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ryTokTok v0.1 beta
챕터 배너

도깨비 마을

author
· 오기연랑
· 최초 등록: 2025.10.04 · 최근 연재: 2025-10-05
읽기 시간 예측: 약 9.3분

8화 - #9


솔이를 따라 골목골목을 날아가다 보니, 처음에는 솔이 뒤꽁무니만 쫓아 날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아토와 초코의 뒷모습이 언듯 언듯 보이기 시작했다.

천윤도를 훔쳐간 도둑을 꼭 잡아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에 있는 힘껏 날고 있던 나래는, 어느새 어느 이름 모를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쫓아가면서도 동굴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에는 잠시 망설였던 나래는, 일단 도둑부터 잡고 보자는 생각에 최대한 빨리 앞으로 내달렸다.

동굴로 들어서고 한참을 더 들어가다가 좁다란 길을 지나자 갑자기 커다란 공간이 나타났다.

더욱 놀라운 건 그 공간 안으로 흡사 현대시대의 아파트처럼 동굴벽에 난 구멍 사이사이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집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놈!"

그곳에 들어선 지 얼마 안 되어 다 따라잡은 아토가 재빨리 도둑을 앞발로 후려치자, 도둑은 그 충격에 옆으로 뒹굴며 나자빠졌다.

"악!"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도둑 앞을 아토가, 뒤쪽을 초코가 가로막고, 옆으로는 나래와 솔이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가로막았다.

나래와 솔이 맞은편은 돌벽이었기에 완전히 포위된 상태였고, 도둑은 정신을 차리자 겁먹은 표정을 지은 체 천윤도를 품에 꼭 껴안았다.

아토가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앞발을 들어 손톱을 들이밀었다.

"순순히 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험악한 협박이련만, 몸이 동글동글한 뚱땡이 고양이가 하니 그다지 위협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반대쪽은 "꼬꼬" 소리를 내고 있는 닭이 한 마리 있을 뿐이었다.

"흥, 지금 누구더러 그런 소리를 해? 자기들 처지나 제대로 알지?"

의기양양한 도둑의 말에 나래와 솔이가 주위를 둘러보니, 도둑과 똑같이 생긴 십여 명의 난쟁이들이 날카로운 대나무 창을 들고 자신들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들은 잡아먹을 듯 두눈을 부릅뜨고, 나래 일행을 응시했다.

당황한 나래가 그들에게 두손을 들고 설명하려 했다.

"저 친구가 제 물건을 훔쳐갔어요. 제 물건을 돌려받아야 해요."

나래의 말에 둘러싸고 있던 이들의 표정에 일순 변화가 생겼다.

"거, 거짓말이야!"

도둑이 소리치자, 에워싼 난쟁이중 하나가 나서 말했다.

"네놈 손버릇 안 좋은 거야 어제 오늘일이더냐? 오늘은 또 뭘 훔친 게야?"

버럭한 소리에 도둑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품 안에 물건을 내려다보더니 불쑥 내밀었다.

"천윤도라고. 저놈들도 분명 어디서 훔쳤을 거야."

천윤도란 말에 난쟁이들이 놀란 표정으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천윤도? 정말 천윤도를 가지고 왔단 말이냐?"

먼저 소리쳤던 이가 다시 묻는 말에, 도둑은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래는 이들과의 대화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다시 나서 말했다.

"저 천윤도는 총명 부인께 받은 물건이에요. 저에겐 꼭 필요한 물건입니다. 정히 필요하다면 제가 쓰고 난 다음에 빌려드릴 테니, 제발 돌려주세요."

총명 부인이란 말이 나오자, 다시금 난쟁이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어 뒤쪽에서 검은 털과는 어울리지 않게 흰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노인 난쟁이가 지팡이를 짚고 앞으로 나오며 물었다.

"총명 부인이라 했느냐?"

나래는 그 노인 난쟁이를 보며 대답했다.

"예."

노인 난쟁이는 나래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도둑을 향해 말했다.

"어서 돌려드리거라."

도둑이 다시금 시무룩한 표정으로 쭈뼛대며 망설이자, 노인 난쟁이가 버럭 소리 질렀다.

"아, 어서 돌려드리지 못할까!"

노인 난쟁이의 성화에, 도둑은 마지못한 듯 걸어 나와 나래에게 천윤도를 내밀었다.

나래는 얼른 천윤도를 받아서 품속으로 꼭 끌어안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래가 노인 난쟁이에게 꾸벅 인사를 하니, 그가 나래를 보며 말했다.

"용서하시게. 손버릇이 나쁘긴 하나 심성은 못된 아이는 아니니, 내 이번 기회에 혼쭐을 내주겠네."

"아닙니다. 돌려받았으니 된걸요."

나래가 웃으며 답하자, 노인 난쟁이가 인자한 표정을 지었다.

"기왕이 이리 온 것도 인연이니, 이쪽으로 와서 차 한잔씩 들고 가시게나."

"차요?"

나래는 어쩐지 거절하기 힘든 분위기에 마지못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감사합니다."

노인 난쟁이가 앞장서서 걸으니, 나래와 솔이, 아토와 초코가 그 뒤를 따랐고, 아까 나서서 소리를 질렀던 난쟁이는 도둑 난쟁이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이해하게. 그 천윤도란 물건은 우리에게 아주 값어치가 큰 물건이니."

앞서 걸으며 노인 난쟁이가 하는 말에, 나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그런 거죠?"

나래의 물음에 노인 난쟁이가 잠시 멈춰서 나래를 돌아보더니 코를 킁킁거렸다.

그러더니 이내 조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보니까, 여우로구나."

나래는 무슨 말인가 의아했다가, 이내 품 안의 새끼 여우털을 의식하고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여우 중에는 우리를 모르는 이들도 더러 있을 테니... 보다시피 우리는 굴을 파서 그 안에서 나오는 것으로 먹고 산다. 땅속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지."

노인 난쟁이가 말을 하며 다시 앞으로 걷기 시작했고, 잠시 멈춰 섰던 나래 일행은 다시 그 뒤를 따라 걸었다.

"저들은 까미라는 아리아여요."

솔이의 말에 나래가 솔이를 보며 되물었다.

"까미?"

이에 옆에서 걷던 아토가 말했다.

"땅굴을 파서 사는 두더지 같은 놈들이야. 온몸이 시커먼 털로 덮여 있고, 조그마한 녀석들이지만, 앞니가 날카로워서 물리면 제법 아프다고."

그 사이 앞서 걷던 노인 난쟁이가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는 항상 보물을 찾는다. 보물을 찾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사명과도 같은 것이지. 그러한 우리에게 원하는 물건이 어디있는지 알려주는 천윤도는 아주 특별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지."

노인 난쟁이가 이야기를 하며 다다른 곳에는 나래가 앉기에는 너무 작아 보이는 평상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난쟁이들 입장에서는 큼지막한 찻잔을 가져와 나래가 있는 평상 쪽에 올려놓았지만, 고작 해봐야 나래 주먹보다도 작았다.

그 작고도 큰 잔에 여느 난쟁이가 큰 병을 들고 와서 차를 따라주니, 나래는 그 앞에 앉아서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를 하였다.

"감사합니다."

나래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셔보았다. 짙은 꽃향이 느껴지고 쌉쌀한 것이 커피 맛과 비슷했다.

"오~ 맛있어요."

나래가 환한 표정으로 감탄하자, 노인 난쟁이가 웃어 보였다.

"입에 맞는다니 다행이군."

솔이 앞에도 한잔이 놓였고, 아토와 초코 앞에는 조금 널따란 그릇에 담겨 놓였다.

아토가 냄새를 킁킁 맡더니, 인상을 쓰며 말했다.

"흥, 볶은 민들레로구만. 됐어, 누가 이딴 걸 먹어. 고기나 가져와 고기."

아토의 불평에 나래는 괜스레 얼굴이 붉어졌다.

"아토님..."

나래가 얼른 나서 손사래를 치자, 아토는 삐진 듯한 얼굴로 "흥!" 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때 다른 난쟁이가 다른 잔을 가져와 그곳에 붉은 음료를 따라주니, 고개를 돌리고 있던 아토가 냄새를 맡고는 표정이 변했다.

"오~"

아토가 침을 꿀꺽 삼키며 잔을 들어마시더니 "캬~"소리를 내며 좋아했다.

"감홍로로구나, 맛이 일품이구만."

아토가 흡족해하는 모습에 나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안도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노인 난쟁이가 말을 이어갔다.

"천윤도만 있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 난쟁이의 말에 나래는 이해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하지만 이 물건이 자신의 것이 아니니 함부로 준다 만다 이야기할 수 없었다.

"제가 이 물건을 다 쓰고 나면, 이 물건의 주인분께 한번 부탁드려 보겠습니다."

나래의 대답에 노인은 허허허 소리를 내며 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오래전부터 총명 부인에게 제사를 지내왔단다."

노인의 말에 나래는 노인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답이 없었지. 제발 천윤도를 우리에게 줄 수 없는지, 수도 없이 많은 시간 동안 제사를 지내왔어. 그러다가 한번 우연히... 그 천윤도를 우리 손에 넣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쓸 수 없었지."

"어째서요?"

나래가 의아한 듯 묻는 말에, 노인이 나래를 지긋이 응시했다.

어쩐지 자신을 바라보는 노인의 모습이 흐릿한 것이, 눈에 초점이 맞지 않는 것 같은 기분에, 나래는 눈을 살짝 비벼보았다.

쉼 없이 달려오는 통에 피곤한 것인가 싶은 생각에 저도 모르게 하품이 나와 얼른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 물건은 신물이다. 단순한 물건이 아니야. 살아서 의지를 담고 있는 물건이지. 하여, 제 주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단다."

노인의 말에 나래는 놀란 눈을 크게 떠보려했지만, 이내 눈꺼풀이 도로 내려갔다.

왜 이렇게 졸린 것인지, 눈꺼풀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졌다.

'왜 이러지?'

나래가 자꾸만 눈을 비비는 것을 보며 노인이 말을 이어갔다.

"그 물건만 가지고는 소용이 없다는 것이지, 그 물건을 부릴 수 있는 주인과 함께 있어야 비로소, 천윤도가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란다."

노인의 그 말을 끝으로, 나래는 옆으로 쓰러져 잠들어 버렸다.

나래 뒤로는 솔이와, 초코, 아토까지 모두 이미 잠이 든 상태였다.

노인은 잠들어 쓰러진 나래와 일행을 보며, 수염을 쓰다듬고는 뒤쪽에 서 있는 젊은 난쟁이들을 향해 말했다.

"중한 손님들이라, 잘 뫼시거라."

"예."

젊은 난쟁이들이 일제히 달려와 나래와 일행을 들어 올려 어딘가로 향했다.

노인 난쟁이는 나래가 들려가며 떨어뜨린 천윤도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고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현재 조회: 2
댓글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또는 회원가입 해주세요.
저작권 보호: 무단전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