."

덩치 큰 개의 바위 같은 손이 백하도령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시끄럽다!"

손이 백하도령의 얼굴을 움켜잡으려는 찰나, 어느샌가 백하도령의 손이 덩치 큰 개의 손목을 붙잡았다.

"뭣?"

덩치 큰 개는 손을 빼내려 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꼼짝도 할 수 없었고, 백하도령도 꿈쩍하지 않았다.

놀란 개는 어떻게든 손을 빼내려 아등바등거렸지만, 마치 커다란 고목나무를 흔드는 듯, 손과 백하도령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는 하얗게 질려버린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이, 이봐! 나 좀 도와줘!"

덩치 큰 개의 외침에, 별일 아니란 듯 무심했던 뒤쪽 개들이 놀라서 당황한 표정으로 부랴부랴 달려왔다.

"왜 그래?"

백하도령은 침착하게 뒤따라 나타난 개들을 보며 물었다.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곳이냐?"

백하도령의 물음에 개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빨을 드러냈다.

"도술을 쓰는 도깨비인 모양이다."

"혼줄이 나야 정신을 차리지."

개들이 허리춤에서 몽둥이 같은 둔기를 집어 들자, 백하도령이 혀를 찼다.

"불필요한 폭력을 행사하지 말거라. 나는 신(神)이다."

개들은 코웃음을 치며 백하도령에게 달려들었고, 붙잡혀있던 덩치 큰 개도 다른 손으로 백하도령을 후려치려 하였다.

바로 그 순간,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섬광이 번쩍거렸다.

뒤따라 왔던 개들은 갑작스러운 굉음과 섬광에 놀라 뒤로 나자빠졌다가, 몸을 일으키곤 사색이 되어 버렸다.

방금 전까지 멀쩡했던 덩치 큰 개가 시커멓게 그을려 온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덩치 큰 개는 나지막한 신음소리를 내며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어디선가 탄내가 시큼하게 올라오자, 나자빠진 개들은 저마다 코를 움켜 잡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개들은 놀라 왔던 길로 돌아 도망치려 했으나, 어느새 그들 앞에 백하도령이 서 있었다.

"어... 어떻게..."

다들 놀라 굳어버리자, 백하도령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싸늘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나는 지상에서 하늘의 뜻을 전하는 일을 하며, 죄지은 자들에게 우뢰로 천벌을 내리노라. 너희들에게 묻노니, 이곳이 어떠한 곳인지 답하라."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개들은 잔뜩 겁을 먹고 움츠러들어 땅바닥에 엎드렸다.

"죄, 죄송합니다."

"살려주십시오."

살려달라 빌면서 그중 하나가 얼른 나서 대답했다.

"이곳은 인간들에게 버림받아 죽은 생명이 처음 당도하는 곳입니다. 넋마중이라 하여, 저희는 매일 한 번씩 이곳에 와서 새로 온 생명을 거둬들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무렵 하늘에서 퍼르퍼르하게 내려오던 깃털들이 나래의 눈높이까지 내려와 있었다.

"이건가?"

나래는 손을 들어 깃털을 손위에 내려서게 했다.

손위로 내려선 깃털은 가만히 멈추어 있었고, 나머지 여섯 개도 모두 손바닥 위에 내려서게 만들었다.

나래가 깃털들을 모아 백하도령 앞으로 오자, 개들 중 하나가 말했다.

"이제 저 깃털들을 느루할배에게 가져가야 합니다. 그래야 생전의 모습을 되찾습니다."

개들의 말에 백하도령이 나래를 보자, 나래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깃털들을 소중히 감쌌다.

백하도령은 개들을 보며 명령했다.

"앞장 서거라."

"예, 예. 감사합니다."

그들은 재빨리 일어나 앞장서며 궁궐 쪽으로 향했고, 백하도령과 나래, 솔이는 그 뒤를 쫓아 걸었다.

나린 왕궁으로 향하며, 나래는 풀려났던 도깨비들이 어떻게 됐을지가 제일 걱정되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저녁노을이 서서히 물들고 있어, 곧 저녁이 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혹시, 풀려난 도깨비들이 어찌 되었는지 아나요?"

나래가 뒤쫓아 가며 묻는 말에, 앞서 가던 개들 중 하나가 고개를 돌려 나래를 보며 대답했다.

"아, 좀 전에 도깨비들이 떼거지로 도망가는 바람이 난리가 났습죠. 지금 왕궁 병사들이 도망간 도깨비들을 잡는다고 난리도 아닙니다."

"다시 붙잡힌 이도 있나요?"

"모두 도깨비불이 되어 도망가는 바람에... 도깨비를 잡을 수 있는 주술채를 가진 병사들은 모두 외부에 나가 있습니다."

나래는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왕궁이 코앞에 다가올 무렵, 왕궁 쪽에서 도깨비불 다수가 나오고 있었다.

"도깨비어요."

솔이가 이를 보고 손으로 가리키며 외치자, 나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밖으로 나가고 있는 도깨비불들을 살폈다.

그 도깨비불들은 날아가다가 나래와 솔이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윽고 나래 코앞까지 날아든 도깨비불들이 일제히 '펑!'소리를 내며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바로 한울과 그 친구들이었다.

"나래다!"

"나래가 돌아왔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양팔을 벌리며 나래 쪽으로 달려왔고, 나래도 아이들이 무사한 것을 보자, 활짝 웃으며 양팔을 벌렸다.

"얘들아!"

아이들은 모두 나래를 껴안고 펄쩍펄쩍 뛰었고, 나래 역시 기뻐하며 껑충껑충 뛰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백하도령과 솔이 옆으로,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모를 개들만 눈을 껌뻑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 왕이다~~"

아이들이 다 같이 부르는 함성소리와 함께 다른 도깨비들도 속속 모여들어 모습을 드러내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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