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 #1
회의가 끝나고 중신들이 물러가고, 마찬가지로 자리를 정리하던 승상이 어찌 된 영문인지 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태연히 앉아서 찻잔을 들어마시고 있었다.
무슨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다시 찻잔을 들어마시기를 반복하다, 어느새 찻잔에 차가 모두 비워지고 나자, 그제야 홀연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떠한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 만 한가?"
태연히 허공에 대고 묻는 말에, 잠시 침묵이 이어지다가, 이내 라마가 스르륵 모습을 드러냈다.
"신기하네. 내가 있다는 걸 어찌 아셨소?"
라마가 묻는 말에 그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질문은 내가 한 것 같은데?"
"딱히... 뭐 건진 게 없더이다."
"무엇이 알고 싶으신 겐가?"
"마교인지 아닌지."
"마교?"
승상이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자, 라마가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에도 승상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놀라지는 않는군요?"
"놀라야 했던 것인가?"
"아니 뭐...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마교의 존재를 알고 있었단 얘기인가 싶어서요."
"물론 알고 있었네. 승상이란 지위는 거저 얻는 것이 아닐세.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을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그렇군요. 그래서... 당신은 마교입니까, 아닙니까?"
단도직입적인 라마의 물음에 그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내가 아니라고 하면 믿을 것인가?"
"글세요."
"정답을 정해놓고 묻는 질문이라면, 물어볼 필요조차 없는 것 아닌가?"
"그래도 직접적인 대답을 듣고 싶군요."
"아닐세."
"아, 다행이군요."
"믿는 겐가?"
"일단은요."
그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재밌는 친구 구만. 내 자네에게 충고 하나 하지. 정치를 한다는 사람의 말을 그리 쉽게 믿지 마시게. 그들은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도 거짓말을 할 수 있어."
"아하... 그럼 지금 거짓말을 한 거군요."
"그렇네."
너무도 태연히 대답하는 승상을 보며 라마는 오히려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니까, 지금 마교라는 건가요?"
"그렇네."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니, 더 이상했다.
"하하하, 이보게. 자네는 내가 아니라고 할 때는 믿더니, 그렇다고 하니까 믿지 못한다는 듯한 표정이군."
라마는 왠지 본심이 들켜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마교라면? 날 죽이기라도 할 것인가?"
"음... 뭐.... 일단 마교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 그다음은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죠."
"내가 마교라서 날 죽인다면, 마교를 막을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정말 해결하기 쉬운 문제일세. 누구 한 사람 죽여서 해결할 수 있으니 말이야. 이것들을 보게."
그는 탁자 위에 놓인 수많은 장서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놓인 장계들은 전국 도처에서 올라온 것이네. 저기엔 당장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백수십 명이 죽는 것들도 있지. 누구 한 사람 죽여 해결할 수 있다면, 기꺼이 내 그 사람을 죽일 것이네."
라마는 무심한 듯 입맛을 다시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라마를 보며 승상이 뒷짐을 쥐고 걸어 나와 라마 앞으로 다가왔다.
"내가 마교라면... 왜 마교인이 되었을지 생각해 보았는가? 아니,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 같군. 왜 사람들은 그들을 마교라고 부르며, 그들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하는 것 말일세."
"어떤 존재인가?"
"그래. 자네는 공주의 말만 듣고, 마교인들을 더할 나위 없는 악당으로 믿어 죽여 없앨 것인가? 그대가 알고 있는 것과 사실이 다르다면? 그러면 어찌할 것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저 공주눈에만 잘 들면 되니 다 죽여 없앨 것인가?"
라마는 할 말을 잃은 체 승상을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었다.
"자네가 영웅호걸이든 아니든 상관은 없네만, 정말로 누군가를 죽여 없애야만 한다면, 적어도 그가 왜 죽어야 하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그 말을 남기고 웃으며 다시 자기 자리로 태연히 걸어간 그는, 책자 하나를 챙겨 들며 말했다.
"나는 퇴궐해야 하네. 퇴궐해서 집으로 돌아가 집사람과 저녁 식사를 하며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담소를 나누고, 자식들의 인사를 받게 될 것이네."
그는 책자를 들고 태연히 걸어와서 라마 앞에 섰다.
"자네가 오늘 나를 죽이면, 집사람과 아이들이 많이 슬퍼할 것일세. 어떤가? 나는 이미 자네에게 내가 마교인임을 밝혔네만."
라마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정말 당신이 마교인이라면, 난 그야말로 최강의 적을 만나 셈이군요."
라마의 대답에 승상이 더욱 환한 얼굴로 웃었다.
"그거야 자네 마음에 달렸겠지. 어떤가? 이제 그만 돌아가서 저녁 식사를 해도 괜찮겠는가?"
"예. 그러시죠."
라마가 비켜서자, 승상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승상."
뒤에서 라마가 부르자, 승상이 멈추어 서서 고개를 돌렸다.
"제가 있다는 것은 어찌 아신 겁니까?"
그러자 승상이 웃으며 대답했다.
"몰랐네. 어디든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냥 한번 허공에 대고 불러봤던 것일세."
라마는 왠지 모를 패배감을 느꼈다.
"들어가십시오."
라마가 정중하게 인사를 하니, 승상이 껄껄 거리며 웃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후.... 쉽지 않네."
라마는 절로 한숨이 튀어나왔다.
그냥 싸우는 게 낫지, 이런 사람들과의 알 수 없는 줄다리기는 왠지 더 지치는 것만 같았다.
***
이른 아침, 답답한 기분을 털어내려 산책을 나온 조서야는 몇 걸음 만에 나무에 기대어 자신을 기다리는 라마를 볼 수 있었다.
다가오는 라마를 보며, 그녀는 하인들을 뒤로 열 걸음 이상을 물렸다.
"뭐야? 이런 식으로 불쑥불쑥 나타나지 말라니까."
"마교가 나쁜 이유가 뭐죠?"
난데없는 질문에 조서야가 눈살을 찌푸렸다.
"뭐?"
"마교가 나쁜 이유가 뭐냐고요."
조서야는 절로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걷기 시작했다.
"좀 걷자."
조서야의 곁을, 라마가 따라 걸었다.
"갑자기 그걸 묻는 이유가 뭐야?"
"누군가를 죽여야만 할지도 모른다면, 적어도 그가 왜 죽어야 하는지 이유는 알아야죠?"
"누가 너보고 사람 죽이래?"
"죽이게 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좋아. 그건 그렇다 치고. 어제 승상을 쫓아가 봤어?"
"네."
"안 들킨 건 확실하고?"
"아뇨 들켰어요."
그 말에 조서야가 멈추어 서서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라마를 응시했다.
"뭐? 들켰다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라마가 어깨를 으슥해 보였다.
"뭐... 어쩔 수 없죠. 들킨 건 들킨 거니까... 그 사람 보통내기가 아니더군요."
조서야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 진짜...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네. 뭐 알아낸 거라도 있어?"
"음... 마교인라고 하더군요."
조서야의 표정이 창백하게 변하며 되물었다.
"뭐? 진짜?"
"진짜인지는 모르겠어요."
"그건 무슨 소리야? 진짜인지 모르겠다니? 승상이 마교란 건 어떻게 안거야?"
"본인이 그렇게 말하더군요. 자기가 마교라고."
조서야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자, 라마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어요. 마교냐고. 자기가 아니라고 하면 믿을 거냐고 하더군요. 믿겠다고 했더니, 처음엔 아니랬다가 나중에는 마교 맞는데, 그럼 죽일 거냐고 묻더군요."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그래서 마교란거야 아니란 거야?"
"그게... 하... 분명 본인 입으로는 마교라고 했는데, 마교인지 아닌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조서야가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자 라마가 얼른 그 뒤를 따랐다.
"가서 조사하랬더니, 조사를 당하고 왔구나."
조서야의 말에 라마가 의아해하니, 그녀가 라마를 흘겨보며 말했다.
"그가 널 떠본 거야. 네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려고."
"그런 것 같네요."
라마가 한숨을 내쉬자, 조서야가 발걸음을 멈췄다.
"당당하게 말하디?"
"뭘요?"
"자기가 마교라고. 마교냐고 물었을 때, 당당하게 말을 해?"
"아니 처음엔 자기가 아니라고 하면 믿을 거냐고 했어요."
조서야가 잠시 눈을 반짝 거리며 물었다.
"바로 대답하지 않고 뜸을 들였단 말이지?"
"예."
잠시 곰곰이 생각하던 조서야가 라마를 보며 말했다.
"소득이 없는 건 아니구나. 너란 존재가 그에게 빈틈을 만든 것 같으니."
이어 그녀가 라마를 보며 말했다.
"잘했어. 나쁘지 않아. 그럼 이제 네가 다른 사람을 만나줘야겠어."
"다른 사람? 누구요?"
"장하기와 전소풍."
"장하기와 전소풍?"
"응. 장하기는 현 무림맹의 맹주이고, 전소풍은 의천맹의 맹주야. 그 두 사람은 당대 무림의 최고 고수이자, 중원 무림을 이끄는 거두이지. 어때? 만날 수 있겠어?"
"만나서 뭘 하면 되죠?"
"똑같아. 그들이 마교인지 아닌지, 살펴봐줘."
"승상한테는 완전 당한 기분인데... 그 일은 왠지 자신이 없네요."
"아니야, 잘했어. 의외의 소득이었어. 이번에도 의외의 소득을 가져올 수 있을 거야."
말을 마친 조서야가 다시 걸어가려다 말고 돌아서서 라마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마교란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니가 직접 눈으로 봐봐. 그런 이후에도 그들 편을 들고 싶다면, 말리지 않을 테니까."
그 말을 남기고 걸어가는 조서야의 뒷모습을 보면서, 라마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어째 황궁에서는 별로 살고 싶지가 않네."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라마는 한순간의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무슨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다시 찻잔을 들어마시기를 반복하다, 어느새 찻잔에 차가 모두 비워지고 나자, 그제야 홀연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떠한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 만 한가?"
태연히 허공에 대고 묻는 말에, 잠시 침묵이 이어지다가, 이내 라마가 스르륵 모습을 드러냈다.
"신기하네. 내가 있다는 걸 어찌 아셨소?"
라마가 묻는 말에 그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질문은 내가 한 것 같은데?"
"딱히... 뭐 건진 게 없더이다."
"무엇이 알고 싶으신 겐가?"
"마교인지 아닌지."
"마교?"
승상이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자, 라마가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에도 승상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놀라지는 않는군요?"
"놀라야 했던 것인가?"
"아니 뭐...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마교의 존재를 알고 있었단 얘기인가 싶어서요."
"물론 알고 있었네. 승상이란 지위는 거저 얻는 것이 아닐세.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을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그렇군요. 그래서... 당신은 마교입니까, 아닙니까?"
단도직입적인 라마의 물음에 그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내가 아니라고 하면 믿을 것인가?"
"글세요."
"정답을 정해놓고 묻는 질문이라면, 물어볼 필요조차 없는 것 아닌가?"
"그래도 직접적인 대답을 듣고 싶군요."
"아닐세."
"아, 다행이군요."
"믿는 겐가?"
"일단은요."
그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재밌는 친구 구만. 내 자네에게 충고 하나 하지. 정치를 한다는 사람의 말을 그리 쉽게 믿지 마시게. 그들은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도 거짓말을 할 수 있어."
"아하... 그럼 지금 거짓말을 한 거군요."
"그렇네."
너무도 태연히 대답하는 승상을 보며 라마는 오히려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니까, 지금 마교라는 건가요?"
"그렇네."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니, 더 이상했다.
"하하하, 이보게. 자네는 내가 아니라고 할 때는 믿더니, 그렇다고 하니까 믿지 못한다는 듯한 표정이군."
라마는 왠지 본심이 들켜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마교라면? 날 죽이기라도 할 것인가?"
"음... 뭐.... 일단 마교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 그다음은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죠."
"내가 마교라서 날 죽인다면, 마교를 막을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정말 해결하기 쉬운 문제일세. 누구 한 사람 죽여서 해결할 수 있으니 말이야. 이것들을 보게."
그는 탁자 위에 놓인 수많은 장서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놓인 장계들은 전국 도처에서 올라온 것이네. 저기엔 당장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백수십 명이 죽는 것들도 있지. 누구 한 사람 죽여 해결할 수 있다면, 기꺼이 내 그 사람을 죽일 것이네."
라마는 무심한 듯 입맛을 다시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라마를 보며 승상이 뒷짐을 쥐고 걸어 나와 라마 앞으로 다가왔다.
"내가 마교라면... 왜 마교인이 되었을지 생각해 보았는가? 아니,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 같군. 왜 사람들은 그들을 마교라고 부르며, 그들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하는 것 말일세."
"어떤 존재인가?"
"그래. 자네는 공주의 말만 듣고, 마교인들을 더할 나위 없는 악당으로 믿어 죽여 없앨 것인가? 그대가 알고 있는 것과 사실이 다르다면? 그러면 어찌할 것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저 공주눈에만 잘 들면 되니 다 죽여 없앨 것인가?"
라마는 할 말을 잃은 체 승상을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었다.
"자네가 영웅호걸이든 아니든 상관은 없네만, 정말로 누군가를 죽여 없애야만 한다면, 적어도 그가 왜 죽어야 하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그 말을 남기고 웃으며 다시 자기 자리로 태연히 걸어간 그는, 책자 하나를 챙겨 들며 말했다.
"나는 퇴궐해야 하네. 퇴궐해서 집으로 돌아가 집사람과 저녁 식사를 하며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담소를 나누고, 자식들의 인사를 받게 될 것이네."
그는 책자를 들고 태연히 걸어와서 라마 앞에 섰다.
"자네가 오늘 나를 죽이면, 집사람과 아이들이 많이 슬퍼할 것일세. 어떤가? 나는 이미 자네에게 내가 마교인임을 밝혔네만."
라마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정말 당신이 마교인이라면, 난 그야말로 최강의 적을 만나 셈이군요."
라마의 대답에 승상이 더욱 환한 얼굴로 웃었다.
"그거야 자네 마음에 달렸겠지. 어떤가? 이제 그만 돌아가서 저녁 식사를 해도 괜찮겠는가?"
"예. 그러시죠."
라마가 비켜서자, 승상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승상."
뒤에서 라마가 부르자, 승상이 멈추어 서서 고개를 돌렸다.
"제가 있다는 것은 어찌 아신 겁니까?"
그러자 승상이 웃으며 대답했다.
"몰랐네. 어디든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냥 한번 허공에 대고 불러봤던 것일세."
라마는 왠지 모를 패배감을 느꼈다.
"들어가십시오."
라마가 정중하게 인사를 하니, 승상이 껄껄 거리며 웃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후.... 쉽지 않네."
라마는 절로 한숨이 튀어나왔다.
그냥 싸우는 게 낫지, 이런 사람들과의 알 수 없는 줄다리기는 왠지 더 지치는 것만 같았다.
***
이른 아침, 답답한 기분을 털어내려 산책을 나온 조서야는 몇 걸음 만에 나무에 기대어 자신을 기다리는 라마를 볼 수 있었다.
다가오는 라마를 보며, 그녀는 하인들을 뒤로 열 걸음 이상을 물렸다.
"뭐야? 이런 식으로 불쑥불쑥 나타나지 말라니까."
"마교가 나쁜 이유가 뭐죠?"
난데없는 질문에 조서야가 눈살을 찌푸렸다.
"뭐?"
"마교가 나쁜 이유가 뭐냐고요."
조서야는 절로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걷기 시작했다.
"좀 걷자."
조서야의 곁을, 라마가 따라 걸었다.
"갑자기 그걸 묻는 이유가 뭐야?"
"누군가를 죽여야만 할지도 모른다면, 적어도 그가 왜 죽어야 하는지 이유는 알아야죠?"
"누가 너보고 사람 죽이래?"
"죽이게 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좋아. 그건 그렇다 치고. 어제 승상을 쫓아가 봤어?"
"네."
"안 들킨 건 확실하고?"
"아뇨 들켰어요."
그 말에 조서야가 멈추어 서서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라마를 응시했다.
"뭐? 들켰다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라마가 어깨를 으슥해 보였다.
"뭐... 어쩔 수 없죠. 들킨 건 들킨 거니까... 그 사람 보통내기가 아니더군요."
조서야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 진짜...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네. 뭐 알아낸 거라도 있어?"
"음... 마교인라고 하더군요."
조서야의 표정이 창백하게 변하며 되물었다.
"뭐? 진짜?"
"진짜인지는 모르겠어요."
"그건 무슨 소리야? 진짜인지 모르겠다니? 승상이 마교란 건 어떻게 안거야?"
"본인이 그렇게 말하더군요. 자기가 마교라고."
조서야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자, 라마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어요. 마교냐고. 자기가 아니라고 하면 믿을 거냐고 하더군요. 믿겠다고 했더니, 처음엔 아니랬다가 나중에는 마교 맞는데, 그럼 죽일 거냐고 묻더군요."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그래서 마교란거야 아니란 거야?"
"그게... 하... 분명 본인 입으로는 마교라고 했는데, 마교인지 아닌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조서야가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자 라마가 얼른 그 뒤를 따랐다.
"가서 조사하랬더니, 조사를 당하고 왔구나."
조서야의 말에 라마가 의아해하니, 그녀가 라마를 흘겨보며 말했다.
"그가 널 떠본 거야. 네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려고."
"그런 것 같네요."
라마가 한숨을 내쉬자, 조서야가 발걸음을 멈췄다.
"당당하게 말하디?"
"뭘요?"
"자기가 마교라고. 마교냐고 물었을 때, 당당하게 말을 해?"
"아니 처음엔 자기가 아니라고 하면 믿을 거냐고 했어요."
조서야가 잠시 눈을 반짝 거리며 물었다.
"바로 대답하지 않고 뜸을 들였단 말이지?"
"예."
잠시 곰곰이 생각하던 조서야가 라마를 보며 말했다.
"소득이 없는 건 아니구나. 너란 존재가 그에게 빈틈을 만든 것 같으니."
이어 그녀가 라마를 보며 말했다.
"잘했어. 나쁘지 않아. 그럼 이제 네가 다른 사람을 만나줘야겠어."
"다른 사람? 누구요?"
"장하기와 전소풍."
"장하기와 전소풍?"
"응. 장하기는 현 무림맹의 맹주이고, 전소풍은 의천맹의 맹주야. 그 두 사람은 당대 무림의 최고 고수이자, 중원 무림을 이끄는 거두이지. 어때? 만날 수 있겠어?"
"만나서 뭘 하면 되죠?"
"똑같아. 그들이 마교인지 아닌지, 살펴봐줘."
"승상한테는 완전 당한 기분인데... 그 일은 왠지 자신이 없네요."
"아니야, 잘했어. 의외의 소득이었어. 이번에도 의외의 소득을 가져올 수 있을 거야."
말을 마친 조서야가 다시 걸어가려다 말고 돌아서서 라마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마교란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니가 직접 눈으로 봐봐. 그런 이후에도 그들 편을 들고 싶다면, 말리지 않을 테니까."
그 말을 남기고 걸어가는 조서야의 뒷모습을 보면서, 라마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어째 황궁에서는 별로 살고 싶지가 않네."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라마는 한순간의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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