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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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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검휘필
· 최초 등록: 2025.10.26 · 최근 연재: 2025-10-26
읽기 시간 예측: 약 13.75분

24화 - #2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알지 못하는 그녀는 꽤나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라마를 발견했다.

"뭐야? 니가 날 불렀어?"

그녀가 아미를 찌푸리며 건네는 말에, 라마는 대답 없이 웃고만 있었다.

"너... 뭔가 달라졌다?"

그녀는 라마 앞으로 다가오더니, 모습이 변한 라마를 위아래로 살펴보았다.

"외모도 외모지만.... 너... 뭔가 이상한데?"

그녀, 네메시스의 물음에 라마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가 달라졌죠?"

"뭐랄까.... 이전에는 틈의 세계에 끼어버린 멍청이 같았는데.... 이제는 그냥 그 틈, 자체가 되어 버린 느낌이야."

"그런가요?"

마치 알고 있다는 듯, 여유롭게 웃는 라마를 보며 네메시스가 뒤로 한걸음 물렀다.

"더 이상 인간이라고 할 수 없겠군. 도대체 정체가 뭐야?"

"신이 그걸 묻는다면, 전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신이라고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냐."

"신도 모르는 걸, 제가 알리는 더더욱 없겠군요."

"여유로워졌네? 신을 앞에 두고도."

네메시스의 말에 라마는 약간 의외라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가요?"

"그런 것보다.... 나를 어떻게 불러낸 거지? 난 너의 부름에 응한 기억이 없는데?"

"아, 그래요? 제가 불러서 오신 거 아니었어요?"

"...."

네메시스는 싸늘한 시선으로 라마를 응시했다.

"인간 따위가... 신을 마음대로 불러낼 순 없어."

라마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신이라도 마법 계약은 무시할 수 없죠."

"거기엔 나를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불러내도 된다는 내용은 없어."

"하지만, 당신 의지와 상관없이 당신의 힘을 자유롭게 끌어다 쓸 수 있다는 내용은 있죠."

"내 힘을 자유롭게 쓰라고 되어있지, 그것이 내 의지와 상관없다고는 안되어 있어."

"아, 그랬던가요? 제가 잘못 기억한 모양이군요."

"말 돌리지 마. 도대체 날 어떻게 불러낸 거야?"

그녀의 물음에 라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로 그냥 불렀을 뿐인데요. 뭐... 이렇게..."

라마가 다른 곳을 바라보자, 이내 그곳에 불카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누군가에게 막 입을 맞추려다가 자신의 입술이 허공을 맴돌자, 잠시 당황하여 주위를 살폈다.

"뭐, 뭐야?"

그는 이내 두리번거리다가 네메시스와 라마를 발견했다.

"뭐야? 네메시스? 이딴 식으로 날 불러낼 거야?"

네메시스가 불카누스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그런 게 아냐!"

그러자, 불카누스가 라마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라마와 네메시스 외엔 아무도 보이지 않자,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밖에 없잖아?"

그러자 라마가 풉하고 웃으며 말했다.

"제가 불렀어요."

그의 말에 불카누스가 라마를 바라보았다.

"넌 뭐야?"

옆에 있던 네메시스가 꽤나 귀찮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야? 얼마 전에 우리 모두 하고 계약한 라마잖아."

그러자 불카누스의 표정이 의아해졌다.

"뭐? 라마? 근데... 모습이 왜 이래? 그리고...."

불카누스 역시 라마의 존재를 느끼고 있는 듯,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인간도 아니고... 신도 아니고... 넌 뭐야?"

"아, 불카누스님도 그렇게 말씀하시는군요."

태연한 라마의 태도에, 네메시스가 라마를 보며 말했다.

"신을 마음대로 불러낼 순 없어. 도대체 넌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인간으로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실타래에서 벗어난 거지?"

불카누스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라마에게 다가서서 찬찬히 살펴보더니 말했다.

"이건 마치.... 스스로 신이 돼버린 것 같은 느낌인데?"

"그런가요? 저도 사실 제가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어요. 듣자 하니, 이 세계에서는 이걸 환골탈태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네메시스는 라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가 어딘지 알 것 같아?"

네메시스의 물음에 불카누스가 다시 주위를 살피며 사뭇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여긴...."

"틈의 세계야...."

불카누스와 네메시스는 사뭇 진지하고 꽤 긴장된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차원의 균열, 세상의 틈, 신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

둘은 동시에 라마를 바라보았다.

"넌 완전히 이 틈의 세계와 동화되어 버린 것 같군."

불카누스의 말에 라마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저도 그런 것 같긴 해요."

"그런 것 같긴 하다고? 참나... 이 녀석 어이없을 정도군."

"아무래도 우리들이 맺은 계약이 영향을 준 모양이야. 백여 명에 달하는 신과 계약해서, 그 신들의 힘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된 게, 이유일 수 있어."

"그게 어떻게 이유가 된다는 거지?"

"나도 몰라. 다만.... 이 틈의 세계는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의식체와도 같아. 틈의 세계가.... 저 녀석을 자기 세계의 신으로 인정해 버린 것 같달까?"

둘은 다시 라마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이 세계에서는... 저 녀석이 유일한 신일지도."

"틈의 세계는 그저 차원과 차원의 사이에 존재하는 이질적 균열의 공간일 뿐, 온전한 세계라고 할 수 없어."

그러자 네메시스가 코웃음을 치며 불카누스에게 말했다.

"온전한 세계가 아니라면, 이 세계에 없는 것이 뭐겠어?"

불카누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네메시스를 바라보자, 네메시스가 말을 이었다.

"규율이야. 세상의 규칙. 불은 타오르고, 생명은 죽음을 맞이하지. 하지만 여긴 그런 게 없어. 규율과 규칙이 없는 세상, 그 세상의 신이라면, 그 신이 가진 힘이 무얼까?"

둘은 이내 굳어진 표정으로 다시 라마를 바라보았고, 라마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저 녀석... 엄청 무서운 녀석일지도 모르겠는데?"

네메시스의 말에 불카누스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말했다.

"일단... 난 내 세계로 돌아가도 될까? 내가 좀 바빴거든."

네메시스 표정이 한심하다는 듯이 풀어지더니, 말했다.

"꺼져."

"고마워."

이어 불카누스가 사라져 버리자, 네메시스가 라마를 보며 물었다.

"난 왜 부른 거야?"

라마가 어깨를 으슥해 보였다.

"그냥요. 이렇게 변한 제 자신에 대해 저보다 더 잘 알지 않을까 싶어서요."

"마법사의 규정대로 불러줘. 이런 식으로 불려지는 건 꽤 불쾌하거든."

"아... 그런가요? 사과할게요."

"필요 없어. 어차피 넌 이제 인간도 아니고..."

"그럼... 전 뭐죠?"

"말했잖아. 틈의 세계의 왕이자, 차원의 균열에 존재하는 신이지."

"제가 뭘 해야 할까요?"

네메시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네메시스님은 처음 신이 됐을 때, 어떠셨나요?"

"몰라, 그런 것 따위 이제 기억나지 않아. 정 뭘 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그냥 인간으로서의 삶을 먼저 살아. 원래 살던 삶을 완성시켜. 그럼 그 후에 네가 뭘 해야 할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지도. 인간이었다가 신이 된 이들이 종종 그러했으니."

라마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 존재가 저 말고도 있다고요? 그게 누구죠?"

"시끄럽네. 니가 알아서 공부하던가. 지금 그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으니까."

네메시스는 그 말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혼자 남은 라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내 스르륵 사라져 버렸다.



***



자리에서 일어난 라마는 움막에서 나와 주위를 천천히 살폈다.

아직 새벽의 찬바람이 가시지 않았고, 동이 틀려면 한 시진 정도는 더 있어야 했다.

하지만 어두컴컴한 와중에도 모든 만물들이 그의 눈에 또렷하게 보였다.

어둠이 더 이상 그를 방해할 수 없었고, 흡사 그의 눈이 닿는 곳마다 어둠이 스스로 물러가는 것만 같았다.

"인간으로서의 삶을 완성하라고..."

라마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난 뭘 하려고 했었지?"

그러다가 이내 생각이 떠올랐다.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 떠오른 것이다.

"황궁. 날 틈의 세계로 떨어뜨린 장본인."

그런데 그들을 떠올려도 분노하거나 화가 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지금의 자신이 있기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문득 한 가지 생각에 라마는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나를 불러냈을까?"

생각해 보면 그녀는 강한 힘을 가진 존재를 필요로 했었다.

어째서 그랬을까?

궁금해졌다.

라마는 시선을 돌려 어딘가를 바라보더니, 순간 그의 몸이 번쩍하고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멀리, 삼엄한 경계가 이루어지고 있는 황궁 안에, 무녀복을 입은 한 여인이 총총히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문득 한줄기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소매를 들어 바람을 막다가, 자신의 눈 앞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보고 놀라 해 했다.

"으아~"

그녀는 저도 모르게 반쯤 비명 비슷한 것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머나?"

그녀를 따라오던 시녀 두 명도 놀라 주춤거렸으니, 그녀들 앞에 나타난 이는 바로 라마였다.

"너구나."

라마는 태연한 표정으로 엉덩방아를 찧은 무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누.... 누구신지...?"

그녀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라마를 바라보고 있었고, 라마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말을 이었다.

"왜 나를 불렀지? 이 세계로 날 데려온 게 너잖아."

그녀는 라마의 말에 아미를 찌푸리며 의아해하다가, 이내 뭔가 생각난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아아.... 당신은.... 그, 그런데..."

이내 기묘한 라마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라마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아... 미안. 내가 모습이 많이 바뀌었거든. 그래도 그때 그 사람 맞아. 니가 그랬잖아. 제일 약해서 끌어당길 수 있었다고. 왜 날 끌어당긴 거야?"

무녀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라마를 바라보고 있었고, 때마침 지나가던 경계병 두 명이 이 모습을 보고 달려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너는 웬 놈이냐?"

그들이 험악하게 물으니, 라마가 그런 그들을 보며 말했다.

"아... 지금 여기 이 무녀랑 할 얘기가 좀 있거든. 비켜줄래?"

"뭐? 이놈이 지금 정신이 나갔나?"

한 명이 험악한 표정으로 라마에게 다가왔으나, 라마가 마치 파리를 쫓는 듯, 손으로 휙 바람질을 하니, 그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뭐.... 뭐야?"

남은 한 명이 당황하여 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는 사라진 자기 동료를 두리번거리며 찾아보다가, 그가 보이지 않자 칼을 빼들었다.

"네... 네놈은 웬 놈이냐? 사술을 쓰는 것이냐?"

라마가 검지를 입술 앞으로 가져다 대며 "쉬잇~"하자 그가 얼른 동료들을 부르려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의아해하며 열심히 소리를 질러 보려 애썼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황망해하는 무녀를 보며 라마가 물었다.

"어디 조용한 데 가서 이야기할까?"

"예?"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이 바뀌는 것만 같았다.

무녀는 주위 세상이 온통 푸른빛의 기묘한 세상으로 바뀌자 사색이 된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

"여.... 여기가 어디죠?"

"뭐... 굳이 설명하자면... 틈의 세계랄까? 네가 날 떨어뜨린 곳이지."

무녀는 창백해진 얼굴로 얼른 무릎을 꿇고 앉았다.

"죄, 죄송합니다. 살려주십시오."

"아냐, 아냐, 널 해칠 생각은 추호도 없어."

라마는 그녀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굽히고 앉아서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왜 날 부른 거야?"

"그... 그것은...."

무녀가 말을 못 하고 쭈뼛거리자, 라마가 살짝 인상을 썼다.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내가 화를 낼지도 몰라."

무녀의 표정은 다시금 두려움으로 가득 차올랐다.

"고, 공주마마께서 시키신 일입니다. 제가 종종 이 세계를 엿보곤 하였는데... 그걸 보시고는 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자를 데려와 우리를 돕게 하자 하셨습니다."

"뭘 도와? 어떤 도움이 필요한데?"

"그... 그게... 지금 황궁 안은 마교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마교?"

"예.... 그들은 겉으로는 평범한 사람인 척 하지만, 소리 없이 황궁을 장악해 가고 있습니다. 하여 무림맹의 도움을 받으려 했으나, 무림맹조차 그들이 암약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이 세계의 사람, 이곳 사람들과 아무런 연이 없는 사람을 데려오고자 했었습니다. 마교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송구합니다. 본의가 아니었으니,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무녀가 굽신거리자, 라마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랬구나. 좋아. 도와주지."

"예?"

"도와준다고. 니네 목적대로."

"하... 하지만..."

"하지만 뭐?"

"아, 아닙니다."

"그래, 넌 이름이 뭐니?"

"저... 저는.... 설화라고 하옵니다."

"설화? 그래, 그 공주를 좀 만나야겠는데."

"공주마마요?"

당황해하는 설화를 보며 라마가 다시 물었다.

"왜? 내가 알아서 할까?"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제가 먼저 아뢰고, 시간과 장소를 정하여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래 그럼. 가만있어보자. 네가 나한테 연락할 방도가 있어야 하니...."

라마가 왼손을 들자, 그의 왼손에 푸른 기운이 스르륵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그의 왼손바닥 위에 작은 동전 하나가 생겨났다.

"자, 이거 가지고 있어."

"이... 이게 무엇입니까?"

"이걸 쥐고 하는 말은 모두 내 귀에 들려올 거야. 공주를 부른 뒤에, 이걸 손에 쥐고 말하면 내게 들려. 이해했지?"

"예...."

"그래 그럼. 공주는 언제 일어나?"

"아, 아침에 해가 뜨면...."

"해 뜨면? 알았어."

이어 세상이 마치 눈 깜빡한 듯 도로 바뀌었다.

그녀가 원래 있던 황궁 장소 그대로인데, 다만 새벽시간이 아닌 해가 뜬 아침 시간이었다.

설화는 황망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허물어지듯 앉은 체로 휘청거렸다.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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