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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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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기연랑
· 최초 등록: 2025.10.04 · 최근 연재: 2025-10-25
읽기 시간 예측: 약 10.44분

18화 - #18


홍저왕이 백하와 나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고, 그 옆으로는 꼬부랑 할아버지 같은 용모의 요괴가 홍저왕 귓가에 입을 가져가며 속닥거렸다.

"사내놈은 천인이옵고, 계집아이는 사람이옵니다."

홍저왕이 눈을 크게 치켜뜨며 물었다.

"사람? 사람이라... 어찌 사람이 이 누리에 왔는가?"

홍저왕의 물음에 백하가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대답했다.

"나는 천인이며, 여백하라 한다. 여기 이 아이가 원치 않게 이 누리에 오게 된 사람인데, 본래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초공연화가 필요하여 홍저왕을 찾게 되었다."

백하가 큰소리로 말하자, 주위를 에워싼 요괴와 도깨비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웅웅'거리듯 크게 들려왔다.

홍저왕은 몇 가닥 있지도 않은 턱수염을 만지작 거리며 재밌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내게 초공연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을 내어줄 이유가 무엇인가?"

홍저왕의 대답에 백하는 머뭇거림 없이 바로 대답했다.

"내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잠시 빌려달라 청을 하러 온 것이다."

"내가 그 청을 들어줄 이유가 없으니, 그대는 헛걸음을 하였구나."

백하는 실망하는 기색 없이 여전히 당당한 표정이었다.

"허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말하거라. 내가 내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기꺼이 초공연화와 바꾸고자 한다."

홍저왕은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가지고 싶은 것들을 모두 가졌으니, 그대가 내게 줄만한 것은 없을 것이다."

뒤에서 말없이 서 있는 나래는 마음을 졸이며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때 옆에 있던 오공이 궁시렁 거리듯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렸을 때 동화책에서 본 도깨비는 저렇게 무섭게 생기지 않았는데..."

그 말에 나래가 오공을 보며 달래듯이 말했다.

"요괴라서 그래. 요괴들은 무섭잖아."

그러자 솔이가 얼른 나섰다.

"아니어요. 홍저왕도 도깨비여요."

솔이의 대답에 나래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되물었다.

"도깨비야?"

"예, 도깨비어요. 그래서 가끔 자기가 도깨비 왕이라고 그리 얘기하곤 한답니다."

솔이의 대답에 오공이 다시 궁시렁거렸다.

"동화 속 도깨비들은 힘만 센 바보 같더니..."

솔이가 의아해하며 오공에게 되물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어요?"

오공은 그런 솔이를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 너도 도깨비지. 미안... 내가 살던 세계에서는 도깨비들은 그저 힘만 센 바보로 알거든. 그 왜 있잖아... 길가는 나그네 앞길을 막고 자기랑 씨름 내기를 해서 이기면 지나가게 해 준다던지..."

오공의 말에 나래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맞아, 바로 그거야."

그 사이 백하와 홍저왕의 대화는 결론을 맺지 못하고 맴돌고 있었다.

"원한다면, 네가 이곳 천태산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금왕 전하께 청해 보마."

백하의 말에도 홍저왕은 여전히 관심 없는 표정이었다.

그때 나래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럼 내기를 해요."

갑작스러운 나래의 말에 백하가 놀라 나래를 쳐다보았고, 홍저왕 역시 의외라는 듯한 표정으로 나래를 보았다.

"내기를 해서 이기면 저희에게 초공연화를 내어 주세요."

홍저왕의 표정에 처음으로 활기가 돌았다.

"내기라? 그럼 너희가 내기에서 지면 무엇을 내놓을 것이냐?"

"무엇이든 내놓지요. 뭐를 내놓을까요? 얘기해 보세요."

당돌하게 말하는 나래를 보며 홍저왕이 희번덕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너다."

그의 말에 자신만만했던 나래의 표정이 굳어졌다.

"예?"

"너 말이다. 내기에서 지면, 나는 너를 신부로 맞이하겠다."

나래는 어쩐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어떠냐? 그래도 할 것이냐?"

홍저왕의 말에 백하가 나래 앞으로 다가왔다.

"괜히 무리할 필요 없다. 다른 방도를 찾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백하를 보며 나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까지 진 신세만으로도 감사드려요. 지금 제게 얼마의 시간이 남아있는지도 모르는데... 한번 해볼래요. 지면 그때 일은 또 그때 가서 생각해요."

백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래를 바라보면서도, 스스로도 생각해 둔 바가 있는 듯, 홍저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좋다. 받아들이겠다."

홍저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좋다. 천인의 약속이라니, 믿을 만 하지. 내기는 삼세판 중 두 판을 먼저 이기는 쪽이 승자다. 내기의 방법과 규칙은 내가 정할 것이다."

그러자 백하가 얼른 대답했다.

"단, 규칙과 방법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판단될 경우, 그 내기 방법을 거부할 수 있다."

홍저왕은 살짝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다시 웃음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다. 공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여봐라, 도투락 도깨비들을 들라해라."

홍저왕의 외침에, 그가 서 있는 곳 1층의 커다란 문이 열리며 그 안에서 솔이만 한 키의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 나왔다.

그 아이들은 모두 왕방울만 한눈에 커다란 입을 가지고 있었고, 코는 보이지 않았다.

머리를 뒤쪽으로 댕기머리 비슷하게 묶어놓았으며, 온몸에 털이 복슬복슬하게 난 그들은, 우르르 달려와 백하와 나래 앞에 멈춰 섰다.

이에 홍저왕이 큰소리로 외쳤다.

"첫 번째, 내기는 얼음땡이다."

홍저왕의 말에 나래는 놀란 눈으로 홍저왕을 바라보며 되뇌듯 말했다.

"얼음땡?"

얼음땡이라니.... 이게 얼마 만에 들어보는 소리인가?

"너희도 다섯, 우리 쪽도 다섯이다."

홍저왕의 말에 나래가 얼른 자신들을 돌아보았다.

백하도령, 나래, 오공, 솔이까지 네 명이었다.

"다섯이라니?"

그러다가 문득 아래쪽에 초코가 눈에 들어왔다.

"초코님까지?"

다시 앞쪽을 보니 도투락 도깨비들도 다섯이었다.

홍저왕이 양손을 합장하고 괴이한 소리로 중얼거리자, 나래 일행과 도투락 도깨비들을 중심으로 커다란 원이 붉은빛으로 그려졌다.

"이것은 결계이다."

홍저왕이 큰소리로 외쳤다.

"이 원안에서 얼음땡의 규칙이 적용될 것이다. 술래는 붉은 표식을 단다."

그의 말과 동시에 백하의 가슴에 붉은 깃이 생겨났다.

또한 도투락 도깨비들 중에서도 체격이 크고 날쌔 보이는 이의 가슴에도 똑같이 붉은 깃이 생겨났다.

"원 밖으로 나가면 실격이다. 술래는 상대편의 술래를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을 모두 얼음으로 만들면 이기는 것이다. 먼저 상대편을 모두 얼린 쪽이 승자다. 어떠하냐?"

백하가 나래를 돌아보며 괜찮냐는 듯한 눈빛을 보내자, 나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좋다."

백하의 대답에 홍저왕이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아. 그럼 시작한다."

홍저왕의 외침과 동시에 술래 표시를 단 도투락 도깨비를 제외하고 나머지 도깨비들이 모두 뒤편으로 흩어졌다.

나래와 오공, 솔이와 초코 역시 뒤쪽으로 얼른 물러나고, 술래 도깨비가 나래 쪽을 향해 먼저 달려가자, 백하도 서둘러 도깨비들 쪽으로 달렸다.

"도망쳐!"

나래가 소리치며 도망치고, 솔이와 오공, 초코도 다 흩어져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술래 도깨비의 속도는 놀랄 만큼 빨랐다.

순식간에 오공 근처로 달려가자 오공이 겁에 질려 제일 먼저 "얼음!"이라고 외쳐버렸다.

그 순간, 오공은 실제로 얼음에 갇혀 버렸다.

눈만 껌뻑거리며 얼음 속에 갇힌 체 멍하니 서있자, 술래 도깨비는 지체 없이 솔이에게로 달려갔다.

솔이는 도망치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얼음!"

넘어지면서 얼른 소리치자, 솔이도 그 상태로 얼음 속에 갇혀 버렸다.

순식간에 두 명이 벌써 얼음 상태가 되어버리자, 나래는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다.

자신을 발견한 술래 도깨비가 바람 같은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때 반대쪽에서 처음으로 도투락 도깨비의 "얼음"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 놀이에 익숙한 듯, 백하가 다른 도깨비를 잡으러 간 사이에, 얼른 와서 "땡!"을 외치며 손을 대자, 얼음 속에 갇혔던 도투락 도깨비는 금세 풀려났다.

"맞아... 땡..."

나래는 그 생각을 해보았지만, 도망치기 바빴다.

어느새 술래 도깨비가 코앞까지 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향을 비틀어 가며 술래 도깨비를 피해 보지만, 워낙에 날쌔어서 피하기가 쉽지 않았다.

순간 술래 도깨비의 손이 코앞으로 날아들자, 자기도 모르게 그만 "얼음!"을 외쳐버리고 말았다.

얼음 속에 갇힌 자신을 보고, 마음속으로 '바보!'라고 외치는 사이, 술래 도깨비는 초코를 향해 달려 나갔다.

'초코님 제발...'

술래 도깨비는 초코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갔고, 초코 역시 재빠른 몸놀림으로 도망을 쳤다.

지금까지는 솔이나 오공, 나래를 비교적 손쉽게 잡았던 술래 도깨비지만, 몸이 작고 날쌘 초코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어찌나 재빠른지 분명 코앞에 있는 것 같은데 벌써 뒤쪽으로 도망간 뒤였다.

"이놈이..."

술래 도깨비가 약이 오른 듯 인상을 쓰며 다시 초코를 뒤쫓았지만, 술래 도깨비보다 초코가 훨씬 빨라 보였다.

초코는 어느새 술래 도깨비를 따돌려, 그가 초코가 어디 있는지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나래에게 다가와 "땡!"을 외치며 나래를 쪼았다.

그 순간, 나래를 감싸고 있던 얼음이 깨지며 산산조각 나더니 사라져 버렸다.

"아..."

나래는 자신이 풀려난 걸 알았을 때,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술래 도깨비를 볼 수 있었다.

"으..."

나래는 얼른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술래 도깨비가 나래를 다시 잡기 위해 달려오고 있었고, 그 사이 초코의 "땡!" 소리가 이어졌다.

"이이..."

술래 도깨비는 나래를 쫓아야 할지 초코를 쫓아야 할지 망설였다.

초코를 잡지 않으면 이대로는 다른 누구를 먼저 잡는 것이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였다.

어느새 솔이와 오공까지 풀려나 술래 도깨비의 눈치를 살폈다.

반면 도투락 도깨비들을 잡으러 다니던 백하는 먼저 한 명을 구석으로 몰아 "얼음!"을 외치게 만든 다음, 그 얼음을 지키면서 풀러 오는 도투락 도깨비들을 옥죄어 두 번째 "얼음!"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둘이 얼음 상태가 되자, 술래 도깨비는 조바심이 났는지 대뜸 다른 사람은 쳐다도 안 보고 초코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초코는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갑자기 술래 쪽으로 방향을 바꿔, 술래 옆을 지나가기도 할 정도의 여유도 보였다.

술래 도깨비는 약이 올라 어떻게든 초코를 잡아보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아등바등해보았지만, 신기할 정도로 빠른 데다가 체격까지 작아 술래 도깨비의 손을 아슬아슬하게 계속 빠져나가 버렸다.

"으아아! 이놈이 진짜!"

화가 머리끝까지 난 술래 도깨비가 악에 받쳐 소리 지르자, 등 뒤에서 손이 두 개가 더 튀어나왔다.

손이 4개가 된 도깨비가 씩씩 거리며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초코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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