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 #10
기뻐하는 나래를 보며 백하도령이 물었다.
"이제 이 아이들과 함께 돌아갈 것이냐?"
기뻐하던 나래는 백하도령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아이들만 먼저 보내도 될까요?"
"그래, 먼저 보내도 괜찮다. 네가 보내주겠느냐? 아니면 내가 보내줄까?"
나래는 백하도령을 보며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괜찮으시다면, 도령님께서 보내주세요. 저는 이곳에 남아 할일이 있을 것 같아요."
"괜찮겠느냐?"
백하도령이 걱정스럽게 묻는 말에, 나래는 씩씩하게 웃어 보였다.
"괜찮아요. 저도 신(神)인걸요."
나래가 팔을 들어 있지도 않은 알통을 자랑하듯 하자, 백하도령은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 알았다."
백하도령이 오른손을 펼치며 말했다.
"모두 도깨비불로 변하여 내 손안에 모여들거라."
백하도령의 말에 도깨비들이 모두 불꽃이 되어 백하도령의 손위에 모여들었지만, 한울은 그대로 남았다.
"난 나래를 따라갈래. 나도 같이 가게 해줘."
한울의 말에 나래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한울이 나래 곁으로 다가섰다.
백하도령은 손에 모여든 불꽃들을 살포시 움켜쥐며 말했다.
"근처에서 주술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구나."
백하도령의 말에 한울이 그를 보며 말했다.
"사냥꾼들이에요. 날이 저물어 왕궁으로 돌아오고 있나 봐요."
백하도령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문제 되지 않게 해 주마. 걱정 말고 가보거라."
한울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나래가 알겠다는 듯이 한울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예, 도령님. 그럼 그들까지만 부탁드려요."
"그래. 너는 언제든 돌아올 수 있으니, 위험하면 언제든 틈의 세계로 돌아오너라."
"예."
백하도령은 자신감 충만한 나래의 표정을 보며 활짝 웃고는 어딘가로 바람처럼 날아가 버렸다.
"뭐... 하는 사람이야?"
한울이 날아가는 백하도령을 보며 신기한 듯 물었다.
"사람 아냐, 신이야."
나래는 왕궁 쪽으로 걸어가며 답해주었다.
백하도령의 모습이 사라지자, 길 안내를 하던 개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무서워 죽는 줄 알았네."
그들 중 하나가 나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거... 댁도 신이슈?"
나래는 그런 개를 보며 나름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도깨비방망이를 들었다.
"감히 신을 능멸하느냐!"
나래는 장난스럽게 백하도령의 어투를 흉내 내며 그 개를 도깨비방망이로 툭 쳤다.
"강아지가 돼라, 뚝딱!"
그러자 사람의 모습이 반쯤 섞여있는, 사람 어른만 한 개가 '펑!'소리를 내며 자그마한 강아지가 돼버렸다.
강아지는 낑낑 거리며 꼬리를 연신 흔들어 댔고, 이 모습을 본 다른 개들은 다시 표정이 하얗게 질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얼른 가시지요."
"저희가 앞장서겠습니다."
남은 둘은 살아남기 위해 서둘러 안내를 했고, 나래가 의기양양하게 그 뒤를 따라 걸었다. 조그마한 강아지도 멍멍 짖어대며 뒤쫓아 왔다.
궁궐 뒷문으로 들어선 나래와 일행이 건물 외벽을 따라 좁다란 골목길을 지나니 투박한 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체적인 건물들의 형태가 일관성이 없어 보였다. 어떤 것은 한국적이었다가 어느 것은 이국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중 하나에 다다르자, 흡사 조선시대 대장간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고, 큼지막한 나무 탁자에 한 할아버지가 걸터앉아 있었다.
"저치가 느루할배입니다."
안내하던 개가 꼬리를 잔뜩 말은 체, 겁에 질려 가리켰다.
나래는 앞으로 나서, 왼손으로 가슴에 품고 있던 깃털들을 내어주며 말했다.
"이것들을 할아버지한테 드린다고 들었어요."
나래의 말에 그 할아버지는 태연히 깃털들을 받아 들며 안타까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불쌍한 것들..."
나이가 지긋한 듯, 말하는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안내한 개가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느루할배, 이분은 신이셔."
그는 할아버지에게 주의를 주듯이 이야기하였고, 이를 들은 나래가 그들을 돌아보자, 겁먹은 표정으로 나래 눈치를 살폈다.
나래는 뒤쫓아와서 눈치 보고 있는 강아지에게 다가가 도깨비방망이로 툭 치며 말했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라, 뚝딱!"
그러자 '펑!'하는 소리와 함께 강아지가 되었던 개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휴~ 감사합니다."
그는 얼른 꾸벅 인사를 하고는 안내한 다른 개들 뒤로 숨듯이 물러났다.
"이제 가도 좋다."
나래의 말에 그들은 허리를 숙여 인사하더니, 말바꿀새라 부랴부랴 달려가 버렸다.
그들이 사라진 뒤 나래는 할아버지 앞으로 다가서며,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끼곤 물었다.
"할아버지는... 동물이 아니네요?"
그랬다. 느루할배는 온전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래의 물음에 느루할배는 너털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손안의 깃털들을 나무 탁자에 올려놓으며 대답했다.
"그렇지요."
짧은 대답을 들은 나래는 말없이 느루할배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느루할배는 깃털 중 하나를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포개어 잡고는, 두 눈을 감았다.
느루할배의 손에서 은은한 금빛이 뿜어져 나오는가 싶더니, 그 빛은 순식간에 커졌다.
빛이 사라지고, 느루할배의 눈앞에는 진돗개가 반쯤 사람의 모습으로 섞인 체 서 있었다.
눈을 뜬 개가 느루할배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현우는요?"
대뜸 현우란 사람을 찾는 개를 보면서, 느루할배는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현우가 네 가족이냐?"
개는 금세 풀이 죽은 표정이 되었다.
"그랬었죠."
"너를 뭐라고 불러주던?"
잠시 말이 없던 개는 느지막이 대답했다.
"징징이요."
"징징이한테 현우는 어떤 가족이었느냐?"
징징은 자신의 주인이었던 현우를 떠올리는 듯, 얼굴에 미소가 슬며시 피어올랐다.
"항상 저를 보고 양팔을 벌려 안아주곤 했어요. 학교 갔다 돌아오는 길이면, 문 앞으로 다가올 때부터 제가 냄새로 알아채곤 했죠."
"이곳은 너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이 머무는 곳이다. 현우를 그리며, 지내보거라."
느루할배의 말에 징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에 궁금한 나래가 나서 물었다.
"어째서 오게 됐는지는 묻지 않으시나요?"
느루할배는 나래를 보며 대답했다.
"어찌 오게 됐는지보다, 이곳에서 어떻게 머물지가 중요하지 않겠어요?"
느루할배의 대답에 나래는 큰 눈을 껌뻑거렸고, 징징은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며 말했다.
"현우는 죽었어요."
그 말에 나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주인이 먼저 죽었다면..."
나래가 무어라 말하려는데, 징징의 말이 이어졌다.
"저를 보면... 현우가 생각난다고... 현우 부모님이 저를 다른 집에 보냈고, 그 집에서는 저를 다른 업자에게 팔아넘겼죠."
징징의 말을 들은 나래는 슬픈 표정이 되었다.
"그건... 그것도... 버림받은 게 되는 건가요?"
나래의 물음에 느루할배는 나래를 쳐다보았다.
"이곳이 어떤 곳인 줄 알고 계신지요?"
나래는 살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네? 사람한테... 버림받은 생명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느루할배는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렇죠. 사람한테 버림받은 생명들...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누군가에게 상처 받은 영혼이지만, 여전히 그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생명, 그런 생명들이 모여드는 곳이죠."
"누군가에게 상처 받았지만, 여전히 그리워 한다구요?"
"그렇죠. 이들은 그런 이들이죠. 그 표현이 때때로 원망으로, 그리움으로, 슬픔으로 표현될 뿐이죠."
나래는 뭔가 알 것 같으면서도 미묘한 의아함이 남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느루할배에게 물었다.
"여왕은 어떤 사람이죠?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된 건가요?"
느루할배는 천천히 다른 깃털 하나를 집어 들어 양손으로 포개며 대답했다.
"학대받고 미움받던 생명이, 그럼에도 그 주인을 애도하고 죽음 이후에도 함께하기를 염원하면... 그 생명이 주인의 영혼과 함께 이곳으로 옵니다."
나래는 놀라며 되물었다.
"학대받고 미움받았다구요? 누가요? 그 생명이 누구죠?"
그때였다. 뒤쪽에서 돌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뭣하러 물어봐?"
나래가 소리 난 곳을 돌아보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아... 누비할아버지..."
누비가 나타나자, 솔이와 한울은 얼른 나래 뒤쪽으로 숨듯이 옮겨 섰다.
눈살을 찌푸린 누비는 천천히 느루할배 앞쪽으로 걸어왔다.
"다 이유가 있어 온 거 아니겠나? 친구들을 구했으면 돌아갈 것이지, 왜 아직 남아있는 겐가?"
언성이 올라간 누비의 물음에 한울이 나서 대답했다.
"어차피 도깨비들은 또 모여들 겁니다."
한울의 대답에 모두의 시선이 한울에게로 향했다.
"우리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다른 세계를 넘나들 땐,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누비는 한울을 보며 물었다.
"그 이유가 뭔가?"
"친분을 금지시켰지요. 모두가 버림받은 영혼이라고. 그들 모두 겉으로는 이제 더 이상 아무하고도 정을 나누고 싶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지만, 모두가 주인과 행복했던 순간을 그리워하고 있죠."
한울의 대답에 나래는 장미 아주머니가 떠올랐다.
그 사이 한울의 대답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그리움이 도깨비들을 불러들이는 겁니다. 도깨비들은 누구하고 든 쉬이 친분을 쌓고, 누구에게든 쉽게 정을 주지요. 내색하지 않지만, 정을 원하는 마음이 우리를 불러들이는 겁니다."
한울의 대답에 누비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발밑으로 시선을 향한 체 말없이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누비를 보며 한울이 넌지시 물었다.
"당신이지요?"
한울의 물음에 누비가 다시 한울을 바라보자, 한울이 차분한 어조로 이어 말했다.
"여왕의 가족."
한울의 말에 나래가 놀란 표정으로 누비를 바라보았고, 누비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체 한울을 응시했다.
"진짜예요?"
나래가 물음에, 누비는 느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원했다. 여왕과 함께 이곳에 오기를."
나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학대 당했나요?"
누비의 시선이 나래에게로 향했다.
말을 할 듯 말 듯 망설이던 누비의 입이, 한참을 망설이다가 꺼내놓았다.
"그래."
나래는 아미를 찌푸렸다.
"나는... 이해한다."
누비의 대답에 나래는 더욱 알 수 없는 표정이 되어버렸다.
"이제 이 아이들과 함께 돌아갈 것이냐?"
기뻐하던 나래는 백하도령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아이들만 먼저 보내도 될까요?"
"그래, 먼저 보내도 괜찮다. 네가 보내주겠느냐? 아니면 내가 보내줄까?"
나래는 백하도령을 보며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괜찮으시다면, 도령님께서 보내주세요. 저는 이곳에 남아 할일이 있을 것 같아요."
"괜찮겠느냐?"
백하도령이 걱정스럽게 묻는 말에, 나래는 씩씩하게 웃어 보였다.
"괜찮아요. 저도 신(神)인걸요."
나래가 팔을 들어 있지도 않은 알통을 자랑하듯 하자, 백하도령은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 알았다."
백하도령이 오른손을 펼치며 말했다.
"모두 도깨비불로 변하여 내 손안에 모여들거라."
백하도령의 말에 도깨비들이 모두 불꽃이 되어 백하도령의 손위에 모여들었지만, 한울은 그대로 남았다.
"난 나래를 따라갈래. 나도 같이 가게 해줘."
한울의 말에 나래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한울이 나래 곁으로 다가섰다.
백하도령은 손에 모여든 불꽃들을 살포시 움켜쥐며 말했다.
"근처에서 주술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구나."
백하도령의 말에 한울이 그를 보며 말했다.
"사냥꾼들이에요. 날이 저물어 왕궁으로 돌아오고 있나 봐요."
백하도령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문제 되지 않게 해 주마. 걱정 말고 가보거라."
한울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나래가 알겠다는 듯이 한울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예, 도령님. 그럼 그들까지만 부탁드려요."
"그래. 너는 언제든 돌아올 수 있으니, 위험하면 언제든 틈의 세계로 돌아오너라."
"예."
백하도령은 자신감 충만한 나래의 표정을 보며 활짝 웃고는 어딘가로 바람처럼 날아가 버렸다.
"뭐... 하는 사람이야?"
한울이 날아가는 백하도령을 보며 신기한 듯 물었다.
"사람 아냐, 신이야."
나래는 왕궁 쪽으로 걸어가며 답해주었다.
백하도령의 모습이 사라지자, 길 안내를 하던 개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무서워 죽는 줄 알았네."
그들 중 하나가 나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거... 댁도 신이슈?"
나래는 그런 개를 보며 나름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도깨비방망이를 들었다.
"감히 신을 능멸하느냐!"
나래는 장난스럽게 백하도령의 어투를 흉내 내며 그 개를 도깨비방망이로 툭 쳤다.
"강아지가 돼라, 뚝딱!"
그러자 사람의 모습이 반쯤 섞여있는, 사람 어른만 한 개가 '펑!'소리를 내며 자그마한 강아지가 돼버렸다.
강아지는 낑낑 거리며 꼬리를 연신 흔들어 댔고, 이 모습을 본 다른 개들은 다시 표정이 하얗게 질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얼른 가시지요."
"저희가 앞장서겠습니다."
남은 둘은 살아남기 위해 서둘러 안내를 했고, 나래가 의기양양하게 그 뒤를 따라 걸었다. 조그마한 강아지도 멍멍 짖어대며 뒤쫓아 왔다.
궁궐 뒷문으로 들어선 나래와 일행이 건물 외벽을 따라 좁다란 골목길을 지나니 투박한 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체적인 건물들의 형태가 일관성이 없어 보였다. 어떤 것은 한국적이었다가 어느 것은 이국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중 하나에 다다르자, 흡사 조선시대 대장간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고, 큼지막한 나무 탁자에 한 할아버지가 걸터앉아 있었다.
"저치가 느루할배입니다."
안내하던 개가 꼬리를 잔뜩 말은 체, 겁에 질려 가리켰다.
나래는 앞으로 나서, 왼손으로 가슴에 품고 있던 깃털들을 내어주며 말했다.
"이것들을 할아버지한테 드린다고 들었어요."
나래의 말에 그 할아버지는 태연히 깃털들을 받아 들며 안타까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불쌍한 것들..."
나이가 지긋한 듯, 말하는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안내한 개가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느루할배, 이분은 신이셔."
그는 할아버지에게 주의를 주듯이 이야기하였고, 이를 들은 나래가 그들을 돌아보자, 겁먹은 표정으로 나래 눈치를 살폈다.
나래는 뒤쫓아와서 눈치 보고 있는 강아지에게 다가가 도깨비방망이로 툭 치며 말했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라, 뚝딱!"
그러자 '펑!'하는 소리와 함께 강아지가 되었던 개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휴~ 감사합니다."
그는 얼른 꾸벅 인사를 하고는 안내한 다른 개들 뒤로 숨듯이 물러났다.
"이제 가도 좋다."
나래의 말에 그들은 허리를 숙여 인사하더니, 말바꿀새라 부랴부랴 달려가 버렸다.
그들이 사라진 뒤 나래는 할아버지 앞으로 다가서며,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끼곤 물었다.
"할아버지는... 동물이 아니네요?"
그랬다. 느루할배는 온전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래의 물음에 느루할배는 너털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손안의 깃털들을 나무 탁자에 올려놓으며 대답했다.
"그렇지요."
짧은 대답을 들은 나래는 말없이 느루할배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느루할배는 깃털 중 하나를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포개어 잡고는, 두 눈을 감았다.
느루할배의 손에서 은은한 금빛이 뿜어져 나오는가 싶더니, 그 빛은 순식간에 커졌다.
빛이 사라지고, 느루할배의 눈앞에는 진돗개가 반쯤 사람의 모습으로 섞인 체 서 있었다.
눈을 뜬 개가 느루할배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현우는요?"
대뜸 현우란 사람을 찾는 개를 보면서, 느루할배는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현우가 네 가족이냐?"
개는 금세 풀이 죽은 표정이 되었다.
"그랬었죠."
"너를 뭐라고 불러주던?"
잠시 말이 없던 개는 느지막이 대답했다.
"징징이요."
"징징이한테 현우는 어떤 가족이었느냐?"
징징은 자신의 주인이었던 현우를 떠올리는 듯, 얼굴에 미소가 슬며시 피어올랐다.
"항상 저를 보고 양팔을 벌려 안아주곤 했어요. 학교 갔다 돌아오는 길이면, 문 앞으로 다가올 때부터 제가 냄새로 알아채곤 했죠."
"이곳은 너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이 머무는 곳이다. 현우를 그리며, 지내보거라."
느루할배의 말에 징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에 궁금한 나래가 나서 물었다.
"어째서 오게 됐는지는 묻지 않으시나요?"
느루할배는 나래를 보며 대답했다.
"어찌 오게 됐는지보다, 이곳에서 어떻게 머물지가 중요하지 않겠어요?"
느루할배의 대답에 나래는 큰 눈을 껌뻑거렸고, 징징은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며 말했다.
"현우는 죽었어요."
그 말에 나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주인이 먼저 죽었다면..."
나래가 무어라 말하려는데, 징징의 말이 이어졌다.
"저를 보면... 현우가 생각난다고... 현우 부모님이 저를 다른 집에 보냈고, 그 집에서는 저를 다른 업자에게 팔아넘겼죠."
징징의 말을 들은 나래는 슬픈 표정이 되었다.
"그건... 그것도... 버림받은 게 되는 건가요?"
나래의 물음에 느루할배는 나래를 쳐다보았다.
"이곳이 어떤 곳인 줄 알고 계신지요?"
나래는 살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네? 사람한테... 버림받은 생명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느루할배는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렇죠. 사람한테 버림받은 생명들...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누군가에게 상처 받은 영혼이지만, 여전히 그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생명, 그런 생명들이 모여드는 곳이죠."
"누군가에게 상처 받았지만, 여전히 그리워 한다구요?"
"그렇죠. 이들은 그런 이들이죠. 그 표현이 때때로 원망으로, 그리움으로, 슬픔으로 표현될 뿐이죠."
나래는 뭔가 알 것 같으면서도 미묘한 의아함이 남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느루할배에게 물었다.
"여왕은 어떤 사람이죠?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된 건가요?"
느루할배는 천천히 다른 깃털 하나를 집어 들어 양손으로 포개며 대답했다.
"학대받고 미움받던 생명이, 그럼에도 그 주인을 애도하고 죽음 이후에도 함께하기를 염원하면... 그 생명이 주인의 영혼과 함께 이곳으로 옵니다."
나래는 놀라며 되물었다.
"학대받고 미움받았다구요? 누가요? 그 생명이 누구죠?"
그때였다. 뒤쪽에서 돌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뭣하러 물어봐?"
나래가 소리 난 곳을 돌아보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아... 누비할아버지..."
누비가 나타나자, 솔이와 한울은 얼른 나래 뒤쪽으로 숨듯이 옮겨 섰다.
눈살을 찌푸린 누비는 천천히 느루할배 앞쪽으로 걸어왔다.
"다 이유가 있어 온 거 아니겠나? 친구들을 구했으면 돌아갈 것이지, 왜 아직 남아있는 겐가?"
언성이 올라간 누비의 물음에 한울이 나서 대답했다.
"어차피 도깨비들은 또 모여들 겁니다."
한울의 대답에 모두의 시선이 한울에게로 향했다.
"우리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다른 세계를 넘나들 땐,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누비는 한울을 보며 물었다.
"그 이유가 뭔가?"
"친분을 금지시켰지요. 모두가 버림받은 영혼이라고. 그들 모두 겉으로는 이제 더 이상 아무하고도 정을 나누고 싶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지만, 모두가 주인과 행복했던 순간을 그리워하고 있죠."
한울의 대답에 나래는 장미 아주머니가 떠올랐다.
그 사이 한울의 대답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그리움이 도깨비들을 불러들이는 겁니다. 도깨비들은 누구하고 든 쉬이 친분을 쌓고, 누구에게든 쉽게 정을 주지요. 내색하지 않지만, 정을 원하는 마음이 우리를 불러들이는 겁니다."
한울의 대답에 누비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발밑으로 시선을 향한 체 말없이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누비를 보며 한울이 넌지시 물었다.
"당신이지요?"
한울의 물음에 누비가 다시 한울을 바라보자, 한울이 차분한 어조로 이어 말했다.
"여왕의 가족."
한울의 말에 나래가 놀란 표정으로 누비를 바라보았고, 누비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체 한울을 응시했다.
"진짜예요?"
나래가 물음에, 누비는 느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원했다. 여왕과 함께 이곳에 오기를."
나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학대 당했나요?"
누비의 시선이 나래에게로 향했다.
말을 할 듯 말 듯 망설이던 누비의 입이, 한참을 망설이다가 꺼내놓았다.
"그래."
나래는 아미를 찌푸렸다.
"나는... 이해한다."
누비의 대답에 나래는 더욱 알 수 없는 표정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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