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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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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기연랑
· 최초 등록: 2025.10.04 · 최근 연재: 2025-10-25
읽기 시간 예측: 약 9.78분

22화 - #22


으리으리한 장식이 한가득 되어 있는 궁궐 제일 안쪽에 용상이 놓여 있고 그 자리에 다소 어려 보이는 소년이 앉아 있었다.

용왕이라 하여 노인의 모습을 연상했는데, 의외로 앳되어 보이는 소년이 앉아 있는 것을 본 나래는 내심 놀랐다.

"너희들이냐? 바깥에서 온 자들이?"

용왕의 호통 같은 질문이 궐내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고, 나래와 솔이, 오공은 한쪽에 무릎 꿇린 체 앉아야 했다.

그 옆으로는 아토와 초코가 따라와 곁에 있었다.

"저희는 홍저왕이란 요괴 때문에..."

나래가 나서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용왕은 그녀의 말을 자르며 외쳤다.

"감히 용궁을 시끄럽게 한 죄, 죽어 마땅하나! 네 너희를 갸륵하게 여길 것이니, 너희들은 이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

나래는 어리둥절했다.

이미 금은보화가 한가득 있는 용궁일 텐데, 자신들에게 무엇을 내놓으라 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제가 나중에...."

그때 용왕 곁에 서 있던 코가 빨간 별주부가 나서 말했다.

"네 품 안에 천계의 기운이 느껴지니, 그것을 꺼내 보거라."

그 남자의 물음에, 나래는 망설이며 아토를 돌아보았고, 아토는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래는 마지못한 듯 품 안에서 천윤도를 꺼내 들었고, 용왕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천윤도가 아니더냐? 총명 부인의 물건이라니!"

나래는 그런 용왕을 보며 말했다.

"이건 제 물건이 아니라서..."

그 말에 용왕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으름장을 놓았다.

"흥! 아니라면? 네놈들 목을 내놓을 것이냐?"

이때 옆에 있던 아토가 얼른 나래에게 말했다.

"달라고 하면 그냥 줘. 나중에 되찾으면 돼."

"정말요?"

"천윤도가 중요해? 백하도령이 중요해?"

아토의 되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나래는 천윤도를 앞에 놓으며 간청했다.

"이것을 드릴 테니, 저희를 보내주십시오."

"어서 가져와 보거라!"

용왕이 버럭 소리치자, 한쪽에 서 있던 병사가 달려 나와 천윤도를 들고 용왕에게 가져다주었다.

"오오... 이것이 바로 천윤도로구나. 흐흐흐"

용왕이 기뻐하니, 주위에 있던 별주부를 비롯한 신하들도 따라 웃었다.

그러더니 용왕이 나래를 보며 말했다.

"좋다. 저 닭과 고양이, 꼬마 아이는 데리고 나가도 좋다."

그 말에 나래와 오공의 표정이 굳어졌다.

"저... 저는요?"

오공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용왕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허! 고작 천윤도 하나로 될 성싶으냐? 남은 한 사람 몫까지 구하려거든, 천계의 물건을 하나 더 내놓거라."

당황한 나래가 나서 말했다.

"하, 하지만... 더 이상 천계의 물건이 없습니다."

"그럼, 나가서 구해오면 되지 않느냐?"

말과 동시에 병사들이 다가와 오공을 양쪽에서 붙잡았다.

"앗? 시, 싫어!"

오공이 비명을 지르며 잡혀가는 모습에, 나래가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당황해하자, 아토가 마지못한 듯 자신의 발을 할짝거렸다.

그러자 그때 초코가 조용히 말했다.

"가만히 있어."

아토가 초코를 노려보았다.

"뭐? 이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그래."

"이 흑산 장군이 의리 없는 요괴가 되길 바라는 거냐?"

"글세 가만히 있어. 좀 있으면 알게 돼."

초코의 말에 아토가 의아한 표정이 되었고, 나래 역시 궁금한 듯 초코를 보며 물었다.

"어째서 그러시죠?"

"기다려봐."

초코의 짧은 대답에, 나래는 멀어져 가는 오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 너희는 가도 좋다."

어느샌가 나래 앞으로 다가온 별주부의 말에, 아토가 나래의 발을 툭 치자, 나래가 얼른 대답했다.

"아, 예예... 감사합니다."

병사의 안내를 받아 궁궐에서 나온 나래를, 초코가 따라가며 속삭였다.

"오공한테 작별 인사한다고 해."

초코의 말에 나래가 인솔하는 병사들에게 말했다.

"저... 아까 잡혀간 저희 친구에게 작별인사를 했으면 합니다."

인솔하던 병사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나래를 돌아보더니, 마지못한 듯 "알았다"라고 대답한 뒤 방향을 바꿨다.

그들은 궁궐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감옥으로 향했고, 그곳 한쪽에 잡혀 있는 오공 앞으로 데려다주었다.

"나래야!"

오공이 나래를 보고는 슬픈 표정으로 창살에 매달렸다.

"나 좀 데려가 줘. 부탁이야. 나 너무 무서워."

오공의 하소연을 들으니, 나래는 마음이 불편했다.

"미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래의 대답에 초코가 나서 오공에게 말했다.

"못 구해. 넌 여깄어."

오공이 기겁하는 표정을 지었다.

"왜애? 구해줘. 백하도령에게 말해봐."

"아니. 백하도령도 못 구해. 너도 못 구해. 우린 그냥 갈 거다."

초코의 대답에 오공의 표정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난 여기 싫어. 여기 무서워!"

"그래도 안돼. 가자."

초코가 냉정하게 말하고 돌아서고, 아토가 뒤따르니, 나래는 오공이 안타까워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안돼애~!!"

돌연 오공이 날카롭게 소리 지르더니, 그녀의 그림자가 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림자는 순식간에 나래 쪽으로 다가와 나래 몸에 붙었고, 나래는 그 모습을 보고는 움찔 놀라며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어리둥절해하며 자신의 몸을 더듬거렸다.

"뭐, 뭐야?"

그 사이, 오공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이 모습을 본 초코가 나래에게 다가섰다.

"드디어 네 그림자가 돌아왔구나."

초코의 말에 나래는 초코를 보며 되물었다.

"제 그림자요?"

"응. 너 그림자 없는 것도 몰랐어?"

"네... 몰랐어요. 그림자가 없었나요?"

"응."

"그런데 어떻게..."

"그건 모르지. 어쨌든 이제 가자."

나래는 쓰러진 오공을 보며 물었다.

"오공은 어떻게 하죠?"

"이제 그 오공은 우리가 아는 오공이 아냐. 원래의 오공이지. 자기가 알아서 나오게 될 거야."

"자기가 알아서요?"

"그래. 오공은 천년 묵은 요괴야. 그놈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 서두르자."

초코가 앞장서 달리자, 아토와 나래, 솔이가 서둘러 그 뒤를 쫓았다.

일행이 떠나간 직후, 슬며시 눈을 뜬 오공은 이내 당황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났다.

"뭐야? 여긴 어디야?"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오공이 옆에 경계를 서고 있는 병사를 향해 물었다.

"이봐, 여긴 어디야? 난 왜 여기 있지?"

오공의 물음에 병사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내가 그걸 어찌 알아? 네놈들이 기어 들어왔지. 얌전히 있어."

협박 같은 병사의 대답에 오공이 눈을 부릅떴다.

"뭐라고? 이놈들이 나를 뭘로 알고?"

그 순간, 오공의 몸이 거대화되더니 그를 가두고 있던 철창살이 힘없이 부서져 버렸다.

순식간에 거대한 지네로 변한 오공이 소리쳤다.

"이놈들!"

그의 호통 소리에 지키고 있던 병사들이 혼비백산하여 사방팔방으로 도망쳤고, 오공은 주위에 있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한편, 인솔 병사의 안내를 받아 서둘러 바깥으로 향하던 나래와 일행은 뒤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무슨 일이죠?"

나래가 궁금한 듯 묻는 말에, 아토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진짜 오공이 정신 차린 모양이군."

인솔 병사는 나래와 일행을 데리고 공기방울이 이어진 길로 안내했다.

"자, 이 길로 나가면 된다. 잘 가거라."

인솔 병사의 말에, 나래는 조심스레 공기방울에 발을 디뎌 보았지만, 발은 공기방울 아래로 쑥 빠져버렸다.

순간 균형을 잃고 물에 빠져버릴 뻔했다가, 솔이가 얼른 붙잡아줘서 균형을 잡았다.

"뭐야? 어떻게 가라는 거죠?"

나래의 물음에 돌아가던 인솔 병사 둘이 키득 거리며 웃었다.

"그거야 우리 알바가 아니지. 재주껏 나가보거라. 크흐흐흐"

나래는 인솔 병사들을 노려보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나빴어."

하지만 당장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물방울 같은 것이 바다 한가운데 둥실둥실 떠서 저 육지 위쪽까지 이어져 있었는데, 나래의 몸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하던 나래는 문득 자신의 신발을 내려다보았다.

총명 부인이 전해준 꽃신, 그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디딜 수 있다고 했다.

잠시 고민하던 나래는 솔이를 보며 말했다.

"솔아, 너 변신할 수 있지? 도깨비 불로."

솔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기는 용궁이라 제가 힘을 못써요."

옆에서 아토가 거들듯이 말했다.

"용궁이나 천계에서는 요괴나 아리아들이 힘을 못써. 그곳의 강력한 힘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지."

나래는 어쩔 수 없이 솔이 앞에 앉았다.

"나한테 업혀."

"예? 제가 어찌..."

"얼른 업혀!"

나래가 재촉하자, 솔이는 어쩔 수 없이 나래 등에 업혔다.

나래의 외양적 모습이 중학생 정도 수준의 모습이라면, 솔이는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대략 그쯤 되는 아이의 무게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가벼웠다.

"너, 너무 가벼운 거 아냐? 잘 먹어야겠다."

나래의 걱정에 솔이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예, 아씨."

이어 나래는 한 손에는 아토를, 한 손에는 초코를 들었다.

"뭘 어떻게 할 셈이야?"

아토가 걱정스레 묻는 말에, 나래는 방긋 웃어 보이더니 말했다.

"몰라요. 일단 해보게요."

그러고는 심호흡을 한번 하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물방울을 딛는 거야. 물방울을...'

이어 마음을 굳게 먹고는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사뿐히 내려앉은 그녀의 발은 물방울 위로 향했고,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 나래는 자신의 발이 물방울을 딛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됐다!"

이어 나래는 환한 표정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물방을 딛고 달리는 기분이란 참으로 묘했다.

"됐다, 됐다!"

기쁨에 겨워 나래가 신나서 달리는데, 어쩐지 힘도 하나도 들지 않는 듯, 신발이 절로 달려주는 것만 같았다.

"이야호~~~~"

나래의 환성이 물방울 길을 타고 울려퍼졌고, 달려가는 나래 옆 공기방울 너머로 물고기들이 신기한 듯 따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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