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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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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기연랑
· 최초 등록: 2025.10.04 · 최근 연재: 2025-10-05
읽기 시간 예측: 약 13.92분

7화 - #8


거대한 두루미가 푸른 창공 위를 활공하고 있고, 그 위로 백하와 나래,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체격이 자그마한 솔이가 나래와 함께 백하를 꼭 붙잡고 있었다.

"저 아래가 봉오산 자락이니, 저곳에서부터는 걸어가자꾸나."

백하의 말과 동시에 두루미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봉오산 입구에는 산줄기와 이어진 자그마한 마을 하나가 보였는데, 해가 중천을 넘어가고 있었기에 백하는 마을이 보이자마자 두루미에게 말했다.

"저 마을 입구로 가자. 오늘은 저기서 묵어야겠구나."

백하의 말을 들은 두루미는 크게 궤적을 그리며 마을을 향해 날아갔다.

마을 입구에 두루미가 내려서고 보니 마을 한가운데로 큰 길이 나있고, 길 좌우로 오두막집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었다.

백하가 솔이와 나래의 손을 붙잡으니, 두 사람의 몸이 둥실 떠올라 바닥에 내려섰고, 셋이 땅에 서자 두루미는 다시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세 사람 옆으로 초코가 내려서 멈추기 무섭게 아토가 얼른 땅바닥으로 내려와 크게 기지개를 켰다.

"아이고 허리야..."

아토는 지친 기색으로 네 다리를 펴며 굳은 몸을 풀었다.

백하가 먼저 마을 입구로 들어서고, 그 뒤를 나래와 솔이, 그리고 뒤이어 초코와 아토가 뒤따랐다.

솔이는 나래의 손을 꼭 잡고 따르고 있었는데, 나래가 얼핏 보니 갈색 머릿결에 갈색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생긴 모습만 봐서는 사람과 다름이 없었고, 약간 한국인과 백인 사이에 태어난 혼혈 같은 모습이었다.

"어째 둘이 좀 닮은 거 같은데?"

아토가 옆에서 걸으며 툭 던진말에, 나래가 아토를 보며 되물었다.

"누구요? 저랑 솔이요?"

"어, 누가 보면 자매인 줄 알겠어."

나래는 솔이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약간 이국적인 모습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나래와 닮은 구석이 많아 보였다.

그러는 사이 갈라지는 길에서 좁은 길로 들어서니 풍경이 또 사뭇 달라졌다.

집과 집 사이에 큼지막한 나무들이 보였고, 집과 집 사이가 아까와는 달리 좀 떨어져있고 자그마한 돌담 같은 것도 보였다.

"와~ 마을이 이뻐요."

나래가 신기해하자, 솔이가 나래를 올려다보았다.

"여는 봉오솔길마을이여요. 봉오산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라 하여 그리 불러요."

솔이의 말에 나래는 솔이를 보며 물었다.

"솔이는 여기를 와본 적 있니?"

"네, 모지랑 아범이랑 같이 두어 번 와본 적 있어요."

길을 따라 가다 보니 마을에서 제일 커 보이는 아름드리나무 한그루가 있고 그 아래로 나무로 만든 낮은 평상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큼지막한 집과 함께 '주(酒)'란 글자가 적힌 등이 달린 장대가 세워져 있었다.

"이보시오."

백하가 집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부르자, 붉은 치마를 입은 한 여인이 밖으로 나왔다.

"어찌 오셨소?"

"이곳에서 하루 묵어 갈 수 있겠습니까?"

백하가 공손히 물으니, 여인이 백하와 나래의 행색을 살피고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방 하나가 남았으니, 그 방을 쓰시지요."

여인이 앞장서 손짓하며 안내를 하니, 백하와 나래, 솔이가 그녀의 안내를 받아 뒤편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앞장서 가던 여인이 방문을 활짝 열어 보여주었다. 방안은 제법 크고 깨끗해 보였다.

"이곳을 쓰시지요. 요깃거리를 드릴까요?"

"아직은 괜찮소."

백하의 대답에 여인은 고개를 한번 끄덕여 보이고는 다시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갔고, 백하는 나래를 돌아보며 말했다.

"오늘은 이곳에서 묵고 날이 밝거든 가자구나. 산길을 올라야 하니, 이른 아침부터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저 때문에... 감사합니다."

나래가 고마워하자, 백하는 희미한 미소만 지어 보일 뿐이었다.

"들어가자."

백하가 먼저 들어가고, 나래와 솔이가 뒤따라 들어갔다.

셋이 나란히 바닥에 앉고 나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래는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눈치를 보고 있는 와중에, 백하가 솔이에게 물었다.

"가는 길을 알고 있다 하였느냐?"

솔이가 백하를 보며 대답했다.

"예, 하오나 제가 아는 것은 천태산 입구로 가는 길 뿐이어요. 흑석궁으로 가신다 하셨지요? 제 듣기로 흑석궁은 말만 궁이지, 거대한 토굴이라 들었어요. 그래서 쉬이 찾을 수 없다 들었지요."

솔이의 대답에 백하는 살짝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아... 그래? 그랬구나."

백하가 난감해 하자, 나래는 그런 백하를 달래려는 듯 나서 말했다.

"괜찮아요. 도령께서는 아주 빠르시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나래의 말에 백하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래, 꼭 찾을 것이다."

그때였다. 바깥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오자, 백하가 바깥을 내다보고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갔다.

갑작스러운 백하의 행동에 나래도 벌떡 일어나 뒤따라 나섰고, 바깥에는 백하가 어떤 여인과 마주 서 있었다.

"예까지 어찌 알고 찾아오신 겁니까?"

놀라 묻는 백하를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여인의 모습에 기품이 흐르는 것이 평범한 사람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네가 환궁하지 아니하여, 나린가람의 물결에 네 모습을 비추어 보았단다."

여인의 시선이 뒤따라 나온 나래에게 향하자, 백하가 고개를 돌려 나래를 보았다.

"인사 올리거라. 총명부인이시다."

나래는 얼른 툇마루에서 내려와 신발을 신고 다가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최나래라고 합니다."

나래의 인사에 총명부인이 환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선한 아이구나. 어쩌다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백하가 너를 도와 네가 원하는 곳으로 가기를 바라마."

총명부인의 말을 들으니 어쩐지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흡사 그녀의 목소리에는 묘한 힘이 깃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네게 이것이 필요할 것 같아 가지고 왔다."

총명부인이 뭔가를 내밀어 보이니, 백하가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그것은 아주 작은 밥그릇 같이 생긴 물건이었는데, 이를 받아 든 백하가 기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니... 어찌 아셨습니까?"

백하의 물음에 총명부인이 예의 환한 미소로 화답하며 말했다.

"내 어찌 네가 하는 일을 모르겠느냐? 천태산은 위험한 곳이다. 네가 아무리 천인이라 하여도, 그곳에는 천인을 능가하는 요괴들이 있는 곳이니, 쉬이 생각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내 너와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잠시 나를 따라오도록 하거라."

총명부인의 말에, 백하는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가, "네."하고 대답하고는 몸을 돌려 나래에게 받은 물건을 건네주었다.

"가지고 있거라. 금방 다녀오마."

나래는 얼떨결에 백하가 건네주는 물건을 받아 들었고, 백하가 총명부인 곁으로 바짝 다가가자, 총명부인 발아래로 구름이 몽실몽실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어 두 사람을 태운 구름이 하늘 위로 솟아 올라가니, 나래는 그 광경을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서 있었다.

"우와..."

처음에는 천천히 오르더니, 어느 순간 하늘 위로 쏜살같이 사라져 버리자, 뒤쪽에서 아토와 초코가 다가왔다.

"뭘 들고 있는 거야?"

아토가 퉁명스럽게 묻는 소리에, 하늘을 올려다본 체 멍하니 있던 나래가 잠에서 깨어난 듯한 표정으로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아, 이거요? 글세요."

나래가 손을 내려 아토에게 물건을 보여주자, 아토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듯 했다.

"아, 천윤도(天輪圖)구만."

"천윤도요?"

옆에서 초코가 따라했다.

"윤도. 윤도."

뒤따라 나온 솔이도 나래 옆에 바짝 붙어서 보더니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윤도여요. 천윤도라면 우리 원하는 곳이 어디 있는지 알려준다는 보물이니까, 이제 흑석궁 찾는 건 일도 아니여요."

나래는 기쁜 표정으로 그들을 돌아보았다.

"그래? 윤도가 뭔지 모르겠지만, 좋은 거구나."

"뚜껑을 열어보셔요."

솔이의 말에 나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뚜껑?"

"예, 뚜껑이요."

나래는 그 물건을 유심히 보더니 뚜껑이라고 짐작되는 부분을 잡고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과연 뚜껑이 열리고 안에 내용물을 본 나래는 그제야 뭔가 알아본 듯 "아!"소리를 내며 감탄했다.

"나침반이구나."

그랬다. 그 물건은 풍수가(風水家)나 지관(地官)들이 방위를 헤아릴 때 사용하는, 일종에 나침반이었다.

다만, 평범한 윤도가 아닌, 신력(神力)이 깃든 윤도였다.

나래가 신기한 듯 천윤도를 한참 바라보고있을때, 주모가 다가와 물었다.

"뭐 먹을 것 좀 가져다줄까요?"

주모의 물음에 나래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고는 괜찮다 말하려하는데, 옆에 선 솔이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아토가 솔이를 보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놈 배가 아주 적절한 소리를 내는구나."

아토의 말에 솔이가 부끄러워하자, 나래가 방긋이 웃으며 주모에게 말했다.

"한 사람 먹을 정도만 챙겨주시겠습니까?"

주모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금세 차려줄 테니 좀만 기다리슈."

주모가 돌아서서 가자, 나래는 솔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일단 들어가서 기다리자."

나래와 솔이가 방으로 들어가자, 아토와 초코는 다시 그 앞에 자리 잡고 앉았다.

어딘가에서 그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검은 그림자가 있었는데, 바깥에 남은 아토가 뭔가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홱 돌리자, 그 검은 그림자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방으로 들어온 나래는 방 한쪽에 있는 자그마한 다과상 위에 윤도를 올려놓고 자리에 앉아 솔이를 보며 물었다.

"솔이는 천태산에 가는 게 무섭지 않아?"

솔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 전 무섭지 않아요. 어차피 거기도 다 도깨비들이 있으니까요."

"솔이는 씩씩하구나."

나래가 기특한 듯 솔이 머리를 쓰다듬으니, 솔이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래를 바라보며 웃음 지었다.

"저는 아씨가 무척 좋습니다."

솔이의 말에 나래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씨? 아냐, 아씨는 무슨..."

"그럼 어찌 부릅니까?"

솔이의 되물음에 나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했다.

"글쎄... 언니?"

"예? 하오나 제가 어찌, 아씨를..."

그때였다. 바깥쪽에서 주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서 드셔요."

나래는 그 소리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솔이를 재촉했다.

"가자, 일단 밥부터 먹자."

"예, 아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이 신을 신고 주막 쪽으로 향하자, 초코와 아토가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나 그 뒤를 종종히 따라왔다.

평상 위에 놓인 작은 상 위로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 김을 모락모락 피어올리고 있으니, 솔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좋아하는 듯 보였다.

"어서 먹어."

나래의 말에 솔이가 걱정스레 나래를 보며 물었다.

"아씨는 드시지 않습니까?"

"어, 난 생각이 없어."

옆에 있던 아토가 나서 첨언하듯 말했다.

"우리는 모두 선과로 만든 만두를 먹어서 당장은 먹지 않아도 된다."

아토의 말에 솔이는 얼른 상앞에 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뜨거워서 먹기 힘들 법도 한데, 호호 불어가며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나래는 절로 흐뭇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나래는 솔이의 맞은편에 앉아 타이르듯 말했다.

"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솔이가 나래를 보며 환하게 웃어 보이고는, 여전히 뚝딱뚝딱 빠른 속도로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거참... 분명 배가 부른데..."

아토는 솔이의 밥 먹는 모습에 침을 꿀꺽 삼켰고, 옆에 있던 초코가 그런 아토를 보며 말했다.

"돼지다."

"이봐, 아무리 친구라도 나한테 돼지라고 하는 건 큰 실례라고."

"돼지한테 미안하다."

"뭐라고? 이 닭대가리가 진짜..."

아토와 초코가 티격태격하고 있는 사이, 솔이는 순식간에 밥그릇을 홀딱 비워버리고 "하~"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래는 저도 모르게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웃고 있는 나래를 보며 솔이도 기분 좋은 듯 씨익 웃어 보였다.

"이렇게나 잘 먹는데, 안 챙겨줬으면 큰일 날 뻔했구나."

나래의 장난섞인 말투에 솔이가 개구진 표정으로 "헤헤"하고 웃음으로 답했다.

나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으로 가자."

솔이는 나래의 말에 얼른 일어나 따라가며 나래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나래는 솔이가 잡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즐거운 표정으로 웃어 보였고, 둘이 손을 잡고 방으로 향하니, 그 뒤를 아토와 초코가 여전히 티격태격하며 뒤따랐다.

"어?"

방으로 향하던 솔이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놀라자, 나래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왜?"

"저기..."

솔이가 방 쪽을 가리키니, 나래가 그제야 방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때마침 나래와 솔이 방에서 누군가 나오다가 나래와 눈이 딱 마주쳤다.

뭐라고 해야 할까, 기껏 해봐야 무릎까지밖에 안 올 것 같은 작달막한 키에 뚱뚱하여 둥글둥글한 것이 피부가 온통 시커멓고, 체격에 비해 커다란 눈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다름 아닌 천윤도가 들려져 있어, 이를 본 나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 도둑이야!"

나래가 소리치는 순간, 그것은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디가! 거기서!"

나래가 솔이 손을 놓고 달려가자, 그것은 후다닥 달려가서 담벼락 아래 자그마한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어? 어?"

나래가 그 앞에 멈춰 서서 당황해하고 있으니, 뒤쫓아온 아토와 초코가 그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갔다.

"어떡하지? 아토님, 초코님!"

나래가 뒤에서 불러보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제가 가볼게요."

뒤쫓아온 솔이가 순간 하나의 불꽃으로 변하더니 구멍으로 사라지려 하는 것을 나래가 다급하게 불러 세웠다.

"잠깐, 잠깐만."

솔이가 변한 불덩이가 멈추더니 물었다.

- 어찌 그러셔요, 아씨?

"나, 나도 갈 수 없어?"

- 음... 잠시만요...

그러더니 솔이가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서 나래의 손을 붙잡았다.

"놀라지 마셔요."

그 말을 하고는 솔이가 다시 하나의 불꽃으로 변했는데, 놀랍게도 나래까지도 하나의 불꽃으로 변했다.

- 우와...

말소리가 마치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가운데, 솔이가 외쳤다.

- 얼른 쫓아가요.

솔이가 앞장서 날아가자, 처음엔 우왕좌왕하던 나래도 서서히 적응한 듯 솔이 뒤를 따라 날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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