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 #20
아침 잠을 설친 청소부가 졸린 눈을 비비며 어슬렁 어슬렁 바깥으로 나오고 있었다.
대형 공공기관의 하청을 받아 하는 청소용역업체 여러곳에서 모여 일하는 곳인 만큼 청소도구를 보관하는 창고의 크기도 어마어마 했다.
그는 그들중에서 가장 일찍 일어나 창고 문을 열고, 다른 사람들이 빨리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작업을 맡고 있었다.
기지개를 켜며 창고의 육중한 쇠문을 밀고 불을 켰다.
언제나 그렇듯 짙은 락스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히는 가운데, 들어서다 말고 그는 멍한 표정으로 우뚝 멈춰섰다.
분명 줄을 지어 늘어서 있어야할 청소도구들이 죄다 어디로 갔는지 창고가 텅 비어었다.
"뭐여 이게..."
황당한 그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 한마디를 툭 뱉어놓을 뿐이었다.
***
수북히 쌓여 있는 청소도구를 보며 한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청소를 시작해야 겠는데...."
나래가 한울을 흘겨 보았다.
"전래동화같은 데서 보면... 도깨비들이 막 청소도 알아서 해주고 그러는 거 같던데..."
나래가 장난 스럽게 말하며 말끝을 흐리자, 한울이 피식 웃어보였다.
"내 방망이 줘봐."
한울의 말에 여왕이 가지고 있던 붉은 빛깔의 도깨비 방망이를 내어주었다.
"안그래도 돌려주려고 했어."
도깨비 방망이를 돌려받은 한울이 잠시 눈을 감자, '펑!'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모습이 변했다.
큼지막한 체격에 털이 수두룩하게 난 장정의 모습이 되자, 나래는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놀라지마. 이게 원래 내 모습이야."
한울이 굵직한 목소리로 말을 하더니, 자기 손에 들린 붉은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자~ 청소를 시작하자!"
한울이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덩실 덩실 춤을 추듯 움직이자, 한쪽에 쌓여있던 청소도구들이 하나 둘 들썩 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춤을 추기라도 하는 듯, 한울이 덩실 거리며 꿈공장 쪽으로 가니, 청소도구들이 그에 맞춰 덩실 거리며 따라가기 시작했다.
나래는 그 모습을 보며 재밌다는 듯이 웃었고, 한울은 그녀의 기대에 부응하듯 도깨비 방망이를 휘둘렀다.
청소도구들을 허공을 날아 알아서 이곳 저곳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여왕을 데리고 궁궐로 갔던 백하도령이 여왕과 함께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여왕 곁에는 인간의 모습이 반쯤 섞인 누비가 그녀를 보좌하듯 따르고 있었고, 그 뒤로 개들이 무리 지어 따라오고 있었다.
다른 쪽에서는 이든이 토끼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그들 모두 절로 청소하고 있는 청소도구들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게 뭐야?"
"청소도구들이 혼자서 움직이네?"
다들 놀라 어리벙벙해 하는 와중에 나래가 그들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다들 오셨군요, 잘 오셨어요. 이제 꿈공장을 다시 움직일 때가 됐어요."
나래의 말에 토끼들이 웅성웅성 거리더니, 누군가 나서 말했다.
"꿈공장의 핵심은 우리들이 인간들을 곁에서 관찰하는 건데... 인간을 못본지 한참 됐어요."
나래가 얼른 대답했다.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쪽에서 알려줄 거에요."
나래가 여왕이 있는 쪽을 가리키자, 토끼들이 일제히 개들을 바라보았다.
개들은 토끼들이 모두 자신들을 바라보자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잠시 후 누군가 말했다.
"아, 사람이야 당연히 우리가 바로 옆에 있었으니까 잘 알지."
대답을 들은 토끼들이 수런수런 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아요?"
어느 토끼가 나서 묻자, 다른 개가 나서 대답했다.
"당연하죠. 제 주인은 초콜릿이라면 아주 환장했었어요."
그러자 다른 개가 덧붙였다.
"제 주인은 매운 것만 찾아다니면서 먹었죠. 덕분에 매운 냄새는 지독히도 많이 맡아봤어요."
이번엔 다른 토끼가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요즘 사람들은 뭘 하며 다녀요? 요즘도 카세트같은 거 들으면서 다녀요?"
다시 다른 개가 나서 대답했다.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만 쳐다봐. 스마트폰으로 다할 수 있거든."
"스마트폰?"
"그래. 그걸로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다 하거든."
"마법같은 건가요?"
"아마도?"
토끼들이 다시금 수런거리기 시작했다.
조금 묘한 것이 토끼들의 머리 끄트머리에서 보랏빛 털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놀이는 어떤 놀이를 해요?"
어느 토끼가 묻자, 다른 토끼가 끼어들었다.
"다방구, 술래잡기, 얼음땡,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런거 아직도 해요?"
그러자 다른 개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옛날 얘기지. 요즘은 방탈출 같은 걸 하던데?"
대화를 나누는 사이 토끼들 머리에 난 보랏빛 털이 점점 더 늘어나 있었다.
그들이 대화를 마무리할쯤 한울도 청소를 끝내고, 청소도구들을 한데 모아두었다.
"모두 수고 많았다~ 쉬어~"
한울의 말에 홀로 서 있던 청소도구들이 우르르 넘어졌다.
"다 한거 같은데?"
한울이 나래 곁으로 다가와 청소가 끝났음을 알리자, 나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수고 많았어. 아주아주 도깨비 다웠어."
나래의 장난끼어린 말에 한울이 활짝 너털웃음을 지었다.
"자, 그럼 이제 꿈을 만들어 봅시다."
이든이 큰소리로 외치자, 토끼들이 저마다 무리 지어서 꿈공장 안으로 향했다.
그들의 표정과 눈빛에는 알수없는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었고 의욕도 넘쳐 보였다.
개들도 그런 토끼들을 따라 공장 안으로 향했고, 나래와 백하도령, 한울과 여왕도 이든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공장 안에는 크게 별다른 물건이 있지는 않았다.
곳곳에 놓인 선반마다 토끼들이 서서 이마에 솟아난 보랏빛 털을 양손으로 만지작 거리며 뽑아내기 시작했다.
보라빛 털이 몇가닥 없어 보였으나 의외로 한없이 뽑혀 나왔다.
뽑혀 나온 보랏빛 털들은 몽실몽실 뭉쳐 털뭉치가 되었고, 토끼들이 그것을 열심히 반죽하자 점점 더 늘어나고 커지면서 더욱 몽실거렸다.
토끼들 곁에는 개들이 짝이 되어 서서 토끼들이 물어보는 질문에 열심히 답해 주고 있었다.
나래는 그 모습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저렇게 꿈을 만드는 거야?"
이든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아, 꿈토끼들은 자신의 머리에서 솟아나는 꿈털로 꿈을 만들어."
"그럼 이제 저걸 어떻게 배달해?"
"달창이 열려야 해."
"달창?"
이든이 앞장서서 걷자 나래와 백하도령, 한울과 여왕이 뒤따라 걸었다.
이든은 공장들 중간에 자리잡고 있는 놀이공원쪽으로 나왔다.
그곳에는 어린 토끼들이 신나게 놀이기구를 타며 놀고 있었다.
"저 발전소에서 생긴 에너지로..."
발전소란 말에 나래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눈을 껌뻑 거렸다.
"발전소? 발전소가 어딨어?"
"저기."
"저기 어디?"
"저기... 애들이 놀고 있잖아."
나래는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로 놀이기구를 타며 노는 어린 토끼들을 보더니, 이든을 돌아보며 물었다.
"저게... 발전소야?"
"응. 아이들이 즐겁게 놀면서 생긴 에너지로 달창이 열려."
이든이 하늘을 가리키자, 큼지막한 둥근 달이 떠 있는 것이 보였다.
"달이... 저렇게 컸나?"
나래가 의아한 듯 말하자, 이든이 피식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아이들이 놀고 있잖아. 에너지를 받아서 커진 거야."
나래는 설명을 들어도 여전히 뭔가 이해되지 않고, 갸우뚱 했다.
"그런데... 저기 하늘에 있잖아. 토끼들은 날 수 있어?"
"꿈털로 꿈을 만들면 그걸 타고 날 수 있어."
그때 여지껏 조용히 서있던 여왕이 물었다.
"그럼... 그럼 혹시, 그 꿈털이란 걸 타고 가면... 사람들 꿈에 들어가 볼 수 있니?"
여왕의 물음에 이든이 여왕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네. 맞아요."
여왕의 얼굴에는 뭔가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해 보였다.
"왜 그러세요?"
나래의 물음에, 여왕은 나래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혹시 나도.... 꿈을 배달할 수 있을까?"
나래는 그녀가 하고 있는 생각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들들이.... 보고 싶으신거죠?"
나래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래가 이든을 돌아보자, 이든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가능할 거 같아."
이번엔 백하도령을 돌아보자, 백하도령이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 뜻대로 하거라. 네가 무엇을 하든, 내가 너를 도울 것이다."
언제나 듬직하게 말해주는 백하도령을 보며 나래는 기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여왕을 향해 말했다.
"저희가 도와드릴께요. 같이 아드님들을 만나러 가요."
나래의 말에 여왕은 기대에 찬 얼굴로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
***
"아니 진짜라니까!"
그는 답답하다는 듯이 목청을 한껏 높이고 있었다.
같이 오는 몇몇 사람들 중 제법 지위가 있어보이는 반듯한 차림의 남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니 그러니까... 도둑이 뭐한다고 청소도구를 훔쳐가?"
"아, 그걸 낸들 압니까?"
뒤따라 오는 다른 이가 실소를 하며 퉁박을 주었다.
"꿈꾼거 아녀?"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앞서 가던 남자가 눈을 부릅떴다.
"아~ 진짜. 꿈은 뭔 꿈을 꾼다고 아까부터 자꾸, 진짜... 아 봐바."
아침에 사라진 청소도구 때문에 망연자실했던 남자는 성큼 성큼 걸어가서 두터운 쇠문을 힘껏 열고 불을 켰다.
"봐~! 어? 여기 그 청소도구들이..."
남자는 다시 망연자실한 표정이되어버렸다.
그가 멍하니 서있자, 뒤따라온 두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다 있네?"
뒤따라온 남자들이 하는 말에, 먼저 온 청소부 두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여...시... 이게 대체 뭐여?"
사라졌던 청소도구들이 모두 제자리에 놓여 있었다.
"이봐, 꿈을 꾼거라니까."
"아, 아니라니까... 분명히..."
반듯한 차림의 남자가 청소부를 흘겨보며 말했다.
"어쨌든 청소도구 있으니까, 얼른 시작합시다. 늦었어."
그는 그렇게 핀잔을 주고는 왔던 길을 돌아서 가기 시작했고, 따라왔던 남자도 청소부를 흘겨보고는 그 남자를 따라 가 버렸다.
청소부는 그런 두 사람을 차마 쫓아가지 못하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청소도구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쉽게도 그는, 걸려 있는 걸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까지는 보지 못했다.
아침 잠을 설친 청소부가 졸린 눈을 비비며 어슬렁 어슬렁 바깥으로 나오고 있었다.
대형 공공기관의 하청을 받아 하는 청소용역업체 여러곳에서 모여 일하는 곳인 만큼 청소도구를 보관하는 창고의 크기도 어마어마 했다.
그는 그들중에서 가장 일찍 일어나 창고 문을 열고, 다른 사람들이 빨리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작업을 맡고 있었다.
기지개를 켜며 창고의 육중한 쇠문을 밀고 불을 켰다.
언제나 그렇듯 짙은 락스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히는 가운데, 들어서다 말고 그는 멍한 표정으로 우뚝 멈춰섰다.
분명 줄을 지어 늘어서 있어야할 청소도구들이 죄다 어디로 갔는지 창고가 텅 비어었다.
"뭐여 이게..."
황당한 그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 한마디를 툭 뱉어놓을 뿐이었다.
***
수북히 쌓여 있는 청소도구를 보며 한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청소를 시작해야 겠는데...."
나래가 한울을 흘겨 보았다.
"전래동화같은 데서 보면... 도깨비들이 막 청소도 알아서 해주고 그러는 거 같던데..."
나래가 장난 스럽게 말하며 말끝을 흐리자, 한울이 피식 웃어보였다.
"내 방망이 줘봐."
한울의 말에 여왕이 가지고 있던 붉은 빛깔의 도깨비 방망이를 내어주었다.
"안그래도 돌려주려고 했어."
도깨비 방망이를 돌려받은 한울이 잠시 눈을 감자, '펑!'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모습이 변했다.
큼지막한 체격에 털이 수두룩하게 난 장정의 모습이 되자, 나래는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놀라지마. 이게 원래 내 모습이야."
한울이 굵직한 목소리로 말을 하더니, 자기 손에 들린 붉은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자~ 청소를 시작하자!"
한울이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덩실 덩실 춤을 추듯 움직이자, 한쪽에 쌓여있던 청소도구들이 하나 둘 들썩 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춤을 추기라도 하는 듯, 한울이 덩실 거리며 꿈공장 쪽으로 가니, 청소도구들이 그에 맞춰 덩실 거리며 따라가기 시작했다.
나래는 그 모습을 보며 재밌다는 듯이 웃었고, 한울은 그녀의 기대에 부응하듯 도깨비 방망이를 휘둘렀다.
청소도구들을 허공을 날아 알아서 이곳 저곳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여왕을 데리고 궁궐로 갔던 백하도령이 여왕과 함께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여왕 곁에는 인간의 모습이 반쯤 섞인 누비가 그녀를 보좌하듯 따르고 있었고, 그 뒤로 개들이 무리 지어 따라오고 있었다.
다른 쪽에서는 이든이 토끼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그들 모두 절로 청소하고 있는 청소도구들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게 뭐야?"
"청소도구들이 혼자서 움직이네?"
다들 놀라 어리벙벙해 하는 와중에 나래가 그들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다들 오셨군요, 잘 오셨어요. 이제 꿈공장을 다시 움직일 때가 됐어요."
나래의 말에 토끼들이 웅성웅성 거리더니, 누군가 나서 말했다.
"꿈공장의 핵심은 우리들이 인간들을 곁에서 관찰하는 건데... 인간을 못본지 한참 됐어요."
나래가 얼른 대답했다.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쪽에서 알려줄 거에요."
나래가 여왕이 있는 쪽을 가리키자, 토끼들이 일제히 개들을 바라보았다.
개들은 토끼들이 모두 자신들을 바라보자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잠시 후 누군가 말했다.
"아, 사람이야 당연히 우리가 바로 옆에 있었으니까 잘 알지."
대답을 들은 토끼들이 수런수런 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아요?"
어느 토끼가 나서 묻자, 다른 개가 나서 대답했다.
"당연하죠. 제 주인은 초콜릿이라면 아주 환장했었어요."
그러자 다른 개가 덧붙였다.
"제 주인은 매운 것만 찾아다니면서 먹었죠. 덕분에 매운 냄새는 지독히도 많이 맡아봤어요."
이번엔 다른 토끼가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요즘 사람들은 뭘 하며 다녀요? 요즘도 카세트같은 거 들으면서 다녀요?"
다시 다른 개가 나서 대답했다.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만 쳐다봐. 스마트폰으로 다할 수 있거든."
"스마트폰?"
"그래. 그걸로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다 하거든."
"마법같은 건가요?"
"아마도?"
토끼들이 다시금 수런거리기 시작했다.
조금 묘한 것이 토끼들의 머리 끄트머리에서 보랏빛 털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놀이는 어떤 놀이를 해요?"
어느 토끼가 묻자, 다른 토끼가 끼어들었다.
"다방구, 술래잡기, 얼음땡,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런거 아직도 해요?"
그러자 다른 개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옛날 얘기지. 요즘은 방탈출 같은 걸 하던데?"
대화를 나누는 사이 토끼들 머리에 난 보랏빛 털이 점점 더 늘어나 있었다.
그들이 대화를 마무리할쯤 한울도 청소를 끝내고, 청소도구들을 한데 모아두었다.
"모두 수고 많았다~ 쉬어~"
한울의 말에 홀로 서 있던 청소도구들이 우르르 넘어졌다.
"다 한거 같은데?"
한울이 나래 곁으로 다가와 청소가 끝났음을 알리자, 나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수고 많았어. 아주아주 도깨비 다웠어."
나래의 장난끼어린 말에 한울이 활짝 너털웃음을 지었다.
"자, 그럼 이제 꿈을 만들어 봅시다."
이든이 큰소리로 외치자, 토끼들이 저마다 무리 지어서 꿈공장 안으로 향했다.
그들의 표정과 눈빛에는 알수없는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었고 의욕도 넘쳐 보였다.
개들도 그런 토끼들을 따라 공장 안으로 향했고, 나래와 백하도령, 한울과 여왕도 이든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공장 안에는 크게 별다른 물건이 있지는 않았다.
곳곳에 놓인 선반마다 토끼들이 서서 이마에 솟아난 보랏빛 털을 양손으로 만지작 거리며 뽑아내기 시작했다.
보라빛 털이 몇가닥 없어 보였으나 의외로 한없이 뽑혀 나왔다.
뽑혀 나온 보랏빛 털들은 몽실몽실 뭉쳐 털뭉치가 되었고, 토끼들이 그것을 열심히 반죽하자 점점 더 늘어나고 커지면서 더욱 몽실거렸다.
토끼들 곁에는 개들이 짝이 되어 서서 토끼들이 물어보는 질문에 열심히 답해 주고 있었다.
나래는 그 모습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저렇게 꿈을 만드는 거야?"
이든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아, 꿈토끼들은 자신의 머리에서 솟아나는 꿈털로 꿈을 만들어."
"그럼 이제 저걸 어떻게 배달해?"
"달창이 열려야 해."
"달창?"
이든이 앞장서서 걷자 나래와 백하도령, 한울과 여왕이 뒤따라 걸었다.
이든은 공장들 중간에 자리잡고 있는 놀이공원쪽으로 나왔다.
그곳에는 어린 토끼들이 신나게 놀이기구를 타며 놀고 있었다.
"저 발전소에서 생긴 에너지로..."
발전소란 말에 나래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눈을 껌뻑 거렸다.
"발전소? 발전소가 어딨어?"
"저기."
"저기 어디?"
"저기... 애들이 놀고 있잖아."
나래는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로 놀이기구를 타며 노는 어린 토끼들을 보더니, 이든을 돌아보며 물었다.
"저게... 발전소야?"
"응. 아이들이 즐겁게 놀면서 생긴 에너지로 달창이 열려."
이든이 하늘을 가리키자, 큼지막한 둥근 달이 떠 있는 것이 보였다.
"달이... 저렇게 컸나?"
나래가 의아한 듯 말하자, 이든이 피식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아이들이 놀고 있잖아. 에너지를 받아서 커진 거야."
나래는 설명을 들어도 여전히 뭔가 이해되지 않고, 갸우뚱 했다.
"그런데... 저기 하늘에 있잖아. 토끼들은 날 수 있어?"
"꿈털로 꿈을 만들면 그걸 타고 날 수 있어."
그때 여지껏 조용히 서있던 여왕이 물었다.
"그럼... 그럼 혹시, 그 꿈털이란 걸 타고 가면... 사람들 꿈에 들어가 볼 수 있니?"
여왕의 물음에 이든이 여왕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네. 맞아요."
여왕의 얼굴에는 뭔가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해 보였다.
"왜 그러세요?"
나래의 물음에, 여왕은 나래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혹시 나도.... 꿈을 배달할 수 있을까?"
나래는 그녀가 하고 있는 생각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들들이.... 보고 싶으신거죠?"
나래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래가 이든을 돌아보자, 이든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가능할 거 같아."
이번엔 백하도령을 돌아보자, 백하도령이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 뜻대로 하거라. 네가 무엇을 하든, 내가 너를 도울 것이다."
언제나 듬직하게 말해주는 백하도령을 보며 나래는 기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여왕을 향해 말했다.
"저희가 도와드릴께요. 같이 아드님들을 만나러 가요."
나래의 말에 여왕은 기대에 찬 얼굴로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
***
"아니 진짜라니까!"
그는 답답하다는 듯이 목청을 한껏 높이고 있었다.
같이 오는 몇몇 사람들 중 제법 지위가 있어보이는 반듯한 차림의 남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니 그러니까... 도둑이 뭐한다고 청소도구를 훔쳐가?"
"아, 그걸 낸들 압니까?"
뒤따라 오는 다른 이가 실소를 하며 퉁박을 주었다.
"꿈꾼거 아녀?"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앞서 가던 남자가 눈을 부릅떴다.
"아~ 진짜. 꿈은 뭔 꿈을 꾼다고 아까부터 자꾸, 진짜... 아 봐바."
아침에 사라진 청소도구 때문에 망연자실했던 남자는 성큼 성큼 걸어가서 두터운 쇠문을 힘껏 열고 불을 켰다.
"봐~! 어? 여기 그 청소도구들이..."
남자는 다시 망연자실한 표정이되어버렸다.
그가 멍하니 서있자, 뒤따라온 두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다 있네?"
뒤따라온 남자들이 하는 말에, 먼저 온 청소부 두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여...시... 이게 대체 뭐여?"
사라졌던 청소도구들이 모두 제자리에 놓여 있었다.
"이봐, 꿈을 꾼거라니까."
"아, 아니라니까... 분명히..."
반듯한 차림의 남자가 청소부를 흘겨보며 말했다.
"어쨌든 청소도구 있으니까, 얼른 시작합시다. 늦었어."
그는 그렇게 핀잔을 주고는 왔던 길을 돌아서 가기 시작했고, 따라왔던 남자도 청소부를 흘겨보고는 그 남자를 따라 가 버렸다.
청소부는 그런 두 사람을 차마 쫓아가지 못하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청소도구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쉽게도 그는, 걸려 있는 걸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까지는 보지 못했다.
아직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