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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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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기연랑
· 최초 등록: 2025.10.04 · 최근 연재: 2025-10-25
읽기 시간 예측: 약 10.07분

23화 - #23


바닷가 수면 위로 볼록히 물방울이 피어오르더니, 펑하고 터짐과 동시에 안쪽에서 나래가 모습을 나타냈다.

그녀는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들고 있던 아토와 초코를 내려놓고, 등에 업은 솔이도 무사히 내려놓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고했어. 놀랍군. 그 신발도 천계의 물건이었어?"

아토의 물음에 나래는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래서 하나를 더 내놓으라고 한 것이었구만. 천계의 물건이 하나 더 있는 것을 알고 그것마저 뺏으려 한 거였어."

나래는 그제야 이해한 듯 신발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럼 이걸 내어주고 오공까지 데리고 올걸 그랬나요?"

"뭐하러 그래? 우리랑 같이 있던 오공은, 실은 네 그림자였는걸."

나래는 그 말에 다시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았다.

원래의 그림자처럼 자신의 모습을 비추고 있을 뿐, 어떤 다른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내 그림자라니... 믿어지지가 않네요. 그나저나... 백하도령님을 되찾아야 하는데... 어떻게 되찾죠?"

나래의 걱정에 아토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상대는 홍저왕이야. 자칭 요괴들의 왕이지. 더군다나 온갖 신기한 물건들을 지니고 있어. 봤다시피 총명 부인의 호리병으로 백하도령을 가둬버렸잖아. 그런 물건이 얼마나 더 있을지 알아?"

잠시 고민하던 나래가 물었다.

"그럼... 총명 부인을 찾아가 볼까요? 그분이라면 도움 주실 지도 모르잖아요."

아토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총명 부인을? 천계에 있는 총명 부인을 무슨 수로 찾아가?"

나래는 금세 울상이 되어버렸다.

"그런가요? 찾아갈 수 없는 건가요?"

그때 옆에 있던 초코가 그만의 독특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있어."

나래가 얼른 초코를 보며 물었다.

"어떻게요?"

"마루 폭포에 가면 하늘길이 있어."

초코의 대답에 아토가 화들짝 놀랐다.

"마루 폭포를 가자고? 미친 거야?"

나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토를 보며 물었다.

"왜요? 거기가 어떤 곳인데요?"

아토가 대답하기 전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곳은 예로부터 요괴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곳이야. 천계와의 전쟁 이후에 봉쇄되어 버린 곳이지. 천상의 장군과 비천상들이 지키고 있어서, 요괴인 우리들은 얼씬도 못하는 곳이지."

나래는 잠시 망설이다가 되물었다.

"저는요?"

아토와 초코는 말없이 나래를 바라보다가, 초코가 대답했다.

"사람이니까 가능할지도."

"만약 가능하지 않다면요?"

나래가 걱정스레 묻자, 아토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뭐, 죽기밖에 더 하겠어?"

나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게 막 죽여요?"

"글쎄. 요괴나 도깨비라면 그러겠지. 사람은 어쩔는지 나도 모르겠네."

나래는 고민에 잠겼다. 어떻게 해야 할까?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선뜻 가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백하도령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자신을 도우려다가 잡힌 것이 아닌가?

"갈게요."

나래는 결심한 듯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겠어?"

아토가 묻자, 나래가 아토를 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죽기밖에 더하겠어요?"

자기가 한 말로 대답을 대신하니, 아토가 처음으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너 괜찮은 녀석이구나."

아토의 웃음을 보면서 나래도 방긋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디로 가면 돼요? 마루폭포란 곳은?"

"내가 데려다줄게."

초코가 말과 동시에 갑자기 거대화하여 큼지막한 봉황으로 변했다.

"우와~ 그땐 잘 몰랐는데... 초코님 엄청 멋있으시네요."

나래가 말을 하자, 초코가 고개를 숙여 몸을 낮췄다.

나래가 먼저 초코의 등에 올라타 솔이의 손을 잡아주는 사이, 아토는 스스로 재빨리 뛰어올랐다.

"근처까지 밖에 못가. 다가갔다간 나나 초코나 무사하지 못할 테니까."

아토의 말에 나래가 고개를 끄덕이자, 초코가 몸을 일으켜 높이 날아올랐다.

봉황으로 변한 초코가 붉은빛의 날개를 펄럭이자 순식간에 먼 곳까지 바람처럼 날아갔다.

***

마치 눈이 덮인 듯 하얀 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거대한 숲 앞에 초코가 내려섰다.

나래와 솔이, 아토가 내려서자 초코는 다시 원래의 닭 모습으로 변하였고, 아토가 나래를 보며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야 해. 비천상들을 만나게 될 거야."

나래는 아토를 보며 물었다.

"여기서 기다리실 건가요?"

"아니."

아토의 딱 자르는 듯한 대답에 나래가 움찔 놀랐다.

"그럼...요?"

"네가 가는 곳은 천상계야. 그곳은 시간의 흐름이 이곳과는 달라. 너에게는 하루, 이틀 일지 몰라도, 우리에겐 찰나의 순간일 수도 있고, 1년이 넘는 시간일 수도 있어. 가늠할 수 없지."

나래는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죠? 그렇게 오랜 시간 백하도령님을 그곳에 가둬두게 되는 거잖아요?"

"그건 알 수 없지. 네가 어느 시간으로 돌아올지는... 어쨌든 우린 여기서 기다릴 수 없어. 우린 모두 청의동자가 있는 곳에 가 있을 테니, 네가 돌아오게 되거들랑 그곳으로 와."

나래는 시무룩한 얼굴로 대답했다.

"귀수산이 어디 있는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이제는 천윤도도 없는 걸요. 천계의 물건이라 도깨비방망이로 부를 수도 없어요."

그러자 아토가 예의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귀수산을 알잖아?"

"네? 아니 어디 있는지 모른다니깐요."

"귀수산이 장소야."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안돼요..."

그러자 초코가 나서 대답했다.

"돌아오면 나를 소환해. 도깨비방망이로... 내가 귀수산에 있는 건 알 테니까."

초코의 말에 나래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 그렇구나."

옆에서 아토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뭐가 있어. 청의동자를 소환해. 지금 해봐. 어차피 우린 귀수산으로 가야 하니까."

나래가 얼른 도깨비방망이를 잡아 들었다.

그리고 귀수산에 있을 청의동자를 떠올리며 바닥에 내리쳤다.

"청의동자 나와라 뚝딱!"

나래의 외침과 동시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청의동자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앞에 나타났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바로 인지가 안된 듯 멍한 표정으로 있던 청의동자가 놀라며 물었다.

"뭐, 뭡니까?"

청의동자의 당황스런 목소리에, 나래가 미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죄송해요. 되는지 안되는지 확인해 보려 했어요."

그때 아토가 나서 얼른 화제를 바꿨다.

"백하도령이 홍저왕에게 잡혔어."

아토의 말에 청의동자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홍저왕이 백하도령님을? 백하도령님이 그리 호락호락하신 분이 아니실 텐데요?"

"홍저왕이 총명 부인의 호리병을 가지고 있었어."

"에에?"

총명 부인의 호리병이란 말에 청의동자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그럼 호리병 안에 갇혀 계신 겁니까?"

"그래. 그래서 나래가 마루 폭포에 있는 하늘길을 이용해 천계에 가서 총명 부인을 만나보려 해. 그때까지 우린 귀수산에서 기다리려고."

청의동자는 이해가 된다는 듯 멋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먼저 가 있을 테니까. 조심해서 다녀와."

아토를 향해 나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네. 꼭 방법을 찾아가지고 돌아올게요."

솔이가 나래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절대 무리하시면 아니 되어요. 아씨."

나래가 솔이를 보며 방긋이 웃어 보였다.

"그래, 걱정하지 마. 잘 해낼게."

인사를 나누자, 청의동자의 모습이 변했다.

거대한 초록빛 머리의 형상을 한 거구귀로 변하여, 입을 쩍 벌리자 아토와 초코, 솔이가 그 입안으로 들어갔다.

거구귀가 입을 닫자 순식간에 작아지더니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나래는 "후~"하고 무거운 한숨을 내쉰 뒤 돌아서서 하얀빛의 숲을 바라보았다.

"할 수 있어."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을 한 뒤, 숲을 향해 한 걸음씩 씩씩하게 발을 내디뎠다.

숲 안으로 들어서자, 놀랍게도 숲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곳 하나 환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마치 의도적으로 그늘을 없앤 것처럼 보였지만, 가만히 보니 하얀 잎들 하나 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뿜어 숲 전체가 환한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 왜 쓸데없이 나서?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래는 화들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보이지 않았고 나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 누구세요?"

그러자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누구긴 누구야? 나래지. 불과 얼마 전까지 나를 오공이라고 불렀잖아.

나래는 그 말에 고개를 숙여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 보았다.

과연 현재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형태로 움직이고 있는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넌... 내 그림자잖아."

- 그래. 난 네 그림자야. 동시에 너 자신이기도 하지.

"쓸데없이 나서다니?"

- 그러다 개죽음당하면 그거야 말로 쓸데없는 짓 아냐? 왜 그렇게 무모해?

"그럼? 백하도령님이 그렇게 됐는데 가만히 있어?"

- 자기가 돕겠다고 나섰던 거지, 우리가 도와달라고 한 게 아니잖아.

"어쨌든 돕다가 그런 거잖아."

- 또또...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은 거야?

나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놈의 지긋지긋한 착한 사람병에 걸려서, 제대로 된 거절도 한번 못해본 나래였다.

자신이 착한 사람병에 걸려, 그런 거란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 그냥 너 자신만 생각해. 돌아가. 지금이라도 돌아갈 수 있잖아. 여기 있다가는 사라진다며?

나래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싫어. 이렇게 돌아가지는 않을 거야."

나래는 다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그렇게나 착한 사람인 척하니까 이용만 당하는 거야.

"착하게 사는 게 나쁜 건 아냐!"

나래가 버럭 소리치는 순간, 수풀 속에서 예리한 창날이 날아들었다.

"헉!"

자기도 모르게 숨을 내뱉은 나래는 그대로 멈춰 섰고, 멈춰 선 나래의 목 앞에 창날이 멈춰 섰다.

창을 든 그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나래를 노려보며 물었다.

"웬 놈이 감히, 마루 숲에 들어온 것이냐?"

그는 둥그스름한 얼굴에 머리를 뒤로 묶고 있었고, 하얀 백색 날개에 초록빛의 고운 한복을 입고 있었다.

부리부리한 눈매와는 상반되게 매우 곱상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그의 등 뒤로는 하얀 천 하나가 둥실둥실 떠서 둥근 원형을 그리고 있었다.

"저.... 저는...."

나래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말문이 막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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