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 #2
결심이 선 라마는 홍두평에게 사제의 예로써 큰절을 올렸다.
계수배(稽首拜)에 대해 송이개에게 설명을 듣고 어설프나마 예를 갖추어 인사를 올리니, 홍두평이 빙그레한 얼굴로 라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이미 큰 힘을 지니고 있으니, 일반적인 경우와는 사뭇 다를 것이다. 사람마다 그 배움의 방향이 다르고, 방향이 다르면 헤처 나가는 방법 또한 다른 법, 너의 그 큰 힘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면, 능히 천하를 주름잡는 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여, 네게 올바른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너를 알아야 할 것이다. 네가 가진 그 힘을 다시 보여줄 수 있겠느냐?"
홍두평의 말에 라마가 "예"하고 대답한 뒤, 천천히 내공을 마나로 치환하기 시작했다.
라마의 겉모습이 변화하자, 홍두평은 물론 유림과 송이개도 신기한 듯 살펴보았다.
"외모의 변화는 그렇다 치더라도, 외모가 변하는 순간부터 사용하는 힘은 이전의 힘과는 사뭇 다른 것 같구나. 하나 분명한 것은 육체적인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라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큰 힘을 쓸 수는 있으나, 제 몸은 오히려 더 약해집니다."
고개를 끄덕거리던 홍두평이 잠시 고민하더니 라마를 향해 말했다.
"허면, 이번에는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보거라."
그의 말에 라마는 다시 마나를 내공으로 치환했다.
"그 상태에서는 아까의 힘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냐?"
"예, 그렇습니다."
"재밌구나. 두 가지 힘을 지니고 있으나, 서로 공존하지 못한다?"
홍두평이 돌연 라마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내 한 가지를 보여주마, 선 자세에서 벗어나지 말고 나를 공격해 보거라. 나 또한 너를 공격할 것이니 받아보고."
"예."
마주 선 상태에서 발을 움직이지 않고, 라마가 먼저 홍두평의 정면으로 주먹을 내찔렀다.
홍두평은 왼손으로만 라마의 공격을 막아내고는 곧이어 라마 쪽을 공격했고, 라마는 그의 공격을 받아내었다.
서로 가벼운 공수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라마는 양손을 쓰는 반면 홍두평은 왼손만으로 라마를 상대하고 있었다.
별다른 감흥이 없이, 무림인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가벼운 공수에 유림이나 송이개나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자 그럼, 이제 두 사람이 공격 하마."
홍두평의 오른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움직임이 사뭇 기묘한 것이, 왼손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어느 정도 양손을 쓰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면 그럴 수도 있으려니 싶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흡사 두 명의 사람에게 공격받고 있는 것은 느낌이 들어 점점 공수를 주고받기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라마가 땀을 흘리며 바삐 손을 움직이니, 어느 순간 홍두평이 웃으며 공수를 멈추었다.
의아해하는 라마를 보며 말했다.
"어떠냐?"
라마가 숨이 찬 듯 헐떡이며 대답했다.
"마치 두 사람을 상대하는 것 같습니다."
홍두평이 빙그레 웃어 보였다.
"바로 보았다. 왼손과 오른손이 완전히 분리되어 공격한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유림이 못 믿겠다는 듯이 말했다.
"하오나 그 정도는 양손을 쓰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한 것 아닙니까?"
그러자 홍두평이 그를 보며 말했다.
"못 믿겠다면 한 가지를 더 보여주마. 거기 검을 가지고 오너라."
홍두평이 바닥에 놓인 라마의 검을 가리키며 말을 하니, 유림이 쭈뼛거리며 가서 검을 들고 홍두평에게 다가갔다.
"라마는 왼쪽에서 자네는 오른쪽에서 나를 공격해 보게. 자네는 무공이 없으니, 검을 들고 나를 공격해 보게."
"예?"
유림이 당황해 하자, 홍두평이 빙그레 웃어 보였다.
"걱정 말게, 내 자네를 다치게 하지는 않겠네."
"아... 예."
홍두평이 서고, 그 좌우로 라마와 검을 든 유림이 섰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홍두평에게 공격을 했고, 홍두평은 마치 좌우가 나뉜 듯, 두 사람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공격을 하면서도 이 신묘한 행동에 라마와 유림이 놀라고 있었고, 이를 지켜보던 송이개가 기쁜 얼굴로 말했다.
"쌍수호박(雙手互搏)이로군요."
송이개의 말에 홍두평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다. 우리 개방의 절기 중 하나인 쌍수호박이다. 쌍수호박은 좌우를 완전히 나누어 마치 다른 사람인 것 같이 행동할 수 있는 무공이다."
홍두평의 말을 듣는 순간, 라마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허면... 제게 이걸 가르쳐 주시려는 이유가..."
"그래, 너의 나뉘어진 두 힘을 공존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온전히 합쳐질 수는 없겠지만, 두 힘을 공존시키는 것만으로도 너는 네가 가진 약점을 보완하게 될 것이다."
라마는 기뻤다. 생각도 못했던 이런 방법이 있었을 줄이야
"얼른, 얼른 배우고 싶습니다."
라마의 성화에 홍두평이 껄껄 거리며 웃었다.
"갑자기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너무 성급해하지 말거라."
그런 홍두평을 보며 라마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하루아침에 배울 방법이 있습니다."
라마의 말에 홍두평이 의아해하니, 그런 그를 보며 라마가 말을 이었다.
"뭐... 자세히 설명하긴 그렇지만, 어쨌든 하루빨리 수련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래, 허허... 그러려면 먼저 너의 내력 운용을 내가 살펴봐야 할 것 같구나. 이리 와서 좌정해 보거라."
"예."
라마가 좌정을 하고 앉자 그 뒤에 앉은 홍두평이 라마의 등에 양손을 대었다.
"운기조식을 시작해 보거라."
라마는 홍두평의 말에 일전에 배운 적 있는 철근공의 방법대로 내력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홍두평은 라마의 기운용을 느끼고 있었다.
"과연, 내력 운용이 매우 효율적이구나."
감탄해하는 홍두평을 보며 유림이 송이개에게 말했다.
"저리 내력 운용을 하게 되면, 보통은 말을 못 한다고 들었소만."
송이개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거야 고만고만한 인간들 얘기고, 홍장로님은 개방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고수 중에 고수요. 고수들은 내력 운용을 하거나 타인의 운행을 도우면서도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소."
유림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이, 홍두평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와 같은 내공 심법은 어디서 배운 것인가?"
홍두평과 달리 라마는 내력 운용 중에 말을 할 수 없었기에, 송이개가 나서 대답했다.
"듣기로는 철무방의 내공심법이라고 들었습니다."
그의 말에 홍두평이 감탄해하며 말했다.
"놀랍구나. 내력 운용의 방법이 효율적이면서도 과감하기 이를 데 없구나."
이어 라마를 향해 경고하듯 이야기했다.
"자, 이제부터 나를 따르거라."
그와 동시에 홍두평의 기가 라마의 체내에 들어와 운행하기 시작했다.
라마는 홍두평의 기를 따라 자신의 기를 운용하기 시작했고, 놀라운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기의 운용이 차분하면서도 마치 거대한 강줄기가 흐르는 자연스러웠다.
"이것은 개방의 백결연화신공(百結蓮花神功)이다.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말거라. 차분하게, 네가 가진 기의 크기를 느끼거라."
거대한 강줄기는 라마의 전신을 돌며 회전하고 있었고, 그 열기로 라마의 몸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이 거대한 힘을 가지고도, 정작 임독양맥(任督兩脈)이 막혀있다니... 어디 한번!"
홍두평이 기의 흐름에 자신의 기를 보태자, 마치 거대한 해류처럼 라마의 기가 거침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마치 둑이 무너지듯 무언가 탁 뚫리는 느낌과 함께, 갑자기 온몸에 힘이 팽창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라마의 입은 저절로 벌어지고, 입에서 마치 하얀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올라, 라마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맴돌다가, 다시 코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저건 무슨 현상이요?"
놀란 유림이 송이개에게 물었으나, 송이개도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나도 처음 보오."
그때 홍두평이 라마를 향해 말했다.
"알겠느냐? 어디 한번, 이번에는 네가 직접 운용해 보거라."
홍두평의 말에 라마는 홍두평이 가르쳐준 대로 기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해일 같은 기가 온몸을 두루 돌며 회전하니, 온몸에 힘과 활기가 차고 넘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기가, 한번 돌 때마다 곱절로 늘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어느새 홍두평 역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홍두평은 라마의 기운용의 세세한 부분에서, 흐트러지거나 조금씩 벗어나는 것을 바로잡아주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라마의 힘을 감당하기 힘들어하고 있어, 이제는 그 조차도 말을 못 하고 있었다.
다만 그는 엄청난 라마의 내공 양에 새삼 놀라고 있었다.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홍두평은 이쯤 되면 세세한 기의 흐름을 바로잡는 것은, 마치 거대한 해류에서 물방울 튀는 것을 막는 수준이라 판단하고 자신의 기를 거두어들였다.
운기조식을 마치고, 홍두평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라마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 몸이 엄청 개운하고 가볍습니다."
홍두평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과연, 철무방의 내공 심법이 아주 탁월하더구나."
그의 말에 옆에 있던 유림이 너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허허, 다른 정파분들이 들으면 서운할 말씀을 하십니다."
그러자 홍두평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고리타분한 녀석들이라 그래. 멍청한 놈들. 지들이 가진 명예와 지위에 눈이 멀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고여서 썩어가는 게야."
그의 말에 라마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예? 그것은 무슨 말씀이십니까?"
"무슨 말이긴... 이른바 정파란 것들이 어떤 족속들이냐? 지들이 먼저 시작해서 자리를 잡았다고, 새롭게 만들어진 문파들을 인정하지 않는 족속들이다. 그들은 자기들 외에는 모두 사파라며 하찮게 여기는 늙고 병든 족속 들일뿐이야."
"하지만... 어르신이 계신 개방도 정파 아닙니까?"
"그래, 그러나 이것만은 잊지 말거라. 진정한 무인이라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정체되고 썩게 되어 있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거라. 내 보기에 철무방의 철근공은 효율적이면서도 과감하여 내력을 키우기 아주 좋은 내공 심법이었다. 결코 정파들이 말하는 자신들의 내공 심법에 뒤처지지 않았어. 오히려 그 결이 다르니, 내가 가르쳐준 백결연화신공과 더불어 사용한다면 큰 증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홍두평의 말에 라마는 기쁜 얼굴로 대답했다.
"예, 스승님."
스승이란 말에 홍두평도 찡그렸던 얼굴을 풀며 온화하게 웃어 보였다.
"그래, 제자놈아. 하하."
일행은 홍두평의 말에 다 같이 웃음 지었다.
계수배(稽首拜)에 대해 송이개에게 설명을 듣고 어설프나마 예를 갖추어 인사를 올리니, 홍두평이 빙그레한 얼굴로 라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이미 큰 힘을 지니고 있으니, 일반적인 경우와는 사뭇 다를 것이다. 사람마다 그 배움의 방향이 다르고, 방향이 다르면 헤처 나가는 방법 또한 다른 법, 너의 그 큰 힘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면, 능히 천하를 주름잡는 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여, 네게 올바른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너를 알아야 할 것이다. 네가 가진 그 힘을 다시 보여줄 수 있겠느냐?"
홍두평의 말에 라마가 "예"하고 대답한 뒤, 천천히 내공을 마나로 치환하기 시작했다.
라마의 겉모습이 변화하자, 홍두평은 물론 유림과 송이개도 신기한 듯 살펴보았다.
"외모의 변화는 그렇다 치더라도, 외모가 변하는 순간부터 사용하는 힘은 이전의 힘과는 사뭇 다른 것 같구나. 하나 분명한 것은 육체적인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라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큰 힘을 쓸 수는 있으나, 제 몸은 오히려 더 약해집니다."
고개를 끄덕거리던 홍두평이 잠시 고민하더니 라마를 향해 말했다.
"허면, 이번에는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보거라."
그의 말에 라마는 다시 마나를 내공으로 치환했다.
"그 상태에서는 아까의 힘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냐?"
"예, 그렇습니다."
"재밌구나. 두 가지 힘을 지니고 있으나, 서로 공존하지 못한다?"
홍두평이 돌연 라마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내 한 가지를 보여주마, 선 자세에서 벗어나지 말고 나를 공격해 보거라. 나 또한 너를 공격할 것이니 받아보고."
"예."
마주 선 상태에서 발을 움직이지 않고, 라마가 먼저 홍두평의 정면으로 주먹을 내찔렀다.
홍두평은 왼손으로만 라마의 공격을 막아내고는 곧이어 라마 쪽을 공격했고, 라마는 그의 공격을 받아내었다.
서로 가벼운 공수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라마는 양손을 쓰는 반면 홍두평은 왼손만으로 라마를 상대하고 있었다.
별다른 감흥이 없이, 무림인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가벼운 공수에 유림이나 송이개나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자 그럼, 이제 두 사람이 공격 하마."
홍두평의 오른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움직임이 사뭇 기묘한 것이, 왼손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어느 정도 양손을 쓰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면 그럴 수도 있으려니 싶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흡사 두 명의 사람에게 공격받고 있는 것은 느낌이 들어 점점 공수를 주고받기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라마가 땀을 흘리며 바삐 손을 움직이니, 어느 순간 홍두평이 웃으며 공수를 멈추었다.
의아해하는 라마를 보며 말했다.
"어떠냐?"
라마가 숨이 찬 듯 헐떡이며 대답했다.
"마치 두 사람을 상대하는 것 같습니다."
홍두평이 빙그레 웃어 보였다.
"바로 보았다. 왼손과 오른손이 완전히 분리되어 공격한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유림이 못 믿겠다는 듯이 말했다.
"하오나 그 정도는 양손을 쓰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한 것 아닙니까?"
그러자 홍두평이 그를 보며 말했다.
"못 믿겠다면 한 가지를 더 보여주마. 거기 검을 가지고 오너라."
홍두평이 바닥에 놓인 라마의 검을 가리키며 말을 하니, 유림이 쭈뼛거리며 가서 검을 들고 홍두평에게 다가갔다.
"라마는 왼쪽에서 자네는 오른쪽에서 나를 공격해 보게. 자네는 무공이 없으니, 검을 들고 나를 공격해 보게."
"예?"
유림이 당황해 하자, 홍두평이 빙그레 웃어 보였다.
"걱정 말게, 내 자네를 다치게 하지는 않겠네."
"아... 예."
홍두평이 서고, 그 좌우로 라마와 검을 든 유림이 섰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홍두평에게 공격을 했고, 홍두평은 마치 좌우가 나뉜 듯, 두 사람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공격을 하면서도 이 신묘한 행동에 라마와 유림이 놀라고 있었고, 이를 지켜보던 송이개가 기쁜 얼굴로 말했다.
"쌍수호박(雙手互搏)이로군요."
송이개의 말에 홍두평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다. 우리 개방의 절기 중 하나인 쌍수호박이다. 쌍수호박은 좌우를 완전히 나누어 마치 다른 사람인 것 같이 행동할 수 있는 무공이다."
홍두평의 말을 듣는 순간, 라마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허면... 제게 이걸 가르쳐 주시려는 이유가..."
"그래, 너의 나뉘어진 두 힘을 공존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온전히 합쳐질 수는 없겠지만, 두 힘을 공존시키는 것만으로도 너는 네가 가진 약점을 보완하게 될 것이다."
라마는 기뻤다. 생각도 못했던 이런 방법이 있었을 줄이야
"얼른, 얼른 배우고 싶습니다."
라마의 성화에 홍두평이 껄껄 거리며 웃었다.
"갑자기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너무 성급해하지 말거라."
그런 홍두평을 보며 라마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하루아침에 배울 방법이 있습니다."
라마의 말에 홍두평이 의아해하니, 그런 그를 보며 라마가 말을 이었다.
"뭐... 자세히 설명하긴 그렇지만, 어쨌든 하루빨리 수련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래, 허허... 그러려면 먼저 너의 내력 운용을 내가 살펴봐야 할 것 같구나. 이리 와서 좌정해 보거라."
"예."
라마가 좌정을 하고 앉자 그 뒤에 앉은 홍두평이 라마의 등에 양손을 대었다.
"운기조식을 시작해 보거라."
라마는 홍두평의 말에 일전에 배운 적 있는 철근공의 방법대로 내력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홍두평은 라마의 기운용을 느끼고 있었다.
"과연, 내력 운용이 매우 효율적이구나."
감탄해하는 홍두평을 보며 유림이 송이개에게 말했다.
"저리 내력 운용을 하게 되면, 보통은 말을 못 한다고 들었소만."
송이개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거야 고만고만한 인간들 얘기고, 홍장로님은 개방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고수 중에 고수요. 고수들은 내력 운용을 하거나 타인의 운행을 도우면서도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소."
유림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이, 홍두평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와 같은 내공 심법은 어디서 배운 것인가?"
홍두평과 달리 라마는 내력 운용 중에 말을 할 수 없었기에, 송이개가 나서 대답했다.
"듣기로는 철무방의 내공심법이라고 들었습니다."
그의 말에 홍두평이 감탄해하며 말했다.
"놀랍구나. 내력 운용의 방법이 효율적이면서도 과감하기 이를 데 없구나."
이어 라마를 향해 경고하듯 이야기했다.
"자, 이제부터 나를 따르거라."
그와 동시에 홍두평의 기가 라마의 체내에 들어와 운행하기 시작했다.
라마는 홍두평의 기를 따라 자신의 기를 운용하기 시작했고, 놀라운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기의 운용이 차분하면서도 마치 거대한 강줄기가 흐르는 자연스러웠다.
"이것은 개방의 백결연화신공(百結蓮花神功)이다.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말거라. 차분하게, 네가 가진 기의 크기를 느끼거라."
거대한 강줄기는 라마의 전신을 돌며 회전하고 있었고, 그 열기로 라마의 몸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이 거대한 힘을 가지고도, 정작 임독양맥(任督兩脈)이 막혀있다니... 어디 한번!"
홍두평이 기의 흐름에 자신의 기를 보태자, 마치 거대한 해류처럼 라마의 기가 거침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마치 둑이 무너지듯 무언가 탁 뚫리는 느낌과 함께, 갑자기 온몸에 힘이 팽창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라마의 입은 저절로 벌어지고, 입에서 마치 하얀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올라, 라마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맴돌다가, 다시 코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저건 무슨 현상이요?"
놀란 유림이 송이개에게 물었으나, 송이개도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나도 처음 보오."
그때 홍두평이 라마를 향해 말했다.
"알겠느냐? 어디 한번, 이번에는 네가 직접 운용해 보거라."
홍두평의 말에 라마는 홍두평이 가르쳐준 대로 기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해일 같은 기가 온몸을 두루 돌며 회전하니, 온몸에 힘과 활기가 차고 넘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기가, 한번 돌 때마다 곱절로 늘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어느새 홍두평 역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홍두평은 라마의 기운용의 세세한 부분에서, 흐트러지거나 조금씩 벗어나는 것을 바로잡아주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라마의 힘을 감당하기 힘들어하고 있어, 이제는 그 조차도 말을 못 하고 있었다.
다만 그는 엄청난 라마의 내공 양에 새삼 놀라고 있었다.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홍두평은 이쯤 되면 세세한 기의 흐름을 바로잡는 것은, 마치 거대한 해류에서 물방울 튀는 것을 막는 수준이라 판단하고 자신의 기를 거두어들였다.
운기조식을 마치고, 홍두평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라마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 몸이 엄청 개운하고 가볍습니다."
홍두평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과연, 철무방의 내공 심법이 아주 탁월하더구나."
그의 말에 옆에 있던 유림이 너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허허, 다른 정파분들이 들으면 서운할 말씀을 하십니다."
그러자 홍두평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고리타분한 녀석들이라 그래. 멍청한 놈들. 지들이 가진 명예와 지위에 눈이 멀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고여서 썩어가는 게야."
그의 말에 라마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예? 그것은 무슨 말씀이십니까?"
"무슨 말이긴... 이른바 정파란 것들이 어떤 족속들이냐? 지들이 먼저 시작해서 자리를 잡았다고, 새롭게 만들어진 문파들을 인정하지 않는 족속들이다. 그들은 자기들 외에는 모두 사파라며 하찮게 여기는 늙고 병든 족속 들일뿐이야."
"하지만... 어르신이 계신 개방도 정파 아닙니까?"
"그래, 그러나 이것만은 잊지 말거라. 진정한 무인이라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정체되고 썩게 되어 있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거라. 내 보기에 철무방의 철근공은 효율적이면서도 과감하여 내력을 키우기 아주 좋은 내공 심법이었다. 결코 정파들이 말하는 자신들의 내공 심법에 뒤처지지 않았어. 오히려 그 결이 다르니, 내가 가르쳐준 백결연화신공과 더불어 사용한다면 큰 증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홍두평의 말에 라마는 기쁜 얼굴로 대답했다.
"예, 스승님."
스승이란 말에 홍두평도 찡그렸던 얼굴을 풀며 온화하게 웃어 보였다.
"그래, 제자놈아. 하하."
일행은 홍두평의 말에 다 같이 웃음 지었다.
아직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