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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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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검휘필
· 최초 등록: 2025.10.26 · 최근 연재: 2025-10-26
읽기 시간 예측: 약 13.17분

26화 - #2


검은색 복장에 붉은 띠를 두른 이들이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는 가운데, 한 사람이 거침없는 걸음걸이로 건물 안에 들어섰다.

그가 성큼성큼 걸어가 건물 중앙에 놓인 큼지막한 탁자 앞에 이르자, 탁자 좌우에 앉아있던 이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사는?"

나타난 이는 짧은 물음을 던졌고, 탁자에 앉아 있던 이들 중 하나가 나서 대답했다.

"예상대로 공주마마 쪽 사람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고 있다?"

"예, 아직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워낙 신출귀몰한지라...."

그는 대답하다 말고 고개를 떨구며 말끝을 흐렸다.

"이 혈사가, 이 나의 책사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대답이 고작 그따위인 것인가?"

그, 아니 혈사의 꾸지람에 그들은 모두 숙연해졌다.

"그러한 무공, 주술, 가능성 있는 모든 것을 살펴보았는가?"

혈사의 물음에 이번엔 먼저 대답한 이의 맞은편에 선 자가 대답했다.

"경신공(輕身功)이 궁극에 달하면, 다른 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들었습니다."

그 옆에 다른 이가 다서 말을 이었다.

"또한 주술 중에 진법을 통해, 다른 이들의 시선을 가리는 진법을 펼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게 이동하는 것이지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혈사가 물었다.

"이동하면서 진법도 이동시킬 수 있는가?"

두 사람의 표정은 혈사의 질문에 굳어졌다.

"아니면, 황궁 일부에 진법을 치고, 그 진법 안에서 원하는 사람만 안 보이게 할 수 있는가?"

두 사람은 이내 굳어진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쾅!'

난데없이 탁자를 내려치는 바람에, 혈사 앞에 선 책사 6명은 모두 움찔 놀라고 있었다.

"정녕 제대로 된 답변은 하나도 없는 것인가? 상보! 그대도 똑같은가?"

혈사의 물음에, 맨 끝에 서 있던 이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분명한 것은, 그가 가진 능력 혹은 그가 부리는 술수가 우리의 상식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란 점과, 그가 어떤 형태로든 공주마마와 연을 맺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보다, 공주마마는 그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가가 더 중요한 점입니다."

차분한 그의 말에, 혈사는 그나마 진정하는 듯 표정이 다듬어졌다.

"그래서.... 예상되는 바가 무엇인가?"

"이미 공주는 황궁 내에 있는 우리 교단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녀를 우리 교단으로 포섭할게 아니라면, 최대한 빨리 제거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공주다, 이건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자에 대한 경계도 늦출 수 없다. 그가 가진 능력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능력이라면, 언제 어디서 우리의 예상을 벗어난 결과가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다. 중원무림을 흔드는 일은 어찌 되어 가고 있는가?"

재차 이어지는 물음에, 상보는 여전히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무림맹과 의천맹에 있는 교단의 인원들이 두 집단의 대립을 극대화시키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정사대전이 벌어지게 되면 현 중원무림의 힘은 극도로 약해질 것입니다."

"서둘러라.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 모든 일이 그르쳐질 수 있는 법, 변수가 발현되기 전에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존명."

혈사가 몸을 돌려 유유히 떠나가자, 그제야 한시름 놓은 듯 다들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뒤지는 줄 알았네..."

이어 다섯 명이 모두 상보를 바라보았고, 그중 한 명이 물었다.

"상보 나리,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어쩌긴... 하던 대로 하기나 해. 이런 일은 서두른다고 되는 일이 아니야. 과일이 익기 전에 따려했다가는, 과일 맛을 보기는커녕 버리게 될 터. 충분히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다른 이가 나서 물었다.

"하오나, 혈사께서 저리 서두르라 명하시는데... 아무것도 안 한다는 건..."

"생각해둔 바가 있어. 조만간 섭비를 만나러 다녀올 것이다."

상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누군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섭위장은 그간 너무 많이 써서, 의천맹 내에서도 입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러자 상보가 피식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버려야지. 낡은 물건을 버려야 새 물건을 들여놓을 것 아닌가?"

상보는 그 말을 남기고 혈사가 나간 방향으로 총총히 걸어 나갔다.



***



송이개와 유림이 놀란 얼굴로 코 앞에 있는 거대한 황궁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침을 꿀꺽 삼킨 송이개가 라마를 보며 물었다.

"정녕... 이 안으로 들어가실 것이옵니까?"

라마가 천진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예. 왜 그러시죠?"

"아, 아니... 그래도 이런 곳에 가려면...."

송이개가 자신의 옷매무새를 다듬어 보려 하지만, 거지 행색이 딱히 달라지진 않았다.

"들어가기 전에 어디서 옷이라도 한벌 해 입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유림의 말에 라마가 어깨를 으슥해 보였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더 편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소협... 이곳은 황궁입니다. 황제폐하께서 계신 곳이옵죠. 솔직히 이런 곳은, 저 같은 거지들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송이개의 말에 유림이 맞장구쳤다.

"소협이야 이제 죽지 않는다 하시지만..."

"처음부터 죽지는 않았어요."

"네네...네? 아니, 저... 그야 소협이 강하시니까, 그렇다손 치더라도... 저희는 그렇지 않습니다."

라마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저 혼자 황궁에 들어갈 테니, 두 분은 예전에 약속한 대로, 이 근방에 머무를 만한 거처를 알아봐 주세요."

"예, 예, 그러겠습니다."

두 사람은 행여나 라마가 말을 무를까 황급히 대답하고는 후다닥 달려가 버렸다.

라마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태연히 웃다가, 황궁 입구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거대한 황궁의 문을 지키는 병사들이 들어가려는 라마 앞을 가로막아섰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그들 중 장수 하나가 나서 물어오니, 라마가 수중에 가지고 있던 출입패를 들어 보여주자, 그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손을 들어 보이자, 입구를 지키던 병사들이 좌우로 길을 터주었다.

라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히 그 입구를 지나 드디어 황궁 안으로 들어섰다.

거대한 황궁의 웅장한 자태 너머로, 넓고 푸른빛의 정원과 일련의 병사들, 그리고 지나다니는 궁궐 사람들까지, 신기한 눈으로 살펴보면서 그다음 문을 향하고 있었다.

입구에서 들어서서 세 개의 문을 더 지나고 나서야, 황제의 딸이자 황녀가 머무는 거처 쪽으로 향할 수 있었다.

처음 와보는 황궁이지만, 라마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서슴없이 향할 수 있었다.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된 이후로, 길을 헤매거나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일은 더 이상 없었다.

마치 전체적인 길과 산, 들판이 모두 한 번에 그의 눈에 보이는 것처럼 명확했다.

그가 향하던 길에, 때마침 어딘가에서 돌아오던 무녀 설화가 그를 보고 놀라 황급히 달려왔다.

"버, 벌써 오신 겁니까?"

그녀가 묻는 말에 라마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아, 설화구나."

"아니 저... 언제 봤다고..."

"공주님은 안에 계신가?"

"예, 계시긴 합니다만..."

라마가 그 말을 듣고 성큼성큼 걸어가니, 설화가 놀라 황급히 따라오며 말했다.

"아, 안에 손님이 와 계십니다."

"손님?"

"예. 잠시 기다렸다가..."

"아냐, 괜찮아."

라마가 다시 걸어가자, 설화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저, 저기 소협..."

라마는 공주의 처소 안으로 들어가려 했고, 처소 앞을 지키던 병사들이 라마의 앞을 막아섰다.

"멈추거라. 안에는 승상께서 와 계신다."

"승상?"

라마가 의아해하니, 설화가 얼른 곁으로 다가서서 말했다.

"이 나라 최고의 자리에 오르신 분이십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분이시니, 어서 물러나시지요."

라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연했다.

"어떤 사람인지 나도 봐야겠는데."

그와 동시에 라마의 모습이 사라졌다.

경계병들은 모두 의아해하고 있었고, 설화만 이해한 듯 발을 동동 굴렀다.

"어쩌나..."

그 사이, 안으로 들어온 라마는 자신을 보고 놀라 해 하는 공주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서 찻잔을 막 들고 있는 한 중년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웬 놈이냐?"

그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젊은 남자가 검을 빼들어 라마에게 다가오려 하자, 공주가 손을 들어 만류하였다.

"잠깐!"

이어 그녀가 맞은편에 앉은 중년의 남자, 승상을 보며 말했다.

"송구합니다. 오늘 만나기로 한 손님인데, 미처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는 꽤나 태연했다. 공주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는 얼굴로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면, 다음 기회에 찾아뵙도록 하지요."

승상이 자리에서 일어나 라마를 보며 재밌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놀라운 재주입니다. 혹, 일전에도 궁궐에서 있었던 소란이, 소협으로 인한 것입니까?"

라마는 잠시 공주의 눈치를 살피다가 예를 갖추어 인사하며 대답했다.

"송구합니다. 예법을 잘 몰라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아닙니다. 그럴 수 있지요. 공주마마와 약속이 있었다 하니, 이 사람은 그만 물러가겠습니다."

그가 공주를 향해 인사를 한 뒤, 나오려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라마에게 물었다.

"모습이 특이한데, 혹 어디서 오셨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승상의 점잖은 태도에, 라마는 예를 갖추어 대답했다.

"먼 이국땅에서 왔습니다."

"그래요. 이곳에서 잘 머물다 가시지요."

그는 여유 있는 웃음으로 인사를 하고는 문으로 향했고, 검을 빼 들었던 젊은 무사는 형형한 눈으로 라마를 노려보다가, 검을 검집에 넣고 승상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자, 공주가 라마를 바라보며 앙칼지게 말했다.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곤란하다고 이전에도 말하지 않았던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서요."

조서야가 이마에 손을 짚으며 머리를 설레 설레 흔들었다.

"제발 눈에 띄는 행동 좀 하지 말아 줘. 승상마저 적으로 돌리게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야."

"그럼 저자는 마교가 아닌가요?"

라마가 되묻는 그때, 설화가 방 안으로 들어서서 공주에게 인사를 해 보였다.

"승상은?"

"돌아가셨습니다."

굳어진 표정의 공주가 짧은 한숨과 함께 생각에 잠겼다.

"어찌 그러십니까?"

설화의 물음에, 굳은 표정의 공주가 대답했다.

"누군가는 분명 나에게 그날의 일에 대해 물으러 올 것이라 생각했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뭔가 알아내려 할 것이라고. 그 일에 대해 가장 먼저 묻는 자가, 아마도 마교인일 것이다, 생각했었거든."

설화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묻던가요? 승상께서?"

공주가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아니. 묻지 않았어.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었는데, 정작 그 얘긴 안 하더구나."

공주의 대답에 설화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조서야가 아미를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뭔가 찜찜해."

"예? 어찌 그러십니까?"

"분명 그날의 일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어. 그런데 딱히 볼일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와서 내게 안부를 묻더구나."

설화의 표정은 어리둥절해졌고, 조서야가 말을 이었다.

"왜 하필 지금, 내게 와서 안부를 묻는 것일까? 진정 안부가 궁금해서 온 것이었을까? 아니면..."

조서야의 시선이 라마에게로 향하자, 라마가 어깨를 으슥해 보였다.

"그대가 나타나는 바람에 확신할 수 없게 돼버렸어. 나는 얻은 것이 없는데, 상대는 필요한 대답을 가져간 듯한 느낌이야."

그녀의 말에 라마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었다.

"제가 방해한 꼴이 된 것 같군요."

"그나저나, 왜 갑자기 나타난 거야?"

"안에 승상이라는 인물이 있다길래 얼굴 좀 보고 싶어서요."

"그럼 나갈 때 숨어서 보면 되는 거잖아?"

"마주 보고 대화할 때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어서요."

"뭐? 그게 뭔데? 그래서 알아낸 게 있어?"

라마가 빙그레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뭔가를 숨기고 있는 사람이란 건 알겠더군요."

"숨겨?"

"네. 전 무공을 가진 사람을 바로 알아볼 수 있거든요."

"무공을 가지고 있다고?"

"예. 분명히. 그것도 상당한 고수인 것 같던데요."

그러자 설화가 나서 대답했다.

"하오나, 마마... 황궁 내에 무공을 지닌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것만으로 의심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조서야가 고개를 흔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아니. 그 대부분은 무관의 직무를 행하는 사람들이다. 승상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무공을 연마한 경우는 없어."

그 말에 설화가 멋쩍은 표정이 되고, 조서야가 라마를 보며 말했다.

"좋아. 눈에 띄지 말고, 승상을 쫓아가 봐.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들키지 않고 알아낼 수 있어?"

"음... 물론이죠."

"절대... 들켜서는 안 돼. 이제 네가 내 사람이란 걸 만천하가 알고 있으니까."

"그럽죠."

라마는 그 말을 남기고 휙 하고 사라져 버렸다.

그런 모습을 본 조서야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좀처럼 마음이 놓이질 않는 사람이구나."

그녀의 말에 설화가 웃으며 대답했다.

"예, 꽤 멋있는 사람 같습니다."

"뭐?"

조서야가 굳어진 표정으로 되물으니, 웃고 있던 설화의 표정이 따라서 굳어졌다.

"아, 아닙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조서야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신 좀 차리자."

"예,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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